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세계화 외치지만 국내선 한식당 부족…호텔업계 "조리과정 까다롭다"

유럽의 대표적인 도시 런던, 파리, 로마, 베를린, 암스테르담 등에 가면 각기 다른 특색을 가진 고전 건축물들을 중심으로 현대 건축물이 적절히 어우러져 있는 도시경관에 중후한 가치를 느끼게 된다

이 도시들의 고전 건축물들은 내부 모델링은 가능하나 대부분 외관이나 건축물의 중요한 부분들은 그대로 보존해 고전적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한글, 한식, 한복, 한지, 한옥, 한국음악(국악)의 가치를 끌어내 세계화하려는 '한 스타일'이라는 브랜드를 홍보하고 있지만, 외국의 관광객들이 한국적인 거리를 거닐면서 한옥도 체험하고 한식을 맛보고, 한복을 입은 한국인들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전혀 없다.

그뿐인가. 서울은 디자인도시를 표방하고 있지만 과거를 허물어 버리고 서울은 빌딩 숲으로 가득 차 있다.

'과연 서울이 세계 각국의 명품도시들과 차별화되는 감성 이미지가 무엇인지'라는 의문이 든다.

한 나라의 역사가 만들어 낸 전통문화야말로 유럽의 명품도시들이 보여 주듯 엄청난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 주고 이익을 창출해 낸다.

서울에 그나마 외국인들이 찾는 인사동이 있지만 인사동은 1시간 거리도 안 될 뿐만 아니라 한국적인 멋과 맛을 즐길 수 있는 거리이기보다 유럽이나 동남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골동품 거리에 불과하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서울의 초특급호텔인 신라호텔이 지난 13일 한복을 착용한 한복 디자이너 이혜순 씨를 문전박대하고, 대통령 부인까지 나서 '한식 세계화'를 외치고 있지만 서울시내 특 1급 호텔 17곳에 양식당과 일식당이 있을 뿐 한식당을 운영하는 곳은 호텔 롯데(무궁화), 셰러턴 그랜드 워커힐(온달ㆍ명월관), 메이필드호텔(낙원), 르네상스서울호텔(사비로) 등 4곳뿐이다.

신라 호텔이 한복디자이너 이혜순 씨를 문전박대한 일로 사회적 물의가 일어나고, 국회에서 미래희망연대 소속 김을동 국회의원이 질의하자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호텔 평가기준에서 한식당 입점 여부의 배점 기준을 높이고 정부 지원을 통해서라도 특급호텔에서 한식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뉴스를 접한 한 지인은 혀를 끌끌 차면서 "한국은 문제가 일어나야 해결되는 나라인가 보다"고 말한다.

   
 

호텔업계의 주장은 더 가관이다.

"조리 과정이 까다롭고 회전율도 낮은데다 인건비도 많이 든다"라며 "특히 한식은 갈비탕 등 저가의 단품 판매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양식이나 일식보다 수익 구조가 낮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뿐인가. 모 방송국 뉴스에 나온 호텔 주방장은 "갈치구이 한 마리에 누가 5만 원을 주고 먹겠습니까?"

식생활문화를 연구하는 필자는 이 뉴스를 보고 가슴에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느꼈다.

/김영복(식생활문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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