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말고도 살고 있네요] 우포늪 자연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

지난 3월 12일 창녕 유어면 우포늪 세진마을에서 따오기 자연학교가 개교했습니다. 11명 이내의 작은 주말 기숙학교가 열립니다. 스스로 사는 법과 자연을 사랑하는 법을 학습하는 곳입니다. 입학식은 아이들이 밭을 일구어 씨를 심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밤에는 별을 보고, 교육 과정 워크숍도 하면서 1년 동안 공부할 내용을 토론했습니다.

자연학교는 복잡한 교육 과정보다는 마을에 사는 어른들의 삶을 배우고 자연을 체험하면서 1박 2일을 보냅니다. 잠자는 방은 장작불을 때는 곳이기 때문에 근처 야산에서 간벌한 나무를 가져와 직접 불을 지핍니다. 지난 몇 주는 불 땐 방에서 책도 읽고, 낮에 활동한 일을 간단하게 표현해 보기도 했습니다.

우포늪 자연마을에서 즐겁게 노는 아이들.

요즘에는 사랑채 방안에서 불을 끄고 모두 누워 담 너머 논에서 나는 개골개골 소리와 소쩍새 울음소리를 숨죽이며 듣기도 한답니다. 지난주 글쓴이의 기록장에는, "나는 주말 자연학교에 우리 아이들이 하루 전인 금요일은 바쁘다. 그리고 꿈을 꾼다. 청소도 하고, 미리 군불을 넣어 방을 데워 놓고, 즐겁게 수업에 참가하도록 다양한 전략을 구상하느라 즐거운 꿈을 꾼다"고 적혀 있습니다.

꿈은 아이들이 1박 2일 스스로 학습하면서 나에게 현실로 보여줍니다. 지난 33년의 교단은 '한여름밤의 꿈'이었지만, 지금은 짧은 주말의 1박 2일 프로그램이지만 현실로 하나씩 만들어져 가고 있습니다. 참 많은 사람들이 함께 꿈꾸어 왔던 자연에서 스스로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이곳에서 지켜보고 있지요.

자연학교 이틀째이자 부활절 아침입니다. 어젯밤 독서를 마치고 잠자기 전에 아침에 일어나면서 각자가 알아서 '집 주변의 꽃을 관찰하기'라는 과제를 받았습니다. 일어나는 시간도 본인이 정하고, 관찰 방법도 다양하게 할 수 있도록 저녁 독서 시간에 사전 토론 학습을 하였습니다.

다음날 새벽 5시 40분부터 자발적으로 이뤄진 관찰 학습이 9시까지 진행되고, 기록은 글과 그림으로 남겨졌습니다. 결과는 이른 새벽부터 먼저 일어난 아이에 의해 서로 협력적으로 다양한 관찰 학습이 됐습니다. 교사는 다양한 관찰기록을 보면서 칭찬과 좀 더 정밀하게 탐구하도록 보조 역할만 합니다.

시작은 개별적 선택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개인 능력과 관계없이 서로 협력적이면서 다양한 특성을 표현합니다. 처음에는 표현조차 망설이던 아이들이 먼저 시작한 동무의 관찰 방법을 모방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이 가진 특성을 토대로 협력적 학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아갑니다.

   
 

이런 자연학습을 통해 야생 동·식물들은 '상호 투쟁도 하지만 대부분 평화적인 과정'을 통해 협력하며 살아간다는 것을 배워갑니다. 자연 선택은 대부분 다양한 생물간에 협력적이어야 살아남을 확률이 오히려 높습니다. 특히 새들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다양한 먹이 선택을 위해 부리 모양을 끊임없이 진화시켜 왔습니다.

이처럼 아이들이 자연학습 과정에서 경쟁보다는 협력적 학습을 통해 자연과 사람의 공생을 배우는 것이 훨씬 더 사람다움을 지키는 것이 아닐까요?

/이인식(경남환경교육문화센터 공동대표)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