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고 회생 정부의지


교육인적자원부가 지난 83년 폐지한 실업고 졸업생의 `동일계열 진학제도'를 18년만에 부활한 것은 대학문호 개방을 통해 고사 직전에 있는 실업고 문제를 풀어보겠다는 정책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교육부는 지난달 22일 개최한 2005학년도 대입 수능제도 개편 관련 공청회에서 기존의 인문, 자연, 예.체능계열 이외에 실업계열을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밝혔고 내달중 방침을 확정할 계획이다.
한마디로 대학입시에 의해 모든 교육정책의 성패가 좌우되는 현실을 인정하고 고사 직전인 실업고에 즉효약을 투여, 회생시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최근 실업고의 상황은 심각하다는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지난 95년 전체 고교생수의 42.2% 인 91만1000명에 달하던 실업고생 수는 올해 현재 전체 고교생의 34.1%인 65만1198명으로 줄었다. 실업고의 신입생 미충원율은 99년 7.8%(2만2000명) 2000년 8.3%(2만명) 2001년 7.5%(1만7000명) 등으로 높은데다 해마다 약 5%의 재학생들이 중도에 탈락하고, 인문고쪽으로 전환하는 실업고도 급증하고 있다.
반면 대학 진학률은 90년에 8%에 그쳤다가 95년에 13.2%, 2000년에는 42.0%, 올해는 44.9%까지 치솟았고, 취업률은 95년 81.6%에 달했다가 98년 63.3%, 99년 57.7%,2000년 54.4%로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성적이 낮은 학생들이 입학, 학습의욕과 성취도가 떨어지고 `교실붕괴'가 가장심각한 곳도 실업고라는 것도 일반적인 인식이다.
교육당국으로서는 전체 고교의 38.5%에 달하는 759개 실업고를 외면할 수 없는입장에서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셈이다.
이에 따라 교육부가 내놓은 실업고에 대한 대학문호 개방 방침에 대해 전교조,한국교총 등 대부분의 교육 단체도 일단 "실업고를 살릴 수 있는 현실적 조치로 환영한다"는 지지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그러나 이런 방안은 실업고의 당초 설립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없어 장기적으로 실업고를 유명무실하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교육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동일계열 진학의 경우 정원외 특별전형으로 선발돼 일반 학생들에게 영향은 없지만 재외국민이나 농어촌 특별전형처럼 또다른 특혜가 아니냐는 시비에 휘말릴 수 있고, 대학측에서도 어느 정도로 수용할 지 지금으로서는 미지수다.
교총은 "실업고가 또다른 대입 준비기관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대학문호 확대 범위를 최소화 해야 한다"면서 "실업고를 정보고, 디자인고, 자동차고 등 특성화고로전환시키고 이에 필요한 교육여건을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농생명과학대의 모 교수는 "현재 실업고생이 배우는 교과내용이나 수준을 볼 때 대학교육과정을 제대로 이수할 수 있을 지 솔직히 의심스럽다"며 "자칫 잘못된 진로 결정으로 실업고생 스스로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동일계열 진학 허용은 원칙적으로 정원외 특별전형으로 실시하고 허용폭도 최소화했다"면서 "실업고를 근본적으로 지식정보화 시대에 맞는 인력 양성기관으로 육성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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