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맛집] 창원 상남동 '대풍갈비살'

하루가 멀다 하고 들리는 뉴스가 있다. 바로 원산지를 속여 판매한 업체가 적발됐다는 보도다. 관련 기관에서는 원산지 표시 품목을 확대하고, 단속을 강화하고, 처벌 수위를 높이는 등 대책을 쏟아내지만, '작정하고 먹는 것 가지고 장난하는' 이들을 뿌리뽑기란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사실 소비자는 누군가 객관적인 검증을 해주지 않는 이상 믿고 먹는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경남농산물품질관리원은 최근 올 상반기 농식품 원산지 우수업체 32곳을 선정했다. 특히 이번 우수업체 선정은 기존 농식품 판매업체에서 일반 음식점과 농식품 가공업체까지 확대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일반음식점이 우수업체로 지정받으려면 꽤 까다로운 기준에 적합해야 한다. 최근 2년간 원산지 표시 위반 사실이 없어야 하고, 면적은 300㎡ 이상이어야 하며, 위생상태는 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HACCP)을 충족해야 한다. 또 전담인력이 원산지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원산지 표시 우수음식점으로 지정된 대풍갈비살 입구에서 나창식(오른쪽) 대표가 인증사진을 찍고 있다.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대풍갈비살'이 일반 음식점으로는 처음으로 이런 엄격한 기준을 통과하고 원산지 표시 우수업체로 지정됐다. 제대로 된 재료로 맛을 내는, 신뢰를 바탕으로 영업하는 집 또한 맛집의 또 다른 기준이 아닐까 싶어 원산지 표시 우수업체 현판식이 있던 날 부랴부랴 '대풍갈비살'을 찾았다.

소 특수부위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대풍갈비살' 나창식(46) 대표는 지난 23년간 소고기만을 전문적으로 다뤄 온 '소고기의 달인'이다. 가게에 들어서면 눈에 띄는 것이 있다. '원산지 표시판'이다.

소고기는 품목별로 원산지를 명시한 것은 기본이고 쌀과 면, 김치, 채소도 열무, 상추, 깻잎, 풋고추, 마늘, 쌈 배추까지 세분화했다. 물론 소고기는 국내산 한우, 나머지 모두 국내산이다.

상남동에 문을 연 지는 7년. 가격은 요즘 말로 '후덜덜'이다. 하지만, A+ 이상의 고기만 취급하는데다 멋스러운 밑반찬들과 친절한 서비스로 꽤 소문이 나있다.

"경북 고령과 김해 도축장에서 A+, A++ 등급만 가져옵니다. 대부분 1등급이 좋은 것인 줄 아는데 사실 소고기 등급 중 1등급은 엄밀히 말하면 3등급밖에 되지 않아요. 1등급 위에 A+, A++이 있잖아요. 그중에서도 갈빗살을 전문적으로 하는 이유는 소고기 부위 중에서도 맛이 뛰어나고 씹히는 맛도 좋고 육질이 최고이기 때문입니다."

한우 꽃살과 한우 갈빗살을 시켰다. 고기의 등장에 앞서 우선 밑반찬들이 하나 둘 식탁에 놓인다. 밑반찬이라고 말하기가 무색할 정도로 한눈에 봐도 정성이 가득 담겼다.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이는, 살얼음이 동동 떠 있는 물김치에다 빨강·파랑·보라 등 색색의 쌈 무, 양념게장도 풍성하게 한 접시 담겼다. 소간과 처녑, 육회도 멋스럽게 담겨 나왔다.

   
 

장아찌 삼총사도 눈에 띈다. 양파와 오이, 그리고 방풍 장아찌가 나란히 식욕을 돋운다. 들기름에 버무린 참나물도 윤기가 흐른다.

보기 좋은 것이 먹기에도 좋다고 했던가? 정성은 맛에도 고스란히 배어 있다. 물김치는 적당히 익어 개운하고, 참나물의 쌉싸래한 맛은 느끼함을 잡아주기 일품이다. 장아찌들 역시 개운함을 돋운다.

"아무래도 고기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이 오기 때문에 채소 등도 함께 많이 먹어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신경을 썼습니다. 방풍 장아찌는 맛도 맛이지만 콜레스테롤을 낮추는데 좋다고 하지요. 신선할 때만 드실 수 있는 소간 등도 서비스로 드립니다. 제철 나물들도 맛깔스럽게 내려고 노력합니다."

   
 

참숯 위로 불판이 놓였다. 꽃살과 갈빗살이 나왔다. 정말 고기에 꽃이 피었구나. 마블링이 제대로다. 연한 선홍의 꽃살은 그 자체로도 볼거리다.

"소금에만 찍어서 드셔보세요. 신안 천일염만 씁니다. 일반 소금을 쓰면 쓰고 짭니다. 제대로 된 고기는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소금만 약간 찍어 먹어도 고소한 육즙을 제대로 즐길 수 있지요. 단골이 많습니다. 신뢰를 바탕으로 질 좋은 고기를 대접하자는 원칙을 많이 알아주는 것 같아 뿌듯합니다."

소고기와 청양고추가 들어간, 알싸하면서도 맛깔스런 된장찌개와 각종 나물이 들어간 비빔밥이 나왔다. 이 역시 채소와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고심한 나 대표의 아이디어다.

고기를 시키면 나오는 비빔밥 /최규정 기자

"집 된장만으로 찌개를 끓이면 짜고 텁텁한 맛이 강합니다. 그래서 집된장하고 메주콩을 갈아 섞었죠. 그랬더니 구수하고 담백한 된장찌개의 맛이 살아나더군요. 외국 분들도 좋아하십니다."

대풍갈비살은 외국 바이어를 데리고 오는 기업인 단골이 많다.

"아내가 천연염색을 배웠습니다. 그래서 하회탈이나 태극마크를 새긴 손수건을 외국 바이어 손님들에게 드리죠.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기업들 많이 도와주세요.'라는 말과 함께요. 선물을 받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우직하게 신뢰를 쌓아온 나 대표는 앞으로 소고기 대중화에 앞장서고 싶은 욕심이 있다. "여전히 소고기는 서민들이 먹기에는 조금 부담스럽죠. 앞으로 좀 더 저렴하게 그러나 질적으로 우수한 고기를 모든 사람들이 먹을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메뉴 및 가격

□한우갈비살 △꽃살 3만 3000원 △특 소금구이 3만 원 △소금구이 2만 5000원 △양념구이 1만 8000원 △모듬구이 3만 원.

□한우특수부위 △안거무 3만 3000원 △안창살 3만 3000원 △낙엽살 3만 원 △살치살 3만 원 △제비추리 3만 원 (1인분 100g 기준).

창원시 상남동 26-3번지 우진빌딩 3·4층(코끼리 주차장 앞) (055) 266-1188. 266-0081∼2. 주차는 인근 경남주차장이나 맞은편 코끼리 주차장에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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