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말고도 살고 있네요] 나비의 꿈

"선생님, 나비가 아픈가 봐요. 더 이상 잎을 먹지 않아요."

출근을 하자마자 한 아이가 다급하게 쫓아와서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묻는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얼마 전 학교에서 기르던 배추흰나비 애벌레를 집에서도 길러보라고 했었는데, 작은 화분에 먹이식물과 함께 보냈던 애벌레가 얼마나 먹성이 좋은지 잎이 자라기도 전에 줄기만 남겨두고 잎을 다 갉아먹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애벌레 먹이를 주려는데 배추잎이 없어 상추잎을 주었더니, 먹지도 않고 잘 움직이지도 않는다는 이야기다.

애벌레에서 번데기를 거쳐 우화한 배추흰나비.

아뿔사! 내가 분명 실수를 한 것이다. 사람이라면 배추잎이나 상추잎이나 쌈장에 찍어먹으면 그만이지만, 나비 애벌레들은 자기가 먹