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입니까?"

얼마 전 끝난 주말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남자 주인공 대사가 아니다. 외래에서 환자를 대할 때 항상 나에게 하는 질문이다.

이전, 의료에 대한 글을 부탁받았을 때 난 항상 회의적이고 부정적이었다. 넘쳐나는 의료 정보 속에서 컴퓨터나 심지어 휴대전화로도 그 병에 대한 정보, 치료와 경과를 알 수 있는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이 칼럼이 얼마나 도움될까 하고 말이다. 또 같은 병이지만 복잡 다양한 상태나 경중이 다른 환자를 칼럼내용으로 단순하게 판단해 진료에 혼선을 줄까 싶어서다. 하지만, 이번에는 연세가 지긋하시고 허리가 불편하신 분들을 대할 때 의사들의 생각과 고민을 더해 이야기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컴퓨터의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척추 신경관이 좁아지는 척추관 협착증은 어르신 허리병의 하나로 신경이 내려가는 척추관이 좁아져서 기계적으로 압박되거나 신경근의 화학적 자극에 의해 증상을 유발하게 되는 질환이다. 우리 주위에 유모차를 밀고 다니는 어르신들이 이 허리병으로 고생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쪼그리고 앉을 때나, 몸을 앞으로 구부렸을 때 척수강내 압력이 낮아져 더 편하게 느끼기에 길을 걷다가도 쪼그려 앉아 쉬었다 가기를 반복하거나 유모차를 밀어 앞으로 숙이는 자세를 취하게 된다.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땅기며, 다리에 힘이 없어 걷지 못해 외래를 찾는 많은 어르신에게 약물이나 물리치료는 한시적인 경우가 많고 바로 효과를 보기가 어려워 만족하기가 어렵다.

또한, 수술을 결정하기에는 고령, 기저 질환, 수술비, 수술 후 통증 등의 여러 가지 희생을 감수해야 하기에 우리 의사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허리 질환, 삶의 질에 관한 문제

이 병은 생과 사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질에 관한 문제로 수술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사람이 죽는 것은 아니므로 여러 가지 상황을 의사는 고려해 치료 방향을 정한다.

특히 어르신의 허리병은 사진이나 검사내용에 근거해서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검사 결과에 근거하는 참기 어려운 불편함(통증, 하지근력약화, 생활 양상의 변화), 또한 수술할 수 있으며, 그것을 보호자가 지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수술을 결정하게 된다.

이 질환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3분의 1은 안정화되고 △약 3분의 1 정도는 2~3년 후 악화하며 △나머지 약 3분의 1은 수술적 치료가 필요해진다. 따라서 먼저 수술적 방법을 선택하기보다는 약물과 물리치료를 시작하는 것을 추천하고 있고 이에 반응이 없을 시에는 경막 외 주사요법, 경막 외 척수 신경 박리술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국소 마취하에 시술되는 이 시술법 효과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일 수 있어 수술을 결정하기 이전에 시도해 볼 수 있지만 비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여러 비수술적 방법이 실패하였을 때는 수술적 치료를 계획하게 되는데 허리 뒷부분을 절제한 후 신경이 협착된 부위를 감압시켜주는 수술을 하게 되며 이때 금속고정을 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수술 앞서 약물·물리 치료부터

금속 고정술 즉 유합술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수술하는 의사의 판단에 의해 결정되지만 최근 수술의 경향은 유합을 하지 않고 감압을 해주는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수술 환자의 약 60~80% 환자가 호전되며, 10%에서는 호전되지 못하고, 10%에서는 악화될 수 있다. 수술을 한다고 해서 젊은 시절의 허리로 돌아가지는 않는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어야 하고, 높은 기대를 하는 것은 수술 후 만족도가 떨어지는 하나의 큰 이유가 될 수 있다. 이런 치료의 결정은 환자의 상태나 상황이 고려되어야 하고 거기에 의사의 의학적 지식과 의료윤리가 더해져야 최선의 치료선택이 되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그마저도 최선의 치료 선택이지 최선의 치료 결과는 아니니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하지만, 모든 병을 고칠 수 없는 인간인 의사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생각한다.

"최선입니까?"

다시 한 번 나에게 물어본다.

   
 
/윤종호 부장(마산센텀병원 정형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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