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가 앞치마를 두르고 한식 세계화를 위해 전면에 나설 때, 이미 2005년부터 한식세계화를 위해 미국 등지에 다니며 한식을 알리는 행사를 했던 필자로서는 많은 기대를 했다.

보잘것없는 한 개인이 자비를 들여가며 한식세계화를 외치는 것보다 대통령 부인이 직접 나서 홍보를 하면 현실적인 효과가 대단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많은 외국은 몰라도 국내에서만은 많은 사람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김윤옥 여사는 한식 세계화추진단 명예회장을 맡고 한류스타 배용준, 숙명여대총장 한영실 교수 등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홍보대사로 '비'가 참여하는 등 의욕적으로 출범했다. 그런데 해가 거듭될수록 '어?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대통령 부인만 있고 뚜렷한 목표 없어

한식세계화를 위해서는 한식이 표준화되어야 한다며 수십억을 들여 한식표준화 책자를 발간했지만 한식 요리책의 계량 단위만 바꿔 놓은 것에 불과하다.

그뿐만 아니라 국내외적으로 한식세계화가 대부분 알맹이도 없이 전시 행사에 머무르고 있다. 한식 세계화에 대통령 부인만 있지 뚜렷한 목표나 실천 계획이 없다. 과연 누가 미국 등 해외 한식식당 주방의 외국인 요리사가 적어 놓은 육개장 등 한식 레시피(Recipe)를 보고, 연구해 본 적이 있는가 묻고 싶다.

뉴욕이나 LA에 가면 그렇지 않은 집들도 많지만 이곳 식당들의 한식은 오히려 한국보다 더 전통적이며 감칠맛을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한국은 퓨전(Fusion)을 지향하지만 외국에 있는 동포들은 한식의 전통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이미 해외에 거주하는 동포 약 750만 중 해외 각지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면서 살아가는 동포들은 한식세계화 전면에 서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을 지원하는 정책이 바로 한식세계화에 성공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해외 동포식당들 대상으로 한 메뉴개발, 마케팅 교육 등은 물론 국내에 불러들여 세계한인 동포요리경연대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세계 각지에 있는 한식식당을 한단계 올리는 것이 바로 한식세계화다. 여기서 충분히 젊은이들의 일자리도 만들어질 수가 있다.

해외동포식당 지원정책이 성공 지름길

한나라당이 날치기 예산을 처리하면서 따낸 '한식세계화 예산' 242억 5000만 원 속에는 미국 뉴욕 맨해튼에 한식식당을 차릴 예산 50억 원이 포함되어 있다. 이 50억 원 때문에 현지 식당들도 속 앓이가 대단하다. 정부에서 하는 일이라고 미국 동부한식세계화 위원회를 만들어 한인식당 업자들이 모여 대통령 부인이 하는 한식세계화 사업을 적극적으로 도왔는데, 해외에서 어려운 역경을 견디며 일궈 놓은 동포 식당들과 정부가 경쟁을 하겠다고 하니 서운한 생각과 함께 안타깝다고 한다.

당시 한식재단 이사장 정운천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어느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한식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널리 전파해 나가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라고 말하며 "이러한 방안의 하나로 세계 곳곳에 국가대표 한식당을 차리는 전략을 세운다"고 야심에 찬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뉴욕 맨해튼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 한식재단이 운영하는 고급한식 식당을 차려 한식 세계화의 전진기지로 만들겠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현재 한식 세계화재단이 정부로부터 따낸 50억 원의 예산은 한해 반이 지나갔어도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한 상태이다. 25만 명의 결식아동 예산 (작년 기준 약 203억 원) 모두 삭감하면서 따낸 가슴 아픈 예산 50억 원은 자칫 불용예산이 될 우려가 예상된다. 만약 이 예산 50억 원이 불용 예산이 된다면 이 예산은 한식세계화의 무덤이 될 것이다.

어떤 이유로도 한식세계화의 내년 예산 확보는 명분이 없게 된다.

   
 
어쨌든 정부가 한식식당 같은 민간 영역에 진출한다는 발상 자체부터 잘못됐기 때문에 성공하기 어려운 사업이 아닌가 하는 일반적 여론이다.

/김영복(식생활문화연구가)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