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24일 전격적으로 국회 등원을 선언, 새로운 정치스타일을 선보였다.

이 총재는 소수정권인 민주당 출범 직후 김종필 총리지명자에 대한 국회동의안 처리 저지 등으로 인해 지난 2년여간 여권으로부터 `정국의 발목을 잡는 정치인', `아마추어리즘을 못벗은 야당 총재' 등의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검찰 수뇌부에 대한 탄핵안 처리무산 이후 조성된 경색정국을 돌파하기 위해 그는 종전 정치스타일과는 180도 다른 `무조건 등원'을 밀어붙이는 추진력을 과시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자신의 등원론이 의원총회에서 당내 초·재선 강경파에 의해 흔들리게 될 `위기'에 몰리자 의총을 오후로 미룬 뒤 당초 예정된 기자회견을 강행하는 단호함도 보였다.

이 총재의 이런 `전략적 변신'은 지난 2년간 축적해 온 당에 대한 장악력과 강력한 차기 대선 예비후보라는 자신감이 어우러져 나온 결과로 분석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그간 자신에게 덧칠됐던 `편협'·`비타협'·`강경'이라는 이미지를 탈색해 나가는 이미지 창출작업의 일환으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이 총재는 최근 경제상황이 어려움에 처한 상태이기 때문에 당내 반발이 있더라도 국회를 선택하는 것이 국민적 호응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으며, 비로소 `대중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라고 그의 측근들은 말하고 있다.

그러나 당내 비주류 사이에는 “3김정치와 차별화를 외쳐온 이 총재가 당론 수렴이라는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고 당론를 결정한 것은 온당치 못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따라 당내 일각에서는 이 총재가 새로운 정치스타일을 착근시키는 과정에서 당의 다양한 의견을 통합, 매끄럽게 조정해 나가는 정치력을 좀더 발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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