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학자들은 한국미의 본질을 어디에서 찾았을까?

국문학자 조윤제는 한국 문학의 본질을 '은근과 끈기'라고 했고 국문학자 이희승은 '멋'이라고 하면서, 예로 한복의 긴 고름이나, 저고리의 휘장, 섶귀의 날카로움, 한국 가옥의 추녀선을 들었다. 그리고 멋은 중국의 풍류보다는 해학미가 더하고, 서양의 유머보다는 풍류적이라고 했다.

시인 조지훈도 1964년에 <멋의 연구-한국적 미의식의 구조를 위하여>라는 논문에서 미를 표현하는 어휘로 '아름다움'과 '고움', 그리고 '멋'을 들었다.

이때 멋은 처음부터 멋 내려고 해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원숙해진 다음에 저절로 발로되는 것이라 했고, 예로 추사의 글씨가 보여주는 고졸함은 미숙함에서 오는 것이 아니고, 완숙한 뒤에 흥취가 더해져서 저절로 발로된 것이라 했다. 그리고 덧붙여서 멋은 일종의 왜곡이고 여유의 표현이며, 유희의 기분이 드러난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멋은 낙천적인 정신성의 표현이며, 삶에서 잠시 벗어난 감정의 표출로 삶에서 빚어지는 현실의 아픔을 벗어나고자 실용적인 것과는 무관하게 일어나는 미적 충동이라고 했다.

시인 신석정은 멋이 세상을 멀리하고 꽃밭을 어정거리며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에 마음을 쏟는 것이라 했고, 수필가 피천득은 '맛과 멋'이란 글에서 '맛은 감각적이요, 멋은 정서적이다. 맛은 적극적이요, 멋은 은은하다. 맛은 생리를 필요로 하고, 멋은 교양을 필요로 한다. 맛은 정확성에 있고, 멋은 파격에 있다. 맛은 그때뿐이요, 멋은 여운이 있다. 맛은 얕고, 멋은 깊다. 맛은 현실적이요, 멋은 이상적이다'고 했다.

이처럼 많은 학자들이 한국미의 본질을 '멋'에서 찾고 있다. 사전에서 '멋'은 인간의 행동양식, 예술 ·기예 및 사물의 존재양식에서 한국인의 독특한 감각으로 여과(濾過)·표출되는 미적 관념(美的觀念), 또는 그 미적 형태라고 한다. 중국의 풍류(風流)나 서양의 유머가 한국의 멋에 가깝다고 하지만 멋의 한 속성(屬性)으로서 멋의 한 단면일 뿐 멋이라는 개념과는 거리가 멀다.

따라서 멋은 그만큼 한국적 독자성을 가진다. 한국에서 멋은 미적인 것을 대변하는 가치 개념어다. 우리는 '옷 차림새나 행동, 됨됨이' 등이 세련되면 멋있다고 한다. 옷 차림새나 행동의 멋은 외향적인 형태고, 됨됨이라고 할 때는 정신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멋대로'는 '아무렇게나 하고 싶은 대로'라는 뜻이 되고, '멋없다'라고 하면 격에 어울리지 않게 아주 싱겁다는 뜻이 된다.

   
 
이처럼 이중적이고, 대립적인 뜻을 공유하고 있는 멋이 우리 미의식의 기본구조이며 한국미의 본질인 것이다.

/황무현 (마산대학 아동미술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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