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말고도 살고 있네요] 황소개구리

내가 근무하는 우포생태교육원의 작은 화단에는 호랑나비와 부전나비가 춤을 추고, 수생연못에서 자라는 창포잎에는 실잠자리가 쉬고 있으며, 가로수에는 다양한 산새들이 합창을 한다. 밤이 되면 다양한 풀벌레들이 노래를 이어받고 낮 동안 쉬고 있던 모기가 살금살금 우리를 찾아오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우포생태교육원 수생연못에서 밤늦게 시끄럽게 울어대던 황소개구리에 대한 추억을 떠올려 본다.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70년대에 외국산 개구리인 황소개구리를 들여왔다. 들여온 취지는 매우 좋았다.

국내 생태계 교란종이 된 황소개구리.

가난한 국민들이 이 싸고 맛좋은 개구리 고기를 많이 먹어 영양 균형을 맞추고, 농가 소득을 증대시킬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나는 먹어본 적이 없지만, 그 고기가 닭고기 맛과 비교될 정도로 괜찮다고 한다.

하지만 문제는 국민들이 이 개구리를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는 것에 있었다. 맛이야 어땠을지 몰라도, 생긴 게 일단 너무 징그러워서 먹고 싶은 생각이 안 들고 손질의 불편함 등이 문제였다고 한다.

전형적인 정부 주도의 탁상행정이었던 황소개구리 도입은 결국 실패했고, 농민들은 이 황소개구리를 그냥 자연으로 방류해버렸다. 여기서 우리나라 생태계의 잔혹사가 시작되었다.

황소개구리는 한 번의 도약으로 최고 1.5m 높이와 3m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활동적인 양상을 나타내며, 적응력도 매우 높다.

황소개구리의 특징 중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엄청난 번식력인데, 올챙이는 송사리만큼 크며 암수 한 쌍이 5000~2만개 알을 낳는다. 알은 1주일 정도 지나면 부화하고 올챙이 상태로 겨울을 넘기며 몸길이 12cm정도까지 매우 빠르게 성장한다.

그리고 먹이에 대한 무선택적 탐식성과 공격성을 갖고 있어 아무것이나 가리지 않고 먹어치운다. 그래서 포식자가 돼야 할 큰 생물들은 뜬금없이 나타난 이 괴생명체를 보고 먹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알 수가 없어 그냥 내버려두게 되었다.

결국 황소개구리는 뱀, 게, 물고기, 곤충, 작은 동물 할 것 없이 전부 다 먹어치우면서도 상위 포식자들의 견제를 전혀 받지 않았기 때문에, 엄청나게 번식하는 데 성공했고, 황소개구리의 하위 먹이사슬에 위치한 생물들은 엄청난 고난에 처하게 되었다.

인간이 무책임하게 들여온 황소개구리가 우리의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점은 안타깝지만 가끔 그것을 막기 위해 너무나 가혹한 대접을 받고 있는 황소개구리가 불쌍하게 느껴진다.

가끔씩 낚시꾼들이 포획한 황소개구리를 잔인하게 죽이는 모습을 보면서 죄없는 생명체를 무분별하게 죽이는 것보다 먼저 황소개구리가 국내 자연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한 지속적이고 종합적인 생태조사가 수행되고 진정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강태욱(우포생태교육원 파견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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