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숟가락을 들기 전] 밥 그릇 싸움

60~70년대를 살아온 필자는 밥그릇 싸움이 얼마나 치사하고 비정한지를 잘 알고 있다. 대개 밥그릇 싸움은 한 부모 밑에서 태어난 형제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기에 더욱 그렇다. 가족으로서 가족의 내일을 생각한다면 절대 밥그릇 싸움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60~70년대 밥그릇 싸움이 정치권이나 정부 부처 간에 종종 일어나는 걸 국민 처지에서 보면 그들의 비정함과 치사함에 구역질이 날 정도이다. 입만 열면 국민의 뜻이 어떻고 하지만 그들의 뜻은 당리당략에 얽매여 국민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에 목숨을 거는 것 같다.

절대 권력을 가진 대통령제에서 정부 정책의 중심이 국민이 아니라 대통령의 관심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부처 간의 밥그릇 싸움 때문인 정책마찰이 점입가경에 이르고 있다.

법무부 중국동포 포용책 단기종합비자 발급

국민의 처지에서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를 설명하지 않고 부처 이기주의적 주장만 하고 있어 답답하기 그지없다.

지난 19일에 서울 중앙지검 대회의실에서 평검사 150여 명이 모여 집단반발을 하더니 대학교수와 학생, 전직경찰, 현직 경찰가족, 시민과 경찰청 노조 등은 최근 검찰과 경찰이 합의한 수사권 조정안에 항의하는 청원서를 제출하겠다고 한다.

아직도 진행 중인 검·경간의 수사권 조정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법무부가 지난해 7월부터 한국어 시험에 합격한 중국 교포 중 추첨에서 떨어진 동포들을 위해 중국동포 포용정책의 하나로 C-3(단기종합) 비자를 발급해 줘 한국에 입국하여 직업전문학교나 학원에 기술교육신청을 하면 D-4(기술연수) 비자로 변경 기술교육(3개월 교육 후 자격증 취득 또는 9개월 교육 이수자) 수료 후 H-2(취업비자)로 변경해 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 12월 24일 외국인력 정책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실장)가 정한 '2011년도 외국인력 도입계획'에 따라 재외동포 30만 3000명 안의 범위에서 실시하는 제도이다. 고용노동부가 실시하는 고용허가제는 내국인 인력을 구하지 못한 업체들이 외국 인력을 최장 4년10개월까지 고용할 수 있는 제도로 업종별로 불과 2박3일간 취업 관련 교육을 받고 근로계약을 체결한 기업의 작업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이들은 언어는 물론 문화적·종교적 갈등은 물론 사회적 불안 요인이 되고 있으며, 심지어 기능 숙련이 부족함은 물론 작업현장에 적응이 안 되어 산업재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동포들은 언어는 물론 문화·사회적 갈등 요인이 적고 9개월간 360시간의 직업훈련을 통해 기능은 물론 작업장 적응 훈련을 받고 있어 고용허가제로 받아들이는 외국 인력보다 우수한 노동력이며, 동포 포용정책으로 좋은 제도임이 틀림없다.

그런데 고용노동부는 국내 취약계층의 일자리 잠식이라는 이유를 들어 반대 뜻을 내세우고 있지만 위에서 지적한 대로 지난해 12월 24일 외국인력 정책위원회에서 정한 재외동포 30만 3000명 외국인력 도입계획 안의 범위에서 실시하는 제도로 반대 이유가 될 수 없다.

만약 고용노동부가 해야 할 일을 타 부처가 하고 있어 문제가 된다면 부처 간 협의를 거쳐 보완하여 좀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실시하면 된다.

고용노동부 국내 일자리 잠식 이유로 반대

고용노동부는 공공 및 민간훈련기관 정책에도 실패한 듯하다. 명분은 부처 간의 장벽을 허문다는 이유와 수요자 위주의 정책을 내세워 실업자와 재직자 훈련을 '내일 배움 카드제'로 묶고, 직업교육훈련과 일자리 창출을 학원·대학 등에 의존하려는 것이 엿보인다. 심지어 대학의 전공분야만 이수해도 국가기술자격증을 준다고 한다.

과연 이러한 발상 자체가 '일자리 창출'에 확실한 대안이 될지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동안 기업의 고용실태를 파악하여 물량을 기술집약적 훈련을 해 온 폴리텍대학 등 공공 직업훈련기관이나 민간직업훈련기관들에 배정하여 기술·기능훈련을 시킨 후 취업을 알선하던 정책은 포기한 것 같다.

   
 

고용노동부가 밥그릇 싸움이 아닌 부처 간의 장벽을 허무는 정책을 고수한다면 동포 포용정책이나 민간훈련기관의 글로벌경쟁력과 외화획득을 위해 실시하려는 민간훈련기관 외국인기술교육 제도 도입에 딴죽을 걸지 않았으면 한다. 이게 바로 이명박 대통령이 내세우는 국민을 위한 공정사회 구현이다.

/김영복(식생활문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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