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맛집] 창원 진동면 '펄 파라다이스'…남태평양 오지서 30년간 조개 수집해 만든 '진주천국'

구불구불 창원시 진동면 다구리 해안가를 따라가다 입구를 발견하고도 또다시 몇 번의 회전 끝에 도착한 '펄 파라다이스(Pearl Paradise)'. 원시부족이 매서운 눈을 부라리며 흑백사진 속에서 튀어나올 듯 목적지에 거의 다다랐음을 알리더니 입구에는 거대한 조각품이 시커먼 나체로 무뚝뚝하게 서 있다. 탁 트인 마당에서는 진동만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드디어 '진주 천국'으로 들어왔다. 1층은 레스토랑, 2층은 '식인종 마을'과 '심해' 등 테마코스로 꾸며진 갤러리다.

레스토랑이지만 볼거리가 넘쳐난다. 온통 바닷속이다. 작은 남태평양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희귀한 바다 생물들과 곳곳에 주인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들을 감상하다 보면 음식 나오는 시간이 짧게 느껴지겠다.

주황색 빛을 내는 조개는 섬섬히 어우러져 스탠드 조명이 되어 있고, 아기자기한 조개로 만든 발이 레스토랑 곳곳에 매달려 있다. 성게는 전등으로 화려한 빛을 내고, 야광 소라로 만든 조명도 눈길을 끈다. 조개껍데기와 전복껍데기 등은 테두리에 금박을 한 접시로 변신하고, 타이거 고둥으로 만든 냅킨꽂이, 양념 통 등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가공 소품들이 곳곳에 진열돼 있다.

지난 1976년 나전칠기 작품을 만드는데 쓸 조개를 찾으러 파푸아뉴기니로 떠나 30여 년의 세월을 전 세계 오지를 돌며 조개 채집에 몰두한 펄 파라다이스 임수택(62) 대표의 결과물이다. 수집품 중에는 때론 목숨과 바꿀 뻔한 희귀한 것들도 있고,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진귀한 명품도 있다. 모든 수집품에는 임 대표의 이야기와 추억이 있어 더욱 애틋하게 다가온다.

그래도 맛집인데 점심 끼니로 가볍게 먹을 '손수제비'를 시키고 자리를 잡았다. 임 대표가 직접 야자수 줄기를 엮어 만들었다는 테이블 또한 볼거리다. 직사각형 테이블 가운데가 옴팍하게 들어가고 그 안 역시 산호와 조개, 성게 등 현란한 바닷속이 만들어져 있다.

수제비가 커다란 진주 조개 껍데기에 담겨 나왔다.

손수제비가 커다란 진주조개 껍데기 안에 담겨 나왔다. "가장 좋은 그릇은 자연이라고 생각해 우리집 모든 메뉴는 자연에서 얻은 진주조개껍데기 등에 담겨 나옵니다. 반찬도 없어요. 메인 메뉴 고유의 맛을 제대로 느끼시라는 거죠."

하얀 조개껍데기 속 국물이 맑다. 맑디맑은 육수는 담백하면서도 가벼운 맛으로 입안을 가득 채운다. 수제비가 보드랍게 감긴다. 간혹 보이는 고추장을 섞어 빚은 수제비는 매콤한 것이 입맛을 돋우고 색도 예쁘다. 이색 그릇에다 천연 재료로만 맛을 낸 수제비를 먹으니 자연을 먹는 듯하다. 반찬이 단출해도 아쉬울 것이 없다. 조개는 제법 많은 양의 수제비를 담고 있다. 미역, 표고버섯 등 재료들이 살아있는 듯 싱싱하다.

임 대표가 전날 직접 구웠다는 순살 오리 훈제와 훈제 암퇘지를 몇 점 내놓는다. "아침부터 불을 피우고 솔로 가마 안을 깨끗이 닦고 4시간여 꼼짝없이 불 앞에서 구워냈죠. 오지를 떠돌면서 원주민들에게 배운 방법으로 구운 겁니다. 염장(소금 간)도 하지 않았고, 어떤 부재료도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참나무의 좋은 불꽃과 연기가 살균부터 맛까지 책임지죠."

적당한 기름기를 머금은 오리 훈제를 한 점 집어 양파와 마늘, 배를 갈아 만들었다는 소스에 찍었다. 보드랍기가 이를 데 없다. 정말 아무 양념도 하지 않았느냐고 임 대표에게 되물었다. 돼지 훈제는 머스터드 소스에 찍었다. 거친 맛이 없이 입 안에서 녹는다.

올 여름에는 야자수 통에 담긴 팥빙수를 내놓을 예정이다. 야자수 통도 보냉 효과가 있어 팥빙수 그릇으로 딱 맞을 듯싶어 임 대표가 개발한 것이다. 현재 연잎 쌈밥도 준비 중이다. 임 대표는 메뉴 개발과 함께 음식을 담을 그릇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터틀 셸'이라는 커다란 조개껍데기는 온갖 쌈채소가 담길 그릇으로 변신했고, 전복껍데기도 자개 느낌이 넓은 그릇으로 바뀌었다.

"맛도 있고 볼거리도 있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지난 10여 년 동안 제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40년 가까이 자개농 공장에서 나전칠기 공예사, 조개 가공공장 등 이 분야에서는 안 해 본 것이 없습니다. 이곳은 제가 살아온 모든 것이며, 노하우가 담겨 있는 곳이죠. 2층 갤러리는 생태체험박물관으로 만들어서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 살아있는 교육장으로 활용하고 싶습니다." 내비게이션으로 찾아갈 때 추천거리보다는 최단거리로 찾아가는 것이 더 빠르다. 

<메뉴>

□요리류

△훈제 통오리 4만 5000원(한 마리, 3∼4인분), 3만 원(반마리, 2인분)

△훈제 모둠 4만 5000원(3인분) △순살 오리 훈제 3만 원(중, 2인분)

△훈제 암퇘지 갈빗살(대 4만 5000원, 중 3만 원)

 

□식사류

△전복죽 1만 6000원

△해물스파게티 1만 2000원

△스파게티 1만 2000원.

△손수제비 8000원.

마산합포구 진동면 다구리 137-1.(055) 271-3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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