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뭐 납니꺼?] 창원 종합버스터미널 뒤편 팔룡5일장…짙은 녹색일수록 '싱싱'

아침부터 하늘은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다. 비가 온다는 날씨 예보가 있었지만 하늘은 흐린 듯 갤 듯 쉬 표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9일 오전 서둘러 5일장이 서는 창원 종합버스터미널 뒤편 팔룡장을 찾았다. 어느새 빗줄기는 조금씩 굵어지기 시작했다.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비 소식을 기다렸다 해도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비는 반가운 손님이 아니다. 장을 보는 사람에게도 비는 번거로움을 보탠다. 우산에다 자꾸 무거워지는 장바구니까지 들라치면 손목에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팔룡장은 한산했다. 주부들이 장을 볼 시간이 아닌데다 궂은 날씨도 한몫을 한듯하다. 하지만, 판을 벌이는 상인들의 손길은 분주하다.

여러 가지 색깔 여름 이불을 들고 나온 이불장사 아지매부터 고소한 향기를 풍기는 뻥튀기, 각종 생선과 채소, 화분과 모종 등 '없는 것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껍질째 장작 쌓아올린 듯 켜켜이 늘어선 죽순에 눈이 갔다. 음식점에서 뽀얀 속살을 드러낸 죽순만 보다가 막 캐낸 듯한 껍질을 고스란히 입은 투박한 죽순을 보기는 처음이다. 남자어른 굵은 팔뚝만 한 죽순이 하나에 3000원이다.

창원종합버스터미널 뒤편 팔룡장에 장작처럼 쌓아올린 죽순이 가득하다.

"어떻게 손질해요?" 남자 상인은 무심한 듯하면서도 상세하게 설명해 준다. "껍질을 벗겨서 데쳐 초장에 찍어 먹든 버섯이랑 볶든 일단 삶아야 돼요. 너무 크모 잘라 삶으면 되는데 가로로 말고 세로로 2등분을 하든지 등분을 여럿이 내든지 그건 요리하는 사람 맘이고."

"집에서 해먹은 적은 없는데, 어떻게 요리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네요"라고 엄살을 부렸다.

"쌀뜨물로 삶으면 떫은맛이 사라져서 더 좋아요. 쌀눈에 있는 효소가 죽순을 부드럽게 한다고 하대요. 겉껍질을 벗겨 내고 깨끗이 씻어서 데치듯이 삶고 난 다음에 거친 속껍질을 벗기고 먹고 싶은 대로 요리하면 돼요. 삶은 다음에 밑동은 사각거려서 좋기는 한데 조금 질기니까 푹 끓여서 먹는 국이나 된장찌개에 넣어서 먹으면 되고요, 윗부분은 초장에 찍어먹으모 부드럽고 그만이지요. 그게 바로 죽순회 아닙니까?"

     
 
  <죽순나물>  

지나가던 사람도 말을 보탠다. "너무 많으모 남는 것도 삶아서 보관해야 한다. 죽순은 아침에 캐면 그날 묵어야 한다고 하지 않더나? 죽순은 생것으로 그냥 두모 떫은 맛과 쓴맛이 강해져서 못 먹는기라. 내도 좀 주소. 죽순은 이때 아이모 장에서 구경도 못 한다. 지금이 딱 제철이제."

죽순은 5월이 제철이다. 캔이나 냉동식품이 있어 1년 내내 즐길 수 있긴 하지만 대밭에서 캐 온 죽순을 바로 먹을 수 있는 시기는 바로 이때뿐이다. 주성분은 당질과 단백질, 섬유소여서 비만을 예방하고 변비에 좋다. 비타민 A, B1, B2와 무기질이 풍부해 변비예방에도 효과적이다. 특히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삶은 죽순은 얇게 썰어 쇠고기 또는 돼지고기를 섞어 양념해서 먹어도 되고, 볶은 죽순채로 반찬으로 곁들여 먹으면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또 죽순에 들어 있는 칼륨은 염분 배출을 도와주므로 혈압이 높은 사람에게 특히 좋다. 단 성질이 차기 때문에 위가 약한 사람은 먹을 때 주의가 필요하다.

     
 
  <마늘종 멸치볶음>  

"싱싱한 걸로 하나만 주세요" 하자 죽순을 들어 보이며 "죽순 껍질은 짙은 녹색이었다가 시간이 지나모 갈색으로 변해요. 갈색 잎이 많은 것은 오래된 거지. 보이소. 잎이 녹색이지요. 이걸로 가져 가이소."

죽순을 사고 다시 장을 돌았다. 새파랗고 단단해 보이는 마늘종이 눈에 띄었다. 마늘종 역시 지금이 제철인데다 봄날 개운하게 먹는 밑반찬으로 그만일 듯싶다. 1단에 1500원이다.

"간장이랑 식초 넣어 장아찌로 하든지, 오늘 바로 해서 드실라모 마른 새우나 멸치 좀 넣고 볶아서 내놓으면 고소하니 맛있을기라"라고 채소 파는 할머니는 묻지도 않았는데 친절하게 요리법을 설명해 준다.

마늘이야 항암작용을 하는 것은 널리 알려진 것이고 마늘종 역시 알리신 성분이 그대로 있어 면역을 높이는 것은 물론 항암작용을 한다. 따뜻한 성질이어서 손발 찬 데 좋다고 한다.

장을 나설 때쯤 날은 맑은데 이슬비가 내린다. 호랑이 장가가는 날인가 보다. 2001년 현대식 상남 시장이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에 들어서면서 창원시는 주변에 노점과 난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장터를 잃어버린 노점과 난전 상인들의 반발은 극심했다. 그래서 자리를 바꿔 새로 장이 선 곳이 창원 종합버스터미널 뒤편 팔룡동 5일장이다. 상남장과 마찬가지로 4·9일 장이 열린다. 예전만큼의 시끌벅적한 장터 모습은 아니지만 넉넉한 시골장의 여운은 장바구니에 고스란히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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