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 있습니다] 우포늪 둘레길 걷기에 대하여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무슨무슨 둘레길 걷기에 열을 내고 있습니다. 제주도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우포늪 둘레길, 주남저수지 둘레길, 무학산 둘레길, 헤아리기에도 숨이 찰 정도로 많은 둘레길들이 곳곳에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우포늪 둘레길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저는 아직 우포늪 둘레길을 걸어보지 못했습니다. 보전해야 할 생태계에 있어서 둘레길은 생태계를 침범하는 구간이 꼭 있기 때문에 저는 둘레길에 대하여 부정적인 생각이 강합니다. 그래서 굳이 걸어보려고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우포늪 둘레길 홍보에 열을 내고 있는 창녕군에 대하여 끊임없이 질타를 보내고 있습니다.

우포늪생태관 쪽에서 바라본 소벌의 모습. 높게 자란 느티나무와 함께 신록의 싱그러움을 무한정 발산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그런데 최근 경남도와 창녕군, 낙동강유역환경청과 경남람사르환경재단 등 우포늪 보전 정책과 깊이 연관돼 있는 기관들이 모두 모여 오는 5월 중순에 지난 2월 2일 습지의 날에 사정이 있어서 하지 못한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행사 취지는 2011년 '세계 습지의 날' 40주년 기념을 통하여 우포늪에 대한 전 국민적 관심을 증대시킴과 아울러 환경수도 경남의 위상을 제고하고 보전과 개발이 조화되는 경남도의 선진 환경정책을 홍보하는 장을 마련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와 같은 행사 취지를 담기 위하여 경남도지사와 낙동강유역환경청장, 창녕군수를 비롯하여 450명이 우포늪 둘레길 걷기 행사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하였습니다. 걷기대회 이동 동선은 여기 붙이는 행사 예정도와 같으며 이 동선은 현재 우포늪을 찾는 일반인들이 이용하는 둘레길 코스이며 창녕군에서도 홍보에 열을 올리는 동선입니다.

우포늪 둘레길 걷기 행사 예정도.

하지만 우포늪은 이용을 하기보다는 보전을 해야 하기 때문에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한 곳입니다. 그런데 우포늪의 생물종들이 가장 다양하게 서식할 수 있는 우포늪과 쪽지벌 사이의 사초군락지를 관통하는 걷기행사를 계획한 것입니다.

행정기관이라면 오히려 습지 보호에 앞장서야 함에도 한꺼번에 대규모의 인원을 모아서 습지보호지역 안으로 들어가서 마음껏 짓밟도록 행정이 조장하는 행사인 것입니다. 더구나 행사 시기인 5월은 우포늪의 생물종들이 산란하는 계절이며 갓 태어난 생명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민감한 시기입니다. 이러한 시기에 주저없는 인간들의 출입을 끌어들이는 둘레길은 로드킬과 다름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지역은 과거 주민이 보리밭으로 개간하여 이용하였으나 습지보호지역 지정 이후 국비로 매입하여 더 이상 농사를 짓지 않게 하고 생태계가 복원되도록 하고 있는 의미있는 지역입니다. 이러한 보호지역을 일년 내내 아무 통제없이 마음껏 걸어들어갈 수 있도록 선동하는 행정을 저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환경단체와 관련 전문가의 반대에 행정은 행사 동선을 목포늪으로 한정하였습니다. 다행스러운 결과입니다. 그러나 창녕군은 행사 동선 변경에 동의는 하였지만 몹시 아쉬워하였습니다.

이를 계기로 앞으로 우포늪 둘레길 걷기 동선에 대한 재고가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우포늪을 방문하는 시민들이 사초 군락구역에 들어가고 싶은 욕구를 자제하여 줄것을 당부합니다. 우포늪 주변에 나 있는 길들은 우포늪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생명들의 자유와 안전을 침범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을 둘레길 걷기에 나서는 많은 사람들이 유념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것은 창원시가 정비하려는 주남저수지 둘레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배종혁(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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