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여자 송미영 이야기] (6) 23년 만의 재회

23년 동안 맺혀있던 가슴 속 응어리가 치밀어오르는 것 같았다. 뭐라고 울부짖는 듯했지만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옛 제자는 그렇게 한참동안 큰 소리로 울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예능보유자 조순자(67) 가곡전수관장이 지난 3일 오후 3시 20분 창원시 성산구 내동 호호국수 송미영 씨를 찾아갔다. 23년 전 수양딸과 후계자로 삼으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한 조순자 관장과 미영 씨의 사연이 경남도민일보에 보도된 바로 그 날이었다.

상가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호호국수의 단골이자 페이스북 창원시그룹 회원인 손민규(45) 씨가 조 관장을 식당으로 안내했다.

'호호국수' 송미영 사장과 조순자 가곡전수관 관장이 23년 만에 재회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사장님, 조 관장님 오셨는데요."

그 말에 놀라 주방에서 나오던 미영 씨의 다리가 휘청했다. 털썩 무릎이 바닥에 닿았다. 조 관장이 그녀를 부축해 안았다. 이내 식당 안은 눈물바다가 되어버렸다. 입구에서부터 미영 씨보다 먼저 조 관장을 발견한 동생 애영 씨의 얼굴도 온통 눈물범벅이었다. "저도 언니 따라 선생님 댁에 놀러도 가곤 했어요. 초등학교도 가기 전이었는데…."

미영 씨도 울며 뭔가를 계속 웅얼거렸지만 알아듣기 어려웠다.

"이제 울지마! 넌 성공했어. 고대광실에 있어서 성공한 것도 아니고, 이름이 높이 난다고 해서 성공한 것도 아니야. 널 예술가로 키우진 못했지만, 너처럼 따뜻한 마음을 나눠주고 사는 게 바로 성공한 거야."

"…지금도……지금도……어머니 딸로 태어나고 싶고…."

"뭐하러 딸로 태어나! 왜 다음 세상까지 가? 지금도 내 딸이야!"

"그게…. 흐엉, 엄마~."

"그런데 너 가야금 줄이 그게 뭐냐? 신문에 난 (가야금) 사진 보니 기가 막히더라. 내가 어떻게 가르쳤어? 가야금 줄 항상 가지런히 매어 놓는 것부터 가르쳤지? 이제 가야금도 하고 노래도 배우고, 예쁘게 화장도 하고, 알았지? 뚝 그쳐! 이제 그만 울어."

조순자 관장은 다시 미영 씨를 가르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얘 다시 가르쳐서 우리 전수관 목요풍류 무대에 세울테니까 그때 취재해주세요."

매주 토요일은 동생에게 가게를 맡겨두고 시간을 내라고 했다. 동생 애영 씨가 "언니가 음식을 다 하는데…"라고 말을 흐렸다.(사실 애영 씨는 둘째를 임신중이다.) 그러자 조 관장은 "배워! 손 뒀다 뭐해?"라고 호통을 쳤다.

이어 조 관장이 미영에게 고개를 돌렸다. "미영아, 너 사랑하는 사람들 참 많더라? 성공했어. 국악과 대학교수 된 것보다 더 좋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사랑해주고…. 자~ 이제 웃어봐!"

그렇게 30분을 훌쩍 넘겨서야 겨우 정신을 차린 미영 씨가 "선생님, 식사는 하셨어요?"하고 물었다.

"너희 호호국수가 맛있다며? 그거 먹어봐야지. 여기 계신 분들 오늘 국숫값은 내가 낼테니 다들 시키세요."

이날 옛 스승과 제자의 재회 광경은 기자를 포함해 모두 7명이 함께 지켜봤다. "이제는 미영이가 누구를 위한 삶이 아니라 송미영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아직도 미영이의 가슴에 응어리가 가득 차 있어요. 그걸 치유해야 해요. 음악으로 치유할 수 있어요."

미영 씨가 그동안 가야금 줄을 풀어놨던 것은 미련을 두지 않겠다는 다짐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날 조순자 관장이 시킨 대로 다시 가야금 줄을 매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

23년 전 가장 아꼈던 제자인 송미영을 당시 스승이었던 조순자 관장(중요무형문화제 제30호 가곡 예능보유자)이 찾아갔다. 미영 씨의 막내동생 애영 씨가 식당 밖으로 나오다 조순자 관장을 먼저 발견하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작지만 강한 여자 송미영 이야기>
1. 꿈에 부풀었을 때 사건은 발생했다
2. 떠돌이 막노동꾼을 '내 남자'로 선택했다
3. 운명을 원망할 여유조차 없었다
4. 갖은 폭행도 눈물로 삼켜야 했다
5. "아프냐? 네 소리에 슬픔이 배어 있구나"
6. 눈물과 함께 쏟아낸 절규 "아, 엄마…"
7. 나는 그때 이 아이의 사랑을 보았다
8. 돈이 최고란 생각은 부메랑처럼…
9. 어린것들 가둔 채 자물쇠로 잠갔다
10. 그래 너만이라도 훨훨 날아라
11. 지금부터 송미영의 시간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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