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속 생태] (39) 두꺼비

"두껍아, 너 혼자서 참 외롭겠구나. 내가 친구가 되어 줄께. 두툴두툴 네 징그러운 몸뚱이를 보면 아무도 가까이 오지 않을 거야. 게다가 네 발로 어기적어기적 걸어가는 모습은 바보같이 보이거든, 아무도 널 좋아할 사람은 없는 게 마땅해"(권정생 선생의 동화 '두꺼비'에서)

두꺼비는 정말 징그럽고 불길한 동물일까? 아니면 복을 주고 사람을 도와주는 착한 동물일까? 과연 어떤 두꺼비가 우리가 아는 두꺼비일까? 내가 알고 있는 두꺼비에 대한 고정관념과 선입견은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

간송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심사정의 <하마선인도>.

-불길하고 나쁜 두꺼비

개구리 왕눈이에서 아로미 아버지 투투는 자세히 보면 두꺼비를 닮았다. 서양 만화 영화에서 두꺼비는 마녀의 부하이거나 마녀가 마법을 걸어 변신시킨 것이다. 기독교에선 악마와 사탄, 악마가 들린 자의 육체에는 두꺼비가 들어간다.

-떡두꺼비 같은 내 새끼

서양의 만화와 동화에 나오는 징그럽고 나쁜 두꺼비가 우리나라에서는 아주 친근하고 고맙고 반가운 친구가 된다. 어려서는 세상에서 가장 귀한 자기 아들을 보고 '떡두꺼비 같은 내 새끼'라 한다. 세상 무엇보다도 소중한 자식을 두꺼비 중에서도 떡두꺼비라고 한다. 떡두꺼비 같은 내 새끼가 조금 커서 백사장에서 모래성 쌓기 놀이를 할 때는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노래를 부르며 두꺼비에게 친한 척을 한다. 두꺼비가 우리에게 무언가 준다는 것이고 줄 게 있다는 것이다. 어른이 되어 세상의 단맛 쓴맛을 보면서 술시(戌時)가 되면 참이슬을 마신다. 왜 이렇게 우리나라 사람들은 징그러운 두꺼비를 좋아할까? 이야기를 풀어보면 옛날 이야기부터 찾을 수 있다. 전래 동화 콩쥐와 팥쥐에서 밑빠진 독에 몸으로 구멍난 독을 막아 준 콩쥐 친구는 두꺼비다. 콩쥐의 친구는 또 다른 옛날 이야기로 가면 지네와 싸우고 은혜갚은 두꺼비가 된다.

진로소주의 두꺼비 상표. 진로는 두꺼비를 회사 브랜드로

쓰고 있다.

-두꺼비 그려진 술(소주) 마시는 나라

진로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왜 소주에 두꺼비를 넣었을까 찾아본다. 징그럽고 나쁜 두꺼비라면 먹는 소주의 표지 모델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진로 홈페이지는 역시 좋게 해설한다. "의젓한 생김새, 떡두꺼비 같은 아들, 아침 저녁으로 차고 깨끗한 이슬을 받아먹는 장생의 동물"이라고 풀어 놓았다. 진로(참이슬)와 두꺼비가 브랜드 이미지가 비슷하다고 했다. 이제는 두꺼비 느낌이 예전만 못한 듯하다. 두꺼비 그림이 갈수록 작아지고 있다.

-은혜 갚은 두꺼비

진로 소주와 콩쥐 팥쥐의 착하고 복주는 두꺼비의 원형을 찾아 전래 동화와 설화로 들어간다. 이야기는 꼭 가난한 처녀에서 시작된다. 가난한 집 부뚜막에 두꺼비가 나타나고 마음씨 착한 처녀는 자기 먹을 밥이 모자라도 두꺼비에게 밥을 나누어 먹인다. 그러던 어느 날 1년마다 제물로 처녀를 바치는데 올해는 가난한 처녀가 바쳐진다. 밤이 되자 괴물 지네가 처녀를 잡아먹으러 내려오고 숨어 있던 두꺼비는 목숨을 건 한 판 싸움을 한다. 결국 두꺼비와 지네는 함께 죽고 처녀는 살아남는다.

-왜 두꺼비가 부자로 만들어 줄까?

모든 두꺼비 이야기의 처음 원형은 무엇일까? 찾아 찾아 들어가면 모래성 쌓기로 들어간다. 모래성 쌓기 놀이를 할 때 두꺼비 집을 지으면서 우린 무언가를 바란다. 헌집 줄게 새집 다오 노래에서 그 새집은 다산과 출산일 수도 있고 부자가 되고 싶은 욕망도 있다. 부자가 되는 이야기는 중국으로 간다.

중국에 유해(劉海)라는 사람이 살았다. 유해가 데리고 다니는 세 발 두꺼비는 세상 어디라도 데려다 줄 수 있지만 가끔 우물로 도망을 친다. 그러면 쇠돈을 끈에 달아 잡아 올렸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두꺼비가 우리를 부자로 만들어 준다고 믿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두꺼비와 토끼 모양의 수막새.

-왜 두꺼비 다리가 세 개일까?

이 세발 달린 두꺼비는 삼족오와 함께 고구려 고분 벽화에 아직까지 살아 있다. 신라시대 기와 무늬 와당에도 살아 있다. 그러고 보니 달 토끼가 계수나무 아래에서 방아를 찧을 때 옆에 두꺼비가 있다. 고구려 벽화와 신라 와당에 태양에는 삼족오가 있고 달에는 두꺼비와 토끼가 같이 있다. 삼족오도 다리가 셋이고 두꺼비도 다리가 셋이다. 3은 영원히 죽지 않는 완전한 숫자이면서 새로움을 만드는 숫자이다.

-두꺼비 사랑 종결자 '할머니'

두꺼비에 대한 우리의 사랑은 할머니의 한 마디 말에 종결된다. 비오는 날이면 땅 위로 나온 지렁이에게 오줌을 누는 개구쟁이 손자에게 "지렁이한테 오줌 싸모 고추가 퉁퉁 부어서 아프다"고 할머니는 하신다. 지렁이와 함께 두꺼비는 비오는 날 엉금엉금 기어 나와서는 꼭 지나가던 개구쟁이 녀석에게 잡힌다. 그러면 할머니는 "두꺼비를 잡으면 눈이 먼다"고 하신다. 할머니의 이야기를 과학적으로 풀어보면 두꺼비 피부에 독이 있는데 아이들이 두꺼비 잡고 놀았던 손으로 눈을 비비면 눈이 따갑고 아프다고 풀 수 있다. 두꺼비 독을 과학적으로 푸는 것보다 울퉁불퉁 못생긴 두꺼비라도 사람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우리 할머니의 소중한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두꺼비집과 생태계 안전

우리 집에서 전기를 쓰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두꺼비집이다. 퓨즈가 들어가 있는 차단기를 두꺼비집이라고 불렀다. 이젠 두꺼비도 사람과 함께 살 수 있는 맘 속에 두꺼비 집이 필요한 세상이 되었다.

/정대수(함안중앙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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