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눈처럼 충혈·입술 갈라져

아이를 키우다 보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릴 때가 잦습니다. 한밤중에 갑자기 고열이 나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다치는 등 언제 어디서든 긴장을 놓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 가운데 부모들이 아이가 아파 병원을 찾았다가 잘 알지 못하는 병명을 듣게 되면 더 크게 걱정·근심하고, 더 크게 놀랄 것입니다.

생소하기는 하지만 가와사키병(Kawasaki disease)이 있습니다. 고열 때문에 발생하는 혈관염인데 1967년 일본에서 처음 발병된 이후 현재까지 원인은 알려지지 않지만, 전 세계적으로 발병하고 있는 질환입니다.

가와사키병은 소아들에게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후천성 심장 질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4세 미만의 영유아가 전체 환자의 80% 정도를 차지하며, 6개월 미만의 아이들은 진단이 어렵습니다.

가와사키병의 주요 증상은 해열제를 복용해도 38.5℃ 이상의 고열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또 지속하는 고열이 5일 이상 계속되면서 양쪽 결막이 토끼 눈처럼 충혈되고 입술이 진한 붉은색을 띠면서 갈라지는 현상을 보이게 됩니다. 혀가 딸기처럼 오돌오돌해지며, 다양한 양상의 발진이 생깁니다.

손발이 붓기도 하며, 양쪽 목에 림프선이 크게 만져지기도 합니다. 특히, 영아들은 BCG 접종을 한 부위가 붉게 변하기도 합니다.

초기에는 심하게 보채며, 경우에 따라 설사, 복통, 두통, 소화장애, 기침 등을 보입니다. 갑작스럽게 고열이 나며 증상이 심해지면 심장질환의 합병증인 심근염, 판막 역류, 심낭 삼출증 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심장 초음파 검사를 시행합니다.

가와사키병으로 의심되거나 진단되면 입원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면역글로불린'이라는 주사제를 투여하게 되며 해열과 염증을 치료하도록 아스피린을 고용량으로 복용합니다. 발병 10일 이내에 급성기 치료가 시행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이러한 치료가 끝나면 회복 중에 혈소판 수치가 높게 증가하게 되며, 손가락이나 발가락 끝의 피부가 벗겨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한, 심장에 혈액을 공급해주는 관상동맥이 늘어나 파열, 혈전형성, 심근경색 등과 같은 합병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러한 합병증은 상당히 위험하기 때문에 퇴원 후에도 2개월 정도 저용량의 아스피린을 꾸준히 복용하게 되며 회복기에도 심장 초음파 검사를 한 번 더 시행합니다.

이름조차 생소한 가와사키병은 소아들에게 후천적인 심장병을 유발할 수 있는 병입니다.

가와사키병 자체는 원인이 알려지지 않아서 현재로서는 특별한 예방법은 없습니다.

가와사키병은 위에서 설명한 대로 전형적인 임상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나, 비전형적으로 이러한 특징적인 증상이 모두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흔합니다. 따라서 진단이 중요하므로 가와사키병을 의심하고 적절한 시기에 치료받는 것이 가와사키병으로 말미암은 관상동맥 합병증의 예방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한 번 더 강조하지만 빠른 진단과 치료에 의해 심장 합병증을 줄일 수 있도록 관리할 것을 당부드립니다.

/김성훈 교수(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소아청소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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