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속 생태] (38) 창포와 난초

◇비풍초똥팔삼 = 화투 초보인 나에게 먹을 것이 없을 때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이 10점짜리 난초 그림이다. 그런데 물가에 핀 이 꽃이 정말 난초가 맞을까? 그림만 보면 꽃창포를 닮았는데? 음력 5월이면 단오인데 창포가 아닐까? 붓꽃이나 아이리스도 비슷하게 생겼는데 어떻게 구별하지? 화투짝 5월 난초 그림에 숨겨진 그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음력 5월 5일 단오와 창포 = 우리 옛 여인들은 아름답고 부드러운 머릿결을 만들려고 해마다 단오가 되면 창포를 삶아 머리를 감았다. 칼날처럼 생긴 창포잎은 벽사의 의미가 있고 향긋한 창포 향기는 향문화와 아로마 테라피의 의미가 있고 창포의 성분이 머리에 좋다고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 그런데 창포는 꽃이 작은 소시지처럼 생겼다. 우리가 아는 예쁜 꽃이 아니다. 우리가 보통 창포꽃이라고 아는 것은 꽃창포와 붓꽃이다.

전체 그림의 위 부분은 꽃창포가 그려진 일본화투(왼쪽 4개)와 난초를 그린 한국화투.오른쪽은 위에서부터 꽃창포·노랑꽃창포·붓꽃(iris). 아래 부분은 오른쪽부터 왼쪽으로 붓꽃을 그린 빈센트 반 고흐의 회화 두 작품과 조선시대 이징의 '묵란도'.왼쪽 아래부터 위로 신윤복의 '단오도 풍속도첩', 작자미상의 창포도, 영어로 'iris soap'로 표기하는 창포비누.

꽃창포는 창포랑 잎은 비슷한데 꽃이 아름답게 피어서 꽃창포라 부른다. 꽃창포는 보라색 꽃이 피는 데 꽃이 노랑꽃이 피면 노랑꽃창포라고 부른다. 붓꽃은 종류도 참 많은데 모두 영어로 Iris라고 한다. 꽃창포, 노랑꽃창포, 붓꽃 모두 붓꽃과(Iris)지만 창포는 붓꽃과는 관계없는 천남성과다.

◇창포라 쓰고 꽃창포와 붓꽃을 그린다 = 일본 화투 난초를 정확하게 해석하면 난초가 아니라 5월 창포인데 꽃창포를 그렸다. 이런 오류는 현대 대한민국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창포비누를 보면 한글 이름은 창포비누인데 영어 이름은 Iris soap(붓꽃 비누)다. 그림도 붓꽃을 그려놓았다. 서울에 가면 서울창포원이 있는데 여기도 이름은 창포원인데 영어 이름은 Iris Garden(붓꽃 정원)이다. 창포와 꽃창포 붓꽃이 다른 줄 알면서도 창포라 쓰고 꽃창포와 붓꽃을 함께 그리는 것이다.

◇붓꽃과 꽃창포 = 꽃창포나 붓꽃이나 모두 같은 붓꽃 종류다. 붓꽃(iris)은 장미, 튤립, 국화와 더불어 세계 4대 꽃이라고 부를만큼 인기가 많다. 특히 고흐의 붓꽃 그림은 한때 가장 비싼 가격으로 팔리기도 했다. 일본에도 붓꽃(꽃창포)은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붓꽃(꽃창포)에 대한 전통 한국화 그림이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사군자의 난초 그림이 많았다. 선비들이 좋아한 매란국죽의 영향이 화투까지 미친 것이다. 그래서 일본 붓꽃 꽃창포 그림이 한국 화투로 넘어오면서 5월 난초가 되었다. 음력 삼월 삼짇날 앞에 이른 봄에 피는 춘란(春蘭)이 음력 5월 5일 단오에 물가에 피는 창포(꽃창포, 붓꽃)로 변신을 하게 된 이유다.

/정대수(함안중앙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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