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권주의 방지책 마련해야"…경남 진보신당 "존경·감사"

권영길 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은 사실상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진보신당과의 통합에 노동자 정치인으로서의 마지막 길을 바치겠다는 진정성 어린 결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22일 권영길 의원의 기자회견을 해석할 때 '총선 불출마'에 방점을 찍기보다는 '진보 대통합'에 무게중심을 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자회견을 하기 하루 전날인 21일 밤 창원지역 주요 측근들이 서울로 급하게 찾아가 불출마 선언을 만류했던 것으로 전해졌으나 권 의원의 결심은 확고했다. 기자회견문에 언급됐던 대로 국내 노동 현실이 너무 절박하다는 사실을 토로했고, 진보정당이 제 구실을 못해 더욱 사태가 악화되고 있음을 안타까워했다. 일각에서는 3선 국회의원이 되면 한국 헌정사상 처음으로 진보정당 국회의원으로서 상임위원장 직도 맡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없었던 바 아니다. 하지만 권 의원은 창원에 있을 때면 민주노동당뿐 아니라 진보신당 출신 정치인들을 수시로 만나며 진보대통합에 대한 의견을 경청해왔고, 총선 불출마 의지를 서서히 굳혀 왔던 것으로 보인다.

권영길 국회의원이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진보 대통합에 정치인의 마지막 길을 바치겠다며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사진은 지난 4·27 김해 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야 4당 단일 후보인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 선대본부 발족식에 참여한 권영길 의원(왼쪽에서 세 번째)의 모습. /경남도민일보DB

언론노조연맹 1·2·3대 위원장, 1995년 민주노총 초대 위원장(1988∼1994년), 2000년 민주노동당 초대 당대표를 지낸 국내 대표적인 노동자 정치인으로서 진보신당과의 통합에 마지막 열정을 쏟아 부은 것이다.

권영길 의원은 2008년 분당 사태 때 가장 큰 이슈였던 당내 패권주의에 대한 언급도 빠트리지 않았다. 진보신당 당원들에게 용서도 빌었다. 권 의원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제각각 갈 길을 가던 시기를 일컬어 "권영길의 영혼이 반쪽으로 쪼개져 있던 고통의 시간이었다"고 술회하면서, "패권주의 폐해를 막기 위한 방안을 민주노동당이 선도적으로 만들어내야 함"을 강조했다. 진보신당 당원들에게 다시 한번 손을 내밀면서 민주노동당의 조직 결함 역시 인정한 것이어서, 진보신당 당원들의 대응이 주목됐다. 또한 권 의원은 당내 패권주의의 최대 수혜자이자 패배자로 불려 왔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한 발언으로 읽혔다.

진보신당은 이날 "권영길 의원의 진보정치를 위한 결단을 높이 평가하며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의 길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진보신당 경남도당은 2004년 총선 때 권영길 의원의 당선을 위해 함께 활동했던 점을 언급하며 "권영길 의원의 당선은 진보정치의 쾌거이자 새로운 한국정치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여겨졌다"고 회상했다. 또한 진보신당 경남도당은 "패권주의 극복 등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권영길 의원의 백의종군 선언처럼 기득권에 연연하지 않고 오직 진보정치의 대의를 위해 초심을 회복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오는 26일 진보대통합 합의문 승인 여부를 놓고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진보신당 대의원대회에 권 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이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보인다. 특히 노동조합 운동 과정에서 파생된 앙금 등으로 통합파보다는 독자파가 우세한 지역으로 전해진 경남(창원) 지역 진보신당 당원들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린다.

"2007년 대선 경선에 나서면서 당내 정파 간 중재자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반성과 "진보신당 당원 동지 여러분의 결심에 진보정치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권 의원의 '눈물 호소'가 진보신당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관련기사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