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오동동 아구할매집' 김삼연 씨 초가집 아귀찜 3대까지

"마산은 누가 뭐라 해도 건아구인기라. 바닷바람을 맞으며 얼었다 녹기를 반복해 쫀득쫀득한 육질이 그만이제. 건조를 하면서 뼈에 원적외선이 들어가 칼슘 등 영양 성분이 3배는 늘어난다. 말린 것 중에 몸에 안 좋은 게 어딨노? 명태로 해장하나? 옛말에 황태를 먹으모 산모도 벌떡 일어난다 안 했나. 도라지, 고사리 다 말리모 영양가가 높아진다 아이가. 섬유질이 풍부해져서 장청소를 싹 해주고. 아구도 마찬가지인기라. 잡히면 바로 버렸다던 아구를 우리 조상이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명품 생선으로 만들었으모 이를 널리 알리고 이어나가야제."

아구(아귀의 방언)에 대한 진한 애정과 대단한 자부심이 느껴진다. 바로 창원시 마산합포구 동성동 '오동동 아구할매집' 김삼연(65) 사장이다. 46년 전, 갓 20살에 시집 온 김 사장은 시어머니(1대 안소락선)와 가난을 이겨내려 당시 살던 초가집에서 아귀찜을 시작했다. 시어머니에게 배우고, 이웃에게 배우며 거친 아귀를 맨손으로 다루고, 매운 양념이 손에서 마를 날 없이 모진 세월을 보냈다. 초가집이 있던 자리엔 번듯한 가게가 들어섰다. 수줍던 새댁은 '이 맛을 모르겄소?'하고 손님에게 묻기도 하는 '아구 할매'가 되었다. 하지만, 지금도 새벽 4시면 마산 어시장에서 그날 장사에 쓸 장을 보고 질 좋은 아귀를 구하려고 덕장이 있는 여수까지 수시로 오가는 열정은 그대로다.

오동동 아구할매집 사장 김삼연 씨와 며느리 한유선 씨가 아귀찜을 만들어 선보이고 있다. /박일호 기자

'국풍 81' 계기 전국에 홍보

'매년 5월 9일을 아구데이로', '화요일은 화끈하게 아구찜을 먹자!' 등 마산 사람들만 즐겨 먹던 아귀를 전국에 알리기에 앞장서 온 김 사장은 오는 9일 3회째를 맞는 아구데이를 앞두고 만감이 교차한다. 현재 아구데이위원회 공동위원장이기도 한 김 사장은 "아구데이를 만들자고 처음 이야기가 나왔을 때 어려움이 많았지. 이미 알려져 있는데 새삼스럽게 뭔 아구데이냐며 상인들끼리도 단합이 잘 안 되었다 아이가. 관공서에서도 탐탁지 않게 여기고. 그래도 3회까지 안 왔나? 그래도 갈 길은 멀다. 영원히 해야제. 아구를 세계적인 음식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김 사장이 마산 아구를 알리기 시작한 것은 1981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대규모 문화축제 '국풍 81'에서다. 마산 오동동에서는 유명한 집이었지만 김 사장은 아귀찜을 마산 오동동 업소 간의 경쟁이 아니라 전국적인 맛으로 알리고 자리매김시키고 싶었다.

이때부터 김 사장은 식당은 시어머니에게 맡기고 각종 아귀요리 재료를 머리에 이고 전국 야시장과 행사장 등을 돌며 '마산'을 앞세운 화끈하고 담백한 아귀찜을 선보였다.

이뿐만 아니다. 아귀 수육, 아귀 불갈비, 아귀 해물 찜 등 김 사장은 아귀의 살뿐만 아니라 내장, 아가미, 지느러미 등 모든 것을 활용해 아귀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도록 메뉴를 개발했다.

그는 개발한 메뉴의 조리법을 공개한다. "내만 알모 뭐하노? 많은 사람이 해야 아구가 널리 알려질 것 아이가? 마산 사람들이야 건아구를 좋아하지만 부산만 가도 생아구 아이가? 그런 사람들에게도 마산 아구를 알리고 싶어 메뉴를 개발하지 않았나. 이렇게도 먹고 저렇게도 먹고. 버릴 게 없는게 또 아구의 매력아이가. 아구는 비싸더라도 제철에 나는 좋은 것을 써야 하는 거라. 된장도 직접 담근 조선 된장이어야 아구 속으로 깊은 맛이 스며들어가지. 얄궂게 사다 쓰고 그라모 맛이 안난다."

