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속 생태] (37) 장미와 기독교

◇지나치다 싶은 한국인의 장미 사랑 = 한국갤럽에서 조사한 자료를 보면 우리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꽃은 10명 중 4명(41.6%)이 장미를 꼽았다. 다음은 백합(7.5%), 국화(4.9 %)가 뒤따르지만 장미 사랑은 2위 3위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우리 국민의 맹목적인 장미 사랑의 이유가 궁금했지만 알 길이 없다. 어디 시원하게 풀이해 놓은 책이 없다. 그러던 중 학교 교화를 조사하면서 또 한 번 충격을 받는다. 경상남도 학교 1000여 개 중 26%의 교화가 장미꽃이다. 2위 동백꽃이 16%, 3위 목련꽃은 13%이다. 2위 3위와 견주어도 학교 장미 사랑은 거의 몰아주기 수준이다. 아마 꽃집에서 제일 많이 팔리는 꽃이 장미꽃이 아닐까? 만일 꽃집에 장미꽃이 없다고 상상해 보면 어떨까? 왜 이렇게 장미에 열광하게 되었을까?

◇장미를 좋아하는 이유 = 왜 이렇게 장미를 좋아할까? 이유를 찾아보면 제일 먼저 예쁘고 향기롭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미만큼 예쁘고 향기롭지 않은 꽃이 어디 있으랴. 객관적으로 장미의 꽃과 향기는 아름답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많은 국민의 맹목적인 사랑을 받을 만큼은 아니다.

두 번째로 향기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보면 장미꽃 향기에는 여성호르몬을 자극하는 성분이 있다고 한다. 여자들이 장미꽃 향을 맡으면 기분이 좋아지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남자들이 프러포즈할 때 다른 꽃보다 장미꽃을 선물하는 것이며 그만큼 성공 확률이 높다고 한다. 역시 설득력이 있으나 맹목적인 사랑의 이유로는 부족해 보인다.

장미가 한국인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공원이나 학교를 비롯해 가정집 담장 등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장미가 활짝핀 공원을 찾은 아이들이 터널길을 걷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세 번째는 종교의 영향이다. 성당에 다니는 이나 기독교 신자들에게 성당이나 교회에서 장미 무늬를 찾아보라고 하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장미는 바로 기독교의 상징 꽃이라고 할 수 있다. 메시아의 약속과 그리스도의 탄생을 상징한다고 한다. 하얀 장미는 성모 마리아의 순결을 상징하고 붉은 장미는 예수의 순교를 상징한다. 그래서 고딕 성당 입구의 크고 둥근 모자이크 창을 장미창이라고 한다.

◇장미는 서양 외래종일까? = 우리나라 역사에서 장미를 찾기는 정말 어렵다. 시조, 민요, 동양화, 도자기, 박물관, 한시, 민담, 소설 속에서 장미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장미는 서양에서 들어왔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기록을 찾아보면 <삼국사기>에도 <고려사>와 조선 왕조 실록에도 장미가 나온다. 우리 산과 들에도 들장미 찔레꽃이 있고 장미보다 향기로운 해당화가 바닷가에 가면 있다. 장미는 우리가 흔히 보는 덩굴장미(줄장미)와 나무장미로 나눈다. 장미는 야생종만 전 세계 200여 종 있다.

변상벽묘도묘접도에 등장한 장미.

◇장미 노래 정말 많다 = 시조나 민요에는 장미 노래가 하나도 없는데 갑자기 해방 이후 장미 노래가 많아진다. 심수봉의 백만송이 장미, 엄정화의 배반의 장미, 4월과 5월의 장미, 민해경의 그대 모습은 장미, 다섯 손가락의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대학가요제 밤에 피는 장미, 오승근의 장미꽃 한송이, 들장미 소녀 캔디, 베르사유의 장미, 장미의 미소, 에디트 피아프의 장밋빛 인생, 요즘 나가수에서 김범수가 다시 부른 그대 모습은 장미까지. 여러분은 어떤 장미 세대일까요?

장미는 밤에 핀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85년 MBC 대학가요제 금상 수상곡인 '밤에 피는 장미'를 듣고 자란 세대다. 비오는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주고 싶은 이는 다섯손가락 노래를 듣고 자랐다. 장미를 들고 사랑 고백을 하고 싶은 사람은 고백송으로 신인수의 '장미의 미소'를 생각하는 분이다. 당신에게서 꽃내음이 나네요 / 당신의 모습이 장미꽃 같아 / 당신을 부를때 당신을 부를때 / 장미라고 할래요 (4월과 5월, 장미)

장밋빛 스카프만 보면 내 눈이 빛나고 걸음이 멈춰진다. 그러면서 내가 왜 이럴까 오지 않을 사람을 어디선가 웃으면서 와줄 것만 같은데 하며 노래를 부른다.(윤항기 장밋빛 스카프)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장미가 생각나면 들장미 소녀 캔디 세대이고 바람 한 점 없어도 향기로운 꽃이 생각나면 베르사유 장미 세대이다.

◇기독교와 흰 국화, 카네이션, 사랑의 열매 그리고 장미의 관계 = 장례식에서 불교의 연꽃 꽃상여에서 기독교식 장례 문화와 절충점을 찾은 것이 하얀 국화 장례문화로 바뀌었다. 하지만 지난 30년간 갑자기 장례식 문화가 왜 하얀 국화로 바뀌게 되었는지 아무도 제대로 설명을 못하고 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가슴에 다는 사랑의 열매도 예수님 골고다 언덕에 가시관을 쓰고 오르실 때 그 가시관인 호랑가시나무이고 그 열매가 사랑의 열매인 것이다. 하지만 사랑의 열매 홈페이지에는 처음 들어보는 우리나라 야생 나무 열매가 정답이라고 하고 있다.

어버이날 카네이션 문화보다 더 오래 전 우리에겐 패랭이꽃을 그려 부모 오래 사시길 기원했다. 정조대왕은 복숭아꽃 3000송이를 종이로 만들어 어머니 혜경궁홍씨 환갑 잔치에 올렸다고 한다. 복숭아꽃은 장수를 상징한다. 이렇게 부모께 효도하는 패랭이꽃과 복숭아꽃이 있는데 왜 해방 이후 갑자기 카네이션으로 효도화를 만들었을까?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달게 된 유래를 찾아보면 역시 선교사, 교회, 교인들 이야기로 정리할 수 있다. 올해 수원시에서 효도화(孝桃花)로 정조대왕의 종이로 만든 복숭아꽃을 달아준다고 한다.

/정대수(함안중앙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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