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말고도 살고 있네요] 유충 땐 징그러운 모습 성충 땐 우아한 잠자리로

개미지옥에 사는 개미귀신이라?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녀석이란 생각이 든다. 어떻게 해서 이 녀석은 이런 이름을 가지게 되었을까?

개미귀신은 명주잠자리의 유충으로 모래밭이나 산 속에 소용돌이 모양의 둥지인 개미지옥을 만드는데, 뒷걸음으로 빙글빙글 돌아가면서 모래를 밖으로 날려 보내 둥지를 만든다. 그리고 그 곳에 숨어 있다가 미끄러져 떨어지는 개미와 같은 작은 곤충을 큰 턱으로 물어 소화액을 주입한 다음 체액을 빨아먹고 사는 곤충이다.

   
 

털이 듬성듬성 난 몸은 타원형이고 큰 턱은 매우 가늘고 날카로워 자세히 보면 무섭게 생기긴 하였다.

요즘 웬만한 어린 아이들은 개미귀신에 대해 자세하게 알고 있다. 책을 통해 개미귀신의 생김새, 개미지옥의 모습, 먹이 습득 방법 등 웬만한 백과사전이나 곤충도감에 나오는 정보는 달달 외고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직접 관찰하거나 채집하여 길러본 아이는 전혀 찾을 수 없다. 우리 주위의 똑똑하다고 하는 아이들의 대부분이 이런 식이다.

얼마 전 교실에서 기르고 있는 개미귀신을 보고 같이 근무하는 분이 자녀를 데리고 와서 몇 시간 동안 모래밭을 뒤졌지만 한 마리도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책을 통한 경험이 부족한 시골 아이들이지만 우리반 아이들에게 부탁하면 모종삽 하나 달랑 가지고도 금방 몇 마리를 잡아온다.

풍부한 간접경험 후의 직접경험과 직접경험 후의 간접경험 중 어느 것이 더 효과적일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지옥에 사는 이 무시무시하게 생긴 귀신은 작은 곤충을 잡아먹고 번데기가 되어 유충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의 성충인 명주잠자리로 우화한다.

   
 

오늘도 우리 아이들은 쉬는 시간에 개미를 잡으러 간다. 곧 날개를 펴고 날아오를 명주잠자리를 꿈꾸면서……. /박재철(함안 중앙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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