제2회 아구데이 한마당이 9일 마산 오동동 문화의 거리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내빈들이 아구찜을 시식해보고 있다. /박일호 기자

그의 열정은 3대째 며느리 한유선(43) 씨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둘째를 낳고 설거지 도와주러 가게에 나오고, 셋째를 낳고 서빙을 돕다가 어느새 가업을 이어가는 안주인이 됐다.

아귀 수육·불갈비 등도 개발

"처음엔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탁구실업팀 선수 출신으로 아이들을 어느 정도 키우고 나서 지도자의 길을 가려고 했죠. 그런데 운명처럼 대를 이어가게 됐어요.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죠. 준비과정이 다 옛날 식이에요. 된장도 직접 만들고 메주를 띄우고 간장을 직접 담그고, 재료를 손질하고 큰 솥에 담아 찜을 만들려면 손목에 쥐가 나고 감각이 없어져요. 그래도 운동했던 몸이라 버틸 수 있는 것 같아요. 벌써 10여 년이 흘렀네요. 지금은 긴 세월을 아귀 알리기에 힘쓰신 어머니의 마음을 아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경영까지 하느라 정신없지만 욕심 같아서는 4대, 5대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어요."

50∼60년 전 어부들은 그물에 아귀가 잡히면 못생긴 생김새 때문에 재수가 없다며 바로 바다로 던져 버렸다는 아귀.

그 아귀를 오동동에서 장어국 팔던 한 할머니가 담벼락에 말리면서 끈적끈적한 점성을 날려보내고 탄력을 높인 뒤 된장과 고추장, 마늘, 파 등을 섞고 나서 찜으로 만들어 단골손님들에게 술안주로 권했다고 유래를 전하는 김 사장은 그런 조상의 지혜가 경이롭고 고맙다. 그래서 그는 아귀를 세계에 알리고, 마산 오동동 아귀찜 골목을 전국 명소가 아닌 세계적인 명소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때까지 몸이 허락하는 쉬지 않을 계획이다. 

<5월 9일 아구데이 축제>

피부에 좋은 아귀, 오동동 문화의 거리서 맛보세요

◇아구데이 축제 한마당 = '제3회 아구데이 축제 한마당'이 오는 9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 문화의 거리 일대에서 열린다. 아구데이위원회가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이날 오후 2시 전북도립예술단 공연을 시작으로 남미음악공연, 노래자랑 등이 이어지며 개막식 이후에는 김상배 등 초청가수 축하공연도 마련돼 있다.

이와 함께 마산의 아귀찜 거리에서는 시식회도 함께 펼쳐진다. 마산 아귀찜 거리는 전국적인 명성을 갖고 아귀요리를 탄생시킨 고향.

한편, 아구데이 운동은 '매년 5월 9일을 아구데이로 삼자'는 뜻으로 권재도 목사와 국회의원 이주영, 임경숙 경남도의원 및 김삼연 오동동 아구할매집 대표와 아귀찜 업소 관계자들이 지난 2009년 1월 아귀찜의 원조인 마산 오동동에 모여 전국 최초로 캠페인을 벌여 선포함으로써 시작됐다. 아구데이위원회 (055) 247-5980.

◇아귀 = 아귀의 배를 갈라보면 갖가지 생선이 들어 있어 굶주린 입을 가진 생선이라는 뜻의 '아구어'라는 이름이 붙었다. 아귀 중 큰 것은 몸길이가 1m에 달하며 수심 50∼150m에서 서식한다. 한겨울인 12∼2월 진해만과 전남 여수만 등 남해안과 서해안 일대에서 주로 잡힌다. 아귀의 간은 열량뿐만 아니라 비타민 A 함량이 매우 높아 세계적인 별미인 집오리의 간에 견주어진다. 저지방 생선으로 다이어트에 좋으며 단백질이 풍부해 필수아미노산을 보충해 준다. 특히 껍질에는 콜라겐 성분이 있어 피부건강에 탁월한 효능을 나타내며 아이들 성장발육에도 좋다. 살이 단단하고 몸의 색이 검으며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을 고르는 것이 요령이다. 건아귀는 콩나물과 궁합이 맞고, 생아귀에는 미나리 등을 넣어 먹기도 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