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 있습니다] 부실 드러난 4대강 사업 환경영향평가

최근 이명박 정권의 개각에서 4대강 사업을 강행하도록 면죄부를 준 환경영향평가협의·사후 환경조사 등을 주도한 이만의 환경부장관이 환경부를 떴습니다. 이런 것입니다. 국민이 반대하는 문제 많은 개발사업이 추진돼도 그 사업의 정책 결정자는 책임지는 일 없이 떠나버릴 수 있습니다.

담당 공무원도 그랬습니다. 낙동강 사업 환경영향평가 협의 업무를 추진했던 일선 공무원들은 환경영향평가 협의 완료 뒤 낙동강유역환경청을 떴습니다. 환경부에서 1년간 근무하고 왔는데 과장으로 진급해서 왔더군요. 그런데 4대강 사업 공사 현장의 낙동강변 주민들은 느닷없이 발생한 문제들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달 25일 영남자연생태보존회장 류승원 박사가 폐사한 귀이빨대칭이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경남도민일보DB

환경영향평가에서 두루뭉술하게 지적됐거나 아예 제기조차 안된 문제들로 낙동강 곳곳에서 피해 주민들이 발생했습니다. 구미 취수장 취수 중단, 귀이빨대칭이 대량폐사, 합천보 함안보 침수, 함안 성산마을 침수, 농업용수 양수장 취수구 수위 저하로 취수 불가 등 헤아리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많은 문제들이 발생됐거나 제기됐습니다.

8일 새벽, 구미취수장 임시보가 무너져 김천·구미·칠곡 50만 주민들의 식수 공급이 중단됐습니다. 강바닥이 준설로 낮아지면서 취수구 수위 유지를 위해 3m 임시보를 설치했던 것입니다. 갑작스레 수돗물 중단을 당한 해당 주민들이 행정에 전화를 해도 이유를 들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낙동강물을 먹는 주민들은 모두 이런 불안 속에 삽니다.

창원시민들 식수를 취수하는 칠서취수장도 구미와 똑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취수구 수위 저하에 따른 취수 중단 발생은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지적됐지만 임시제방 가설로 수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허술한 보완 대책으로 협의를 해준 것입니다. 환경부는 수백만 낙동강 유역 주민들의 식수보다 4대강 사업을 더 중요하게 취급했습니다.

지난 2월 발생한 15공구 준설선 침몰과 기름 유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고 현장은 김해시민 식수원에서 불과 7㎞ 상류였습니다. 자칫 대형 식수 오염으로 이어질 뻔했습니다. 경북에서 부산까지 대도시 수백만 주민이 낙동강물을 식수로 하는데 이 곳에 기름통을 실은 준설선 공사를 허용하면서 준설선 침몰과 낙동강 수질 오염은 전혀 예측하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사고 발생 4개월이 다 돼 가지만 조사 결과도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사고를 두고 현 이상팔 낙동강유역환경청장이 2월 22일 시민단체 간담회에서 “시민단체가 지나치게 과잉반응한다. 이 정도 사고는 당연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인데…….”라고 했던 발언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이런 청장의 발언은 정체성이 실종된 환경부 공무원의 실체를 똑똑히 보여주는 방증입니다. 이런 정도의 일로 이명박 정권하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의 어려움을 몰라주는 너무 심한 평가라고 안쓰럽게 판단하면 안됩니다. 이런 사례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4월 19일 환경영향평가서에도 없던 멸종위기종 1급 귀이빨대칭이가 합천보 공사 구간에서 대량 폐사된 상태로 발견되었습니다. 시민환경단체는 4월 26일 낙동강유역환경청을 찾아 귀이빨대칭이는 법정보호종인 만큼 업체에 맡기지 말고 정부가 직접 조사해 보전대책을 세우라고 요구했습니다.

김승희 낙동강유역환경청 환경관리국장은 “환경부만 아니라 국토해양부도 정부다. 정밀조사 명령은 시행청인 국토해양부에 하게 되니 정부가 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사람 기막히게 하는 발언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국토해양부와 환경부는 업무가 각기 다르며 특히 두 부처는 환경과 관련해서는 너무 상충되는 부처입니다.

귀이빨대칭이 보전은 당연히 환경부의 책무이며 4대강 사업은 국토해양부가 강행하는 것으로 공사 현장에서 발견된 귀이빨대칭이는 공사에 거추장스러운 존재일 뿐입니다. 멸종위기종 1급인 귀이빨대칭이 보전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낙동강청 환경관리국장이 국토해양부도 정부라며 귀이빨대칭이 정밀조사를 시행청 혹은 공사업체가 해도 문제없다고 강변하는 모습은 웃을 수 없는 희극이었습니다.

낙동강변 농민들이 겪는 문제도 어이가 없습니다. 농사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바로 국민들의 식량 생산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그런데 4대강 사업이 농업에 미칠 영향에 대한 평가는 통째로 누락돼 있습니다.

환경영향평가에서는 제기도 안된 문제로 준설에 따른 낙동강 수위 저하로 낙동강변에 취수구를 내리고 있는 농업용 양수장 취수 불가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합천군 덕곡면 율지 등에 농업용수를 양수하는 시설은 평소 낙동강물에 잠겨 있습니다. 그런데 준설로 낙동강 수위가 낮아지면서 취수구 주변에는 물이 한 방울도 없게 됐습니다.

당장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모내기가 걱정입니다. 주민들은 생각도 못한 일들 앞에서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이런 문제들을 두고 시민사회단체는 환경영향평가 재실시를 요구하나 환경부(낙동강유역환경청)는 남 일 보듯 합니다. 이런 환경부(낙동강유역환경청)에 환경영향평가 부실 협의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냥 봐주기에는 고통 받는 주민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공무원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직업입니다. 그들의 업무가 사사로운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에 큰 영향을 주는 중대한 공무임을 재인식시키고 다시는 재발되지 않도록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임희자(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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