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대상에 자사 포함, 미국은 '당연' 한국은 '글쎄'





매체간 비평의 활성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미국과 한국의 미디어 전문기자를 비교연구한 논문이 발표돼 주목을 끌고 있다.



이재경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신문의 미디어 비평-현황과 과제>(한국언론재단)에 실린 `미국과 한국의 미디어 전문기자 비교연구-데이비드 쇼와 손석춘'을 통해 LA타임스 데이비드 쇼 기자와 한겨레신문 손석춘 여론매체부장을 비교하며 바람직한 매체비평 방향과 대안을 모색했다.



그는 두 미디어 전문기자에 대해 언론 경력·근무환경·기사량·취재영역·기사양식·접근자세 등을 꼼꼼히 견주어본 뒤 가장 대조적인 특징으로 취재 시각의 차이와 자사 포함 여부를 꼽았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데이비드 쇼는 언론사나 기자에 대해서도 일상적인 취재를 통해 심층분석 기사를 쓰고 있으며 자신이 속한 회사의 비리까지도 추적하고 있다.



반면에 손석춘의 글은 한국 언론의 구조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춘 뒤 여기에 투영된 사실들을 정리한 것이 대부분이다. 또한 손석춘은 한겨레의 문제는 거의 다루지 않았다.



데이비드 쇼가 쓴 기사의 목록을 살펴보면 미국 미디어 전문기자의 취재대상이 얼마나 다양한지, 그리고 미국의 언론비평이 얼마나 활발한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데이비드 쇼는 대통령 후보 지지 사설의 영향력을 점검하고 언론과 경찰의 관계를 파헤치는가 하면 의학전문 학술지들이 주요 언론사의 의학관련 보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기도 했다. 또 기자들의 영어 사용 능력이나 위장취재의 폐해를 정면으로 문제삼는 기사도 취재 보도했다.



손석춘의 취재대상 역시 신문판매체제의 낙후성, 대북관련 보도의 선정성, 노동운동 보도의 편파성 등 다양한 영역을 포괄하나 언론사 소유구조의 문제점이나 주류언론사 논조에 대한 비평에 집중돼 있다.



두 기자의 차이점이 더욱 두드러지는 대목은 자사 관련 사안의 취재 여부. 데이비드 쇼는 자기 회사의 인사 이동 배경을 상세히 해설하는 것은 물론 전국 주요 신문의 문제점을 비교 분석할 때도 자사를 빼놓지 않았다. 심지어는 LA 인종폭동 당시 LA타임스의 논조를 거침없이 비판하는가 하면 LA타임스가 이윤추구 사업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추적 보도해 회사 경영진의 눈총을 받은 일도 있었다.



한편 손석춘이 95년부터 2000년 10월까지 쓴 언론관련 기사를 유형별로 분류하면 심층기획기사 40.2%, 칼럼 및 의견기사 35.7%, 스트레이트 기사 15.3%, 해설기사 8.9%로 나타났으며 99년 4월 데스크가 된 이후에는 칼럼성 기사의 비율이 급격히 늘어났다. 이에 반해 최근 1년간 데이비드 쇼의 기사는 스트레이트와 심층기획기사의 비중이 절반씩이었고 칼럼성 기사는 전무했다.



이재경 교수는 “언론비평에 가장 적극적인 손석춘 기자마저 객관적인 취재나 성역없는 보도가 아쉬울 때가 많다는 것은 아직도 우리 언론간 비평풍토가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지적한 뒤 `신문에 대한 신문보도'의 활성화를 위해 △언론전문기자 확충 △언론사 및 언론인에 대한 취재관행 확립 △자사에 대한 투명한 보도자세 도입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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