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 수사 막바지…배후세력 규명 난항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창원지방검찰청 특수부는 6일 "컵대회 두 경기와 K리그 한 경기의 승부조작을 확인하고 있다"며 "오는 9일 구속된 선수들을 기소하면서 수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연루 선수 13명에 기소된 브로커는 2명 = 지금까지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거나 입건된 선수는 모두 12명이다. 대전시티즌 선수 7명 가운데 4명이 구속됐고, 광주FC에서는 골키퍼 1명이 구속됐다. 국가대표 출신 김동현(상주 상무) 선수가 지난 1일 구속된 데 이어 불법 베팅으로 거액의 배당금을 챙긴 것으로 드러난 김정겸(35·포항스틸러스) 선수도 5일 불구속 입건됐다. 지난달 30일에는 정종관(서울유나이티드) 선수가 "승부 조작 당사자로서 부끄럽다. 모두 내 책임이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숨졌다.

검찰은 '고의로 경기에서 져달라'며 선수들을 매수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브로커 2명을 지난 3일 기소했다. 브로커들은 4월 6일 러시앤캐시컵 대전-포항, 광주-부산 두 경기의 조작 대가로 대전시티즌과 광주FC 선수에게 각 1억 2000만 원과 1억 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브로커, K리그도 불법 베팅 = 검찰은 K리그에서도 승부 조작이 있었는지 여부에 막바지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브로커 중 1명인 김모(27) 씨가 지난해 하반기 K리그 정규경기에서 스포츠토토에 1억 원을 베팅해 2억여 원의 배당금을 챙긴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검찰은 ㄱ 씨가 스포츠토토 베팅에서 수천만 원을 잃은 사실도 파악했다.

검찰은 김 씨가 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 집중 수사하고 있다. 자금 출처를 쫓다보면 배후세력이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수사는 승부 조작에 가담한 전주인 이모(32) 씨가 선수 매수 대가로 브로커들에게 2억 8000만 원을 줬으나 해당 경기에 베팅을 못하자 돈을 돌려받으려는 과정에서 알력이 불거져 검찰에 단서를 제공하면서 시작됐다.

검찰은 또 김 씨가 창원지역 폭력조직인 '북마산파'와 연관된 것으로 보고, 폭력 조직이 개입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배후세력 규명 어려워 = 창원지검 곽규홍 차장검사는 6일 "승부조작이 은밀하게 진행되는 특성상 증거를 잡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처럼 전주와 브로커 사이에 알력이 생겨 드러나지 않는 이상 승부조작을 밝혀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곽 차장검사는 "심판도 알아차리기 힘든데, 심증만으로 모든 선수들을 다 불러 조사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창원지검에는 축구 외 다른 스포츠 종목을 포함해 승부조작 관련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

검찰은 이미 입건한 선수들과 브로커의 혐의를 보강 수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 안팎에선 다른 구단 선수나 경기, 다른 종목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지 않고 사실상 마무리하는 단계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곽 차장검사는 "승부조작 사실이 드러난 것 자체로도 의미있는 수사이지만, 배후세력 등 실체를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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