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급까지 46명 가담…4개 폭력조직 연루 드러나

프로축구에서 승부조작은 만연해 있었다. 일부 전·현직 선수들이 브로커 역할을 하면서 다른 선수들까지 승부조작의 수렁으로 몰아넣었다. 검찰 수사 결과, 대부분 선수들이 돈보다는 선·후배 관계 때문에 승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밝혀졌다.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승부조작이 드러나기 어려웠던 까닭도 여기에 있었다. 

창원지방검찰청 특별수사부(부장검사 이성희)는 7일 오전 프로축구 승부조작 추가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2010년 6월부터 10월까지 5개월 사이 열린 K리그 경기 중 15개 경기에서 승부조작이 있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2군 선수뿐 아니라 국가대표급 선수와 고액 연봉을 받는 선수를 포함해 광범하게 승부조작이 이뤄져왔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7일 오전 창원지검 4층 회의실에서 특별수사부 곽규홍 차장검사가 승부조작과 관련한 수사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6개 구단에 가담 선수만 46명 = 검찰은 스포츠토토 고액 베팅을 노린 프로축구 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 등)로 모두 63명을 적발했다. 선수는 군 검찰 대상인 9명을 포함해 모두 46명이며, 이 가운데 10명을 구속기소, 36명을 불구속기소했다.

선수들에게 돈을 대고 승부조작을 주도한 조직폭력배 등 전주(자금책)와 브로커 17명도 포함됐다. 이 중 8명을 구속, 3명을 불구속기소하고, 도주한 6명은 기소중지 처분했다.

승부조작은 K리그 16개 구단 중 광주상무(5경기)·대구FC(3경기)·전남드래곤즈(2경기)·대전시티즌(2경기)·인천유나이티드(2경기)·부산아이파크(1경기) 등 6개 구단 15개 경기에서 이뤄졌다.

검찰은 한국프로축구연맹을 통해 자수한 선수 21명은 불구속 수사하는 등 최대한 선처했다고 밝혔다.

◇배후에 조폭 있었다 = 검찰은 조직폭력배나 전주들이 승부조작을 기획하고, 전·현직 선수가 브로커 노릇을 하며 주도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1차 수사결과에서 드러난 '북마산파' 외에도 브로커와 연계된 3개의 조직폭력배를 추가로 적발했다. 브로커들은 학교·팀 선후배 등 인맥이 있는 선수들을 포섭했다. 대부분 경기 직전에 돈을 전달했고, 출전하지 못하면 돌려받았다. 돈을 받기로 약속했으나 승부조작이 실패해 돈을 받지 못한 선수도 있었다.

검찰은 "일부 선수들은 거액의 대가를 챙길 목적으로 가담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선후배 관계 때문에 가담했다"고 말했다. 한번 가담하면 전주와 연결된 조폭 등으로부터 승부조작 사실을 폭로한다는 협박을 받아 다음 경기에서 다시 승부조작을 하는 악순환에 빠진 경우도 많았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실제로 조폭과 연결된 브로커 김모(29) 씨는 김동현 선수 등을 협박해 8000만 원을 갈취한 혐의(공갈죄)로 구속 기소됐다.

◇국가대표급도 예외없이 = 기소된 선수 가운데는 국가대표급 선수 4명이 포함됐다. 전 국가대표였던 김동현(상무)·염동균(전북)은 구속됐고, 이상덕(대구)·최성국(수원)은 불구속기소됐다. 이들은 승부조작 대가로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을 챙겼다.

지난달 구속된 상무 소속 김동현은 직접 뛴 5경기는 물론 모두 8개 경기의 승부조작에 관여하면서 선수를 포섭하는 브로커로도 활동하는 등 승부조작에 깊숙이 개입돼 있었다. 염동균은 전남시절 두 경기 승부조작으로 2425만 원을 챙겼다. 이상덕은 3경기 가운데 무승부 1경기를 뺀 두 경기에서 1000만 원을, 최성국은 광주상무에서 2경기에 가담해 성공한 1경기에서 400만 원을 받았다.

올림픽 대표팀 주장 홍정호는 승부조작 제의를 받고 돈을 받았으나 즉시 돌려준 것으로 파악됐다. 곽규홍 차장검사는 "홍정호가 속한 팀의 승부조작 여부는 아직 수사 중"이라며 "홍 선수를 무혐의 처분한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승부조작 수사 끝나지 않았다 = 곽 차장검사는 "승부조작이 뒤늦게 알려진 경기가 많아 오늘 기소하는 데 포함되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며 "아직 3개 구단 정도의 경기가 확인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경남과 인천·제주 등 3개 구단에 대해서도 수사를 계속할 예정이다.

   
 

곽 차장검사는 "현재까지 자수하지 않거나 도주한 조폭과 브로커 등 이번 수사에서 드러난 혐의는 끝까지 수사해 다시는 승부조작이 발붙일 수 없도록 엄단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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