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말고도 살고 있네요] "선생님, 도롱뇽 자라면 용이 되나요"

아이들이 잠자리 수채(어린 벌레)를 잡기 위해 진흙 여기저기 뒤적이다 도롱뇽을 잡았다. 아이들은 손뜰채에 잡힌 도롱뇽을 채집통에 넣으려고 했다. "그냥 살려주는 게 좋을 것 같은데"라고 말하고 돌아섰다. 아이들 손에 잡혀 온 도롱뇽은 봄에 알에서 깨어나 아직 갓난털도 벗지 못한 유생들이었기 때문이다.

"선생님 이 작은 도롱뇽이 자라면 용이 되나요?" 옆에 있던 아이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 상상력은 용과 도롱뇽이 닮은 점이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다. 날렵한 유선형 몸, 덩치에 비해 짧은 두 쌍의 다리, 긴 꼬리, 몸에 비하여 긴 목 모양. 누구나 한번쯤 도롱뇽이 자라면 용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할 수 있는데 아이의 상상력이 기특하기만 하다. 도롱뇽을 보면서 사람들은 상상의 동물 용의 모습을 창조하지 않았을까?

도롱뇽은 <훈몽자회>에서는 '도롱룡, 물룡, 석룡자'로 쓰고 있다. 물룡은 봄철 물 주변에서 발견되는 이유로, 석룡자는 여름을 앞두고 계곡으로 올라가 사는 '돌 아래 있는 용'이란 의미로 쓰인 듯하다.

정확한 이름의 유래를 알고 싶어 인터넷 사전을 찾아 보았다. <훈몽자회>(1527), 눈이 환해진다. <훈몽자회>는 조선 중종 22년(1527)에 최세진이 3360자의 한자를 33항목으로 종류별로 모아서 한글로 음과 뜻을 달아 놓은 학습서다. 이 한자 속에 도롱뇽의 흔적이 있다는 것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었고, 우리 역사와 문화 속에서 함께했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아이들이 한자를 통해서 도롱뇽을 공부했다니 재미있다.

설명하는 글에는 '도롱뇽'의 의미로 '도롱룡, 물룡, 석룡자'를 쓰는 경우가 있다고 되어 있다. 이런 말을 보면서 조상의 안목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물룡'이란 도롱뇽이 봄철 물 주변에서 발견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일 것이다. '석룡자'는 어떻게 풀이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돌 아래 있는 용' 이런 말로 짐작된다.

도롱뇽은 산란이 끝나면 계곡 주변이나 습기가 있는 돌 아래에서 생활한다. 이러한 사실을 정확하게 알고 '석룡자'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아닐까?

   
 

도롱뇽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레드 리스트(Red List : 관심필요종)로 분류돼 있다. 아이들 작은 손에 잡혔던 도롱뇽은 물룡인 셈이고, 아이들이 놓아준 도롱뇽은 여름 햇살이 달아오르기 전 계곡으로 올라가 석룡자가 될 것이다.

도롱뇽의 이름 속에 정확한 생태적 특성을 담아 이름을 불렀던 조상들의 슬기가 놀랍기만 하다.

/변영호(거제명사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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