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말고도 살고 있네요] 사마귀

◇당랑거철(螳螂拒轍) =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 장공(莊公)이 수레를 타고 사냥을 나가는데 길 위에 사마귀 한 마리가 앞다리를 떠~억 들고 길을 막았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제 분수를 모르고 강한 상대나 불가능한 일에 덤벼드는 무모함을 사마귀의 행동에 빗댄 것이다. 그 수레를 막았던 사마귀는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작은 미물이지만 그 용기를 가상하게 여긴 장공이 수레를 돌려 사마귀를 피해갔기 때문이다. 여기서 당랑거철(螳螂拒轍)이라는 말이 유래했다.

요즈음 들판의 풀밭으로 나가면 풀인지 곤충인지 모를 조금은 역겹게 보이는 생물이 가끔 눈에 띈다. 아무리 곤충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역삼각형 얼굴에 큰 눈을 부라리며 날카롭게 쏘아보는 사마귀를 보면 섬뜩함을 느낀다. 들길에서 사마귀를 만나면, 녀석들은 다른 곤충들처럼 줄행랑을 치는 게 아니라 낫처럼 생긴 날카로운 앞다리를 치켜세우고 한 번 붙어보자는 듯 위협적인 자세를 취한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곤충계의 최강자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죽더라도 자존심만은 지키자는 자세인지 모르지만 참 무모해 보인다.

   
 

◇어릴적 피부에 났던 사마귀 = 사마귀를 이르는 다른 말인 오줌싸개, 오좀찌깨, 오줌쌀개 등은 사마귀가 위협을 느낄 때 액체를 배설하는 습성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사마귀가 배설하는 액체가 살에 닿으면 피부병인 사마귀가 생긴다는 속설이 있다. 믿거나 말거나…….

일본어로 곤충 사마귀를 카마키리(かまきり)라고 한다. '카마'는 낫을 뜻하고 '키리'는 자른다는 뜻이다. 즉 카마키리라는 이름은 낫처럼 생긴 앞다리를 가진 사마귀의 생김새와 관련 있다. 일본말로 사마귀를 뜻하는 옛말은 이보지리(いぼじり)다. '이보(いぼ)'는 피부병 사마귀를 뜻하고, '지리(じり)'는 잡아뜯는다는 무시루(むしる)가 변한 말이니 그 속뜻은 '사마귀를 뜯는 것'이다. 실제로 사마귀와 관련해 우리나라에도 사마귀를 잡아서 사마귀가 난 자리에 가져다붙이면 사마귀가 물어뜯어서 사마귀가 낫는다는 속설이 있다. 이것도 믿거나 말거나…….

◇사마귀와 연가시는 무슨 관련? = 사마귀를 뜻하는 이름 중에 '연가시(연가새, 영가치, 어영가시)'에 대해서 살펴보자. 연가시는 사마귀를 비롯한 메뚜기목 곤충에 기생하는 유선형동물을 가리킨다. 철사벌레라고도 불리는 연가시는 사마귀나 메뚜기 등의 몸속에서 자라다가, 번식기가 되면 숙주를 물가로 가도록 유도한 뒤 항문을 통해 나와서 물속으로 빠져나가는 독특한 생태를 지닌 생물이다.

   
 

가끔 죽은 사마귀 몸속에서 하얀 실 같은 기생충이 나오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는데, 그게 바로 연가시다. 세상살이를 통해 종종 사마귀처럼 무모하고 섬뜩한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의 걸음은 제나라 장공처럼 늘 그 상황을 피해 걷는다. 미물과 상대하면 더불어 미물이 되지 않는가?

/김인성(우포생태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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