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조달청 우수 중기 탐방] (3) 김해 생림면 '원준기업'

과학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실험대는 무엇보다 안전해야 한다. 화약 약품에 잘 견뎌야 하며 각종 화학약품 혼합으로 발생하는 폭발과 화재에도 견뎌야 한다.

김해 생림면에 있는 '원준기업'은 지난 3일 불연성과 내약품성을 지닌 실험대 상판 특허를 등록했다.

박찬원(54) 원준기업 대표는 "불에 쉽게 타지 않는 실험대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원준기업은 실험실에 쓰이는 책상과 싱크대, 진열장 등을 만드는 가구 제조업체다. 실험실 시스템 전문 브랜드 '랩퍼스'라는 이름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박찬원 원준기업 대표가 실험대에 쓰이는 원목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지 기자

지난 92년 부산에서 가구 제조공장을 연 박 대표는 지난 2003년 김해로 공장을 이전했다. 그는 "3년 정도 가구 제조업체에 다니다 사업을 시작했는데, 그동안 우여곡절이 많았다. 10년이 지나고 나서야 김해에 자가공장을 세울 수 있었다"며 "비결은 따로 없다. 직원과 수시로 실험하고,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늘려나갔다"고 말했다.

원준기업은 직원이 총 10명으로 영세한 업체지만, 납품 실적은 상당하다. 올해 목표 매출액이 23억 원으로 다른 가구 제조업체보다 월등히 높다. 특허증과 실용신안등록증 등 제품 인증서만 9개다.

박 대표는 지역업체라는 한계점을 뛰어넘고자 거래처를 민간 기업보다는 공공기관을 택했고, 조달청에 우수 제품을 등록하고자 노력했다. 보통 공공기관의 물자 조달은 조달청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는 실험대만을 고집스럽게 연구했고, 조달청과 조달물자(MAS) 계약을 체결해 상품을 조달청 운영 쇼핑몰 나라 장터에 등록했다.

또한, 조달청 우수제품으로 지정받고자 불에 강한 실험대를 개발했고, 화학약품에도 변질하지 않는 제품을 만들어 특허를 받았다.

현재 부산대와 산청 한방약초연구소, 창녕농업기술센터 양파장류연구소 등 다양한 업체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원준기업의 실험대는 '구조와 자재'로 차별화했다.

보통 실험대는 상부에 각종 실험기구가 올려지는 상판이 설치되고, 하부에는 상판을 지지하면서 서랍을 설치하는 본체로 구성된다. 하지만, 각종 무거운 시험대가 올려지면서 본체가 휘거나 틀어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원준기업은 전체 구조를 나사못으로 조립하는 방식이 아니라 흠을 만들어 판을 끼우는 형식으로 만들었다. 또한, 상단부 서랍 밑부분에 중판을 설치했고, 서랍이 벌어지는 것을 막고자 버팀목을 설치했다.

화학약품을 잘 견디는 상판을 만들고자 주석아연과 무기계 난연제를 혼합했다. 기존 상판은 브롬계난연제와 3산화안티몬을 사용해 유해가스를 방출하는 등 화재에 취약한 점을 개선한 것이다.

원준기업의 제품은 공정이 까다로워 직원들이 손수 만들고 있다. 보통 목재를 재단해 가공하고, 제품을 조립하는 기존 실험대와 달리 원준기업 실험대는 총 17 단계 공정을 거친다. 박 대표는 "10년이 지나도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려고 했다"며 "만일, 거래처가 실험대를 폐기하고, 다른 제품으로 교환하겠다고 하면 우리가 제품을 직접 거둬간다. 다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일이 손으로 만들다 보니 직원 채용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그래서 박 대표는 직원 복지에 힘을 쏟는다. 지역에서 그는 직원과 가족을 자주 외국여행 보내주는 사장으로 이름나 있다.

이날 박 대표는 직원 채용뿐만 아니라 지방회사라 애로사항이 많다고 강태주 경남지방조달청장에게 털어놨다. 그는 "조달청이 우수제품을 지정하고 있지만, 공공기관의 구매담당자가 계약이 까다로운 우수제품을 꺼리는 현실"이라"지역 기업체와 관공서 구매 담당자를 독려하고,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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