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상 여러 지역을 다니며 사람들을 만나고, 또 많은 문화예술인들과 대화를 나누면 대화의 화두 중 하나가 자신이 사는 지역 이야기들이다.

그러다보니 나를 기분 좋게 하는 상대의 인사말 가운데 하나가 "창원 살기 좋죠"다. 창원이 고향이자 창작활동의 중심인 나로서는 참 듣기 좋은 말이다.

그러면 살기 좋은 도시란 무엇일까? 그 요건들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전에는 생활환경과 생태환경이었다면 요즘은 여기에 문화예술을 더하고 있는 듯하다. 많은 연구기관들이 살기 좋은 도시를 평가할 때 인구와 주거환경, 교육환경, 녹지(공원)와 더불어 문화 환경을 평가 기준에 포함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를 의식해서일까? 몇 해 전부터 각 도시별로 그 지역의 특성을 잘 나타내는 주력 예술 분야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예로 통영의 음악제, 부산의 영화제, 진주 유등축제 등이 있다. 그러면 인구 108만의 통합 창원시에는 어떤 문화예술행사들이 있을까? 개인적으로 창원지역은 음악과 무대공연에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현재 음악이 많은 분야를 차지하지만, 통틀어 공연문화라고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창원은 어느 도시보다도 좋은 문화적 여건과 문화예술단체를 보유하고 있다. 또 대구, 부산 등 대도시와 인접해 이들 도시와의 문화예술 교류도 용이하다.

19세기 말 오스트리아 빈이 그랬듯이 우리는 역사를 통해 예술하기 좋은 도시에서는 필연적으로 좋은 예술가가 탄생하기 마련임을 안다. 또한 멀리 내다보면 좋은 예술가가 만들어낸 고급 예술은 결국 시민들에게 환원되어 삶의 질을 더욱 높여준다. 음악의 본고장인 유럽에 한번쯤 가본 사람들은 많이들 공감할 것이다. 꼭 유럽에 가보지 않더라도 신문·방송 등 여러 매체를 통해 모두 공감할 것이다. 문화예술적 역사와 시대적인 요구, 국민들의 참여가 잘 조화를 이루어 그 찬란한 문화가 만들어졌다는 것을….

지난 12일 '창원현대음악제(CCMF) 제1회 작곡발표회'가 창원대학교 예술대학 음악과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이번 작곡 발표회는 창원대학교 예술대학 음악과 김인철 교수를 중심으로 지역의 여러 작곡가들이 참여했으며, 지역 젊은 음악인들의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창원현대음악제'의 과제는 옛 마산에서 태동한 '합포만현대음악제', '경남작곡가협회 정기연주회' 등 우리지역의 창작음악회들과 어떤 차별성을 둘 것이며, 어떻게 내실을 다져나갈 것이냐다. 이는 외형보다 내면의 질적 성장에 더 충실해야 한다는 의미다.

   
 
창원현대음악제가 좋은 음악제, 창원을 대표하는 음악제로 발전하려면 문화적, 정책적인 여러 가지 여건이 뒷받침돼야만 실현 가능하다. 이것을 가능케 한 것이 바로 우리지역의 문화적 배경에 있다고 본다. 예술가들이 미소 지으며 활동할 수 있는 도시라면 시민들은 당연히 행복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예술하기 좋은 도시 창원이 좋다.

/전욱용(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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