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오백 년 동안 중앙 정치 무대의 중심에 서 있던 경상 사림 문화는 경상좌도 퇴계 이황, 경상우도 남명 조식 선생의 학파가 이끌어 왔다. 조선역사지리서인 택리지(擇里志)에는 조정의 인재 반이 영남인(朝廷人才半嶺南)이라고까지 했다. 이 사림문화가 만들어 낸 대표적인 음식이 바로 '헛제삿밥(虛祭飯)'이다.

서울·경기·전라도·충청도 어디를 가도 선비 음식이었던 '헛제삿밥'은 없다. 이 헛제삿밥은 안동, 대구, 진주에만 있다.

진주 비빔밥 등 '대표성' 빼앗겨

한국 음식 세계화의 대표적인 메뉴 하면 '비빔밥'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지금은 기내식으로 제공될 정도이다. 그런데 이 비빔밥 역시 전북 전주와 경남의 진주에서 예로부터 유명한 전통음식이다. 이 비빔밥은 경남에서 진주뿐만 아니라 통영비빔밥도 조선의 5대 비빔밥(평양·해주·전주·진주·통영) 중 하나였다.

냉면도 북한의 평양냉면이 유명하지만, 평양냉면 못지않게 유명했던 음식이 진주 냉면이다. 마산의 곰탕 등 경남은 지역마다 전통·향토 음식이 역사성을 갖고 맥을 이어오고 있었지만 가치를 만들어 내는 데 실패를 했다.

전주 분들은 서운하겠지만 사실 현재 국내외적으로 비빔밥 하면 '전주비빔밥'이 알려졌지만, 전주비빔밥의 원형은 가마솥에 콩나물을 넣어 밥을 한 후 참기름에 비벼 낸 두레음식으로 현재의 '전주비빔밥'과는 약간 거리가 멀다.

현재 전주비빔밥의 원형은 15년 전부터 '진주 비빔밥(七寶花飯)'을 벤치마킹(Bench-Marking)한 것이다.

전주비빔밥이 진주 비빔밥을 벤치마킹했다고 해서 탓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의 가치창출 능력에 박수를 보내야 할 일이다.

전라북도와 전주시는 전주비빔밥세계화 추진단을 구성하고, 전주비빔밥연구센터를 설립하였으며, 급기야 전주비빔밥 세계화에 성공했다.

이제 비빔밥 하면 전주비빔밥을 지목할 정도로 대한민국의 대표 음식이 되었다.

전통문화유산 조사, 자원화해야

2000년 필자는 진주 비빔밥, 진주 냉면, 진주 헛제삿밥을 조사해서 원형 복원을 해 진주시청에 제시한 적이 있다. 한편, 2008년에는 미국 맨해튼에 있는 한국문화원에서 비빔밥포럼과 32번가에서 비빔밥전시회를 한 적이 있다. 이때 필자는 진주 비빔밥을 소개하러 미국으로 떠나기 전 진주시청을 방문해 담당공무원에게 설명하고 참여를 요청했지만 그들은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현지에서 비빔밥 홍보를 위해 담당 공무원을 비롯한 비빔밥 외식업에 종사하는 분들을 데리고 미국에 도착한 전주시 송하진 시장을 만나 함께 비빔밥 퍼포먼스를 한 적이 있다. 그리고 공무원이나 민간인 할 것 없이 그들의 열정은 대단했다. 경남 전통문화의 보고(寶庫) 진주시가 매년 등 축제에 예산을 들이고 있지만 과연 등 축제가 시민들에게 미치는 경제효과가 얼마인지는 몰라도 유구한 역사를 통해 만들어진 전통문화의 가치 창출에는 실패한 것 같다.

   
 
비빔밥은 전주에, 헛제삿밥은 안동에 기득권을 빼앗기고 평양냉면 못지않은 진주 냉면의 존재는 진주 사람들조차 기억 속에 잃어버린 것을 2000년에 필자가 재현하여 현재 개인차원에서 상업화되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진주뿐만 아니라 경남에는 아직도 전통문화유산이 많이 있다. 경남의 전통문화유산을 유형별로 조사 테마(theme)별 관광루트(Route)를 개발 자원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김영복(식생활문화연구가)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