노(魯)나라 왕은 다급했다. 제(齊)나라 군사가 쳐들어 온다는 보고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어전 회의가 열렸다.

“누구를 장군으로 삼아 제나라 공격을 막게 하는 게 좋겠소?”

신하들은 묵묵부답이었다.

“마땅한 인물이 없다는 뜻이오? 오기(吳起)를 등용하고 싶은데 그대들의 의견은 어떻소?”

그러자 한 신하가 얼른 나섰다.

“오기는 안됩니다!”

“오기는 왜 안된다는 거요! 그는 병법의 대가가 아니오. 질문했을 때는 가만히 있다가, 막상 오기를 거론하자 대안은 내놓지 않고 무조건 오기는 안된다고 하니, 그게 말이 되는 얘기요.”

“물론 신통한 대안은 아직 없습니다. 다만 오기는 믿을 수가 없다는 뜻입니다.”

“믿을 수가 없다니, 그건 또 무슨 말이오?”

“그의 부인이 제나라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게 사실이오?”

“틀림없이 제나라 여자입니다.”

“음… 그렇다면 문제로군.”

그런 어전회의가 있었다는 소문이 급속도로 퍼져나가더니, 결국 오기의 귀로 들어갔다.

“무어? 내 아내가 제나라 여자라서 나를 장군으로 기용 못한다고?”

“틀림없이 그렇다는 사실입니다.”

소문을 듣고 온 하인이 또박또박 대꾸했다.

오기는 생각에 잠겼다.

‘절호의 출세 기회를 다만 아내가 제나라 여자라서 나는 또 행운을 놓치고 마는가!’

오기는 벌떡 일어났다. 벽에 걸린 장검을 쑥 빼더니 마당을 가로질러 안채로 사라졌다.

하인은 무슨 일인가 하고 머엉하니 주인의 뒷모습만 바라보았다.

갑자기 안채로부터 여인의 비명소리가 들리더니, 얼마 후 오기가 걸어나왔다.

‘앗! 마님의 머리가!’

분명히 피묻은 오기의 손에는 생피가 뚝뚝 떨어지는 아내의 목잘린 머리가 들려 있었다.

“무얼 그렇게 얼빠진 놈처럼 쳐다보고만 있느냐. 얼른 왕궁으로 달려가 이 사실을 전해라. 제나라 출신 아내를 죽여버렸으니 이제는 내가 제나라를 이롭게 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이를 보고받은 노왕은 오기에 대하여 섬뜩한 느낌을 받았지만, 워낙 다급한 상황이라 오기를 장군으로 기용하고 말았다.

과연 오기의 용병술은 탁월했다. 그는 출전해 제나라 군사를 간단하게 물리쳤다.

그러나, 그의 전공이 그토록 혁혁했건만 그의 인간성에 대해서는 세상의 비난을 면치 못했다.

“잔인한 놈! 제 어미가 죽어도 귀국도 하지 않는 불효막심한 놈!”

결국 노왕도 신하들의 열화같은 비방을 견디지 못하고 오기를 내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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