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서 소풍을 가면 학년별로 학부모회 임원들이 갖은 음식을 장만해서 보냅니다. 일식점이나 전문 요리점에 주문을 해서 진수성찬으로 차려드리기 일쑤입니다.
지난 달 4학년인 아들 녀석이 소풍을 갔을 때, 반별로 학부모회 회장들이 돈을 모아 음식점에 주문을 했습니다. 그런데 음식점 사정 때문에 어머니들이 손수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어 싸 날랐더니 선생님들 표정이 좋지 않았습니다. 혹시라도 음식이 입에 안 맞으면 대놓고 싫은 기색을 내보이기까지 하는 실정입니다.
운동회 때에도 같은 일이 있었습니다. 낮에는 학부모회 임원들이 상전 공양이라도 하는 양 급식소에서 선생님들 먹을 점심과 돼지고기 요리를 마련하느라 부산을 떨었습니다. 운동회 마친 다음에는 선생님들 목욕비 하라고 몇십만원씩 학년마다 챙겨드려야 했습니다.
왜 선생님들은 학부모들이 마련해 주는 특별한 음식을 먹어야 합니까. 아이들과 선생님이 한 자리에 어울려서 싸 온 도시락을 다 같이 펼쳐 놓고 먹으면 왜 안 될까요. 따져 보면 월급 받고 마땅히 할 일을 한 선생님 목욕이 어째서 학부모 몫으로 남는지요.
학부모회 임원들 대부분이 선생님들의 이런 요구를 탐탁스럽지 않게 여기지만, 자식 맡겨 놓고 어찌 그렇게 하느냐는 생각으로, 해 주고 욕먹을 바에야 화끈하게 잘해 주자는 마음으로 해마다 되풀이하곤 합니다.
어떤 이는 안 해 주면 그뿐이라고 하겠지만 사정이 그렇지 않습니다. 학부모회나 어머니회가 아예 없으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때로는 노골적이기까지 한 요구를 뿌리치기 힘듭니다.
소신 있는 교장 선생님이 그렇게나 모자라는지요. 두 개나 있다는 교원노조는 이런 사실을 과연 모르고 있을까요. 아니면 성가시기만 한 접대 풍토를 없애 달라고 학교운영위원회에 정식 안건으로 올리기라도 해야 하겠습니까?
정준옥(가명.여.39.창원시 상남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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