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맛집] 창원시 마산합포구 산호동 '삼가황토한우식당'

"대통령이 오신다고 해도 저는 이 고기를 내놓습니다. 그만큼 자신 있다는 것이죠. 고기는 양심입니다.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최상의 고기를 내놓아야 합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산호동 삼가황토한우식당 이민희(54) 대표는 최상의 고기를 내놓는다는 자부심이 대단했다. 덕분에 이 곳에서는 국내산 한우 1++ 등급 이상의 고기를 제대로 맛볼 수 있다. 확실한 품질과 정량만을 고집하는 이 대표의 철학은 이미 소문이 자자하다. 명품 한우에 반한 손님들이 줄을 잇고 있다. 유명 연예인과 운동선수들의 사인으로 벽을 메울 정도로 마니아 층이 두텁다. 좋은 고기를 선별하기 위해 이 대표는 일주일에 1∼2번 직접 경북 고령 우시장을 다녀온다.

한우 생고기

"창녕 우시장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습니다. 시장이 넓어야 그만큼 선택의 폭도 넓고 좋은 고기를 고를 수 있죠. 고령까지 가서도 제 맘에 쏙 드는 고기가 나오지 않으면 하루도 좋고 이틀도 좋고 마냥 기다립니다."

이 대표가 한우 식당을 차린 것은 5년 전이다. 아내 신외선(51) 씨와 제과점을 운영하면서 IMF 경제위기도 모르고 지낼 만큼 사업이 잘 됐다. 기업들을 상대로 납품도 많이 하면서 명절도 없을 만큼 쉼없이 일했다. 그렇게 일하기를 8년. 아내 신 씨의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일도 좋지만 아내의 건강에 이상이 오자 제과점을 그만뒀다. 잠시 쉬면서 다음 사업 구상도 해볼 참이었다. 그러다 생각한 것이 고깃집이었다.

한우 스페셜

그 길로 아내와 함께 합천삼가한우식육식당을 찾아갔다. 월급을 받지 않고 도울테니 일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

"오히려 돈을 준다고 했습니다. 이왕 시작하는 일이니 최고라는 소리를 듣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1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합천과 마산을 오가며 설거지부터 온갖 허드렛일을 도와가며 고기 고르는 법, 제대로 써는 법 등을 배웠죠. 그리곤 남들은 다 수입 고기로 돈 번다고 할 때도 우리는 한우 만을 고집했습니다. 그것도 1++ 이상으로만요. 일단 먹어봐야 그 가치를 느낄 수 있습니다."

갈빗살과 살치살 등으로 구성된 '한우 스페셜'이 나왔다. 선홍색이 아닌 약간 검은 기가 도는 검붉은 색이다. 원래 가장 신선한 고기의 색은 선홍색이 아닌 바로 이 색이란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산호동 '삼가황토한우식당'의 이민희(오른쪽)·신외선 부부.

함안 임촌에서 가져왔다는 100% 참 숯 위의 불판에 구워진다.

보통 소고기는 살짝 덜 익혀 먹어야 부드럽고 육즙이 많다고 하는데 이 곳의 고기는 덜 익히면 덜 익힌 대로 입안에서 고소한 향이 돌고, 바짝 익혀도 어찌나 연한지 살살 녹는다. 구워진 고기는 또 소금을 약간 넣은 참기름에 찍어 먹는데 이 고기는 그냥 먹어도 고소한 육즙이 그대로 느껴진다.

"정말 맛난 고기는 참기름이 필요 없습니다. 육즙 만으로도 고소한 맛을 내죠. 고기만으로 자신이 없을 때 곁가지가 붙는 거죠. 고유한 맛을 보는 것 또한 좋은 고기를 구별하는 방법 중의 하나죠."

좋은 고기를 쓰는 곳이니 육회도 꼭 맛봐야 할 메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이 육 생고기(사시미)다. 고기잡는 날만 나온다는 생고기는 함박살(허벅살-소 엉덩이의 안쪽 부위)로만 낸다. 평소 생고기라면 쳐다도 보지 않고 고개를 가로 저었는데 용기를 내어 한 점 맛봤다. 소스의 힘을 빌려 목구멍으로 넘기려고 고추장과 참기름 등이 섞인 소스를 듬뿍 찍었다.

싱싱한 생선회는 저리 가라 할 만큼 차지고 쫀득쫀득한 맛에 엄지손가락이 절로 올라간다. 맨 처음 거절한 것이 멋쩍게 젓가락이 저절로 더 갔다.

"생고기는 소를 잡고 12시간 안에 먹어야 합니다. 그만큼 신선해야만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죠."

   
 

삼가황토한우식당의 또 다른 특징은 고기를 시키면 서비스로 '야관문주'가 나온다는 것이다. '밤의 빗장을 열어주는 술'이라는 오묘한 뜻을 가진 야관문주. 술을 담그려면 꽃이 활짝 핀 상태에서 채취해 잘게 자른 후 술을 넣고 6개월 이상 햇빛을 막을 수 있는 호일이나 다른 것으로 병을 싼 후 냉장고 혹은 김치 냉장고에 보관한 후 먹어야 한다. 이를 위해 이 대표는 꽃이 피는 시기가 되면 이른 새벽부터 밤까지 산이나 절개지 등 군락지를 돌며 직접 채취해 손질하고 작두로 자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예전에 운동을 하면서 알게 된 약초 박사를 통해 야관문이라는 약초를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직접 채취해 먹어보니 정말 좋은 약초더군요. 이 좋은 것을 저만 먹을 수 있나요? 그래서 술로 담가 손님들께 1∼2잔씩 서비스로 내놓고 있죠. 올해만 36도짜리 빅소주를 700만 원어치 사서 야관문주를 담갔습니다. 힘들지만 손님들에게 맛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에 흥이 나서 담급니다. 지난해 말 창원에도 1호점을 내서 가게를 확장했으니 더 담가야 겠죠."

도심 한복판에 진정한 한우의 맛을 지키는 집을 만나는 건 행운이다.

여느 고깃집보다 비싸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점심 특선을 권할 만하다. 떡갈비와 소고기국, 밥과 야관문주가 나오는 점심특선은 7000원이면 맛볼 수 있다.

"등급하나를 낮추면 수백만 원을 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습니다. 돈은 나중에 벌면 됩니다. 지금은 제대로 된 한우 고깃집으로 인정받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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