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순 껍질 벗겨 쌀뜨물로 살짝 데쳐 모시조개 넣고 끓이니 '뚝딱'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하지 않던가?

손질해 놓은 죽순을 가지고 와서도 어떻게 요리해야 할지 모를 판에 껍질째 덜컥 죽순을 사고 보니 어떻게 요리해야 할지 난감하다. 그냥 초장에 찍어 먹기는 양이 조금 많았다.

일단 요리책을 뒤졌다. 죽순 맑은 조개탕을 끓이기로 했다. 모시조개를 넉넉하게 샀다. 팽이버섯도 한봉지 사고 대파도 샀다. 칼칼하게 먹으려면 붉은 고추도 넣어야 하는데 아이랑 함께 먹으려고 붉은 고추는 뺐다.

일단 해감부터 하기로 했다. 매번 조갯국을 먹을 때 드문드문 씹히던 모래가 생각났다. 기본이 중요한데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해감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탓이다. 친정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제대로 해감을 시킬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활(살아있는) 조개로 샀니? 모시조개를 일단 손으로 비비듯이 여러 번 씻어 조개껍데기에 묻어있는 모래를 털어내고 물에 살짝 헹군 뒤 굵은 소금을 넉넉하게 넣어 검은 비닐봉지에 싸서 냉장고 안에 넣어둬. 바닷속이랑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야 조개가 숨을 쉬면서 해감이 되지. 반나절 정도 두면 된다. 그리고는 조개를 꺼내서 맑은 물에 1시간 정도 담가 냉장고에 다시 넣어. 짠맛을 좀 없애야 하니까. 그러고는 물에 살짝 헹궈 체에 밭쳐 냉장고에 넣어 두면 요리할 때까지 싱싱하게 살아있을 거야."

죽순 껍질을 일단 벗겨본다. 옥수수 껍질 까지듯이 술술 벗겨지지만 정확히 마디가 끝날 때마다 껍질이 끝난다. 끝으로 갈수록 마디가 촘촘하다.

껍질을 벗기고 칼로 2등분을 내었다. 칼이 쑥 들어간다. 이렇게 여린 죽순이 그 단단한 대나무가 된다니 믿기지 않는다.

죽순은 어리긴 해도 속은 이미 대나무의 모습을 다 갖추고 있다. 속에 마디가 촘촘히 생겨 있는데 어찌나 성장이 빠른지 마디와 마디 사이가 채워질 시간이 없단다. 이게 바로 대나무가 속이 빈 이유란다.

일단 껍질을 벗긴 죽순을 끓는 쌀뜨물에 살짝 데쳐 건져냈다. 조금 식기를 기다려 속껍질을 사과껍질 깎듯 조금 딱딱한 부분은 많이 깎아냈다. 죽순을 적당한 크기로 썰었다. 식당에서는 죽순은 납작한 빗살 모양으로 먹음직스럽게 나오던데 막상 해보려니 잘되지 않는다. 그냥 부채 모양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대파도 어슷하게 썰었다. 팽이버섯도 밑동을 자르고 나서 물에 살짝 헹궈 먹기 좋은 가닥으로 준비했다.

냄비에 불을 적당히 붓고 손질한 죽순과 모시조개를 넣었다. 약간의 맛술을 넣어 센불에서 끓이기 시작했다. 찬물에서부터 모시조개를 넣는 것이 포인트다. 익으니 모시조개 입이 쩍쩍 벌어진다. 활조개를 써야 한다는 이유가 여기 있다.

모시조개 입들이 벌어지고 난 후 팽이버섯과 대파를 넣었다.

흰 거품을 여러 차례 걷어내니 뽀얀 국물이 제법 그럴싸하다. 소금으로 간을 맞추면서 불을 껐다. 시원한 국물 맛이 그대로 전해온다. 팔팔 끓였는데도 아삭아삭 죽순 씹히는 맛도 괜찮다.

부드러운 조갯살이 죽순과 제법 어울린다. 제철 음식으로 개운하게 한 그릇 먹고 나니 맛도 건강도 챙긴 듯해 뿌듯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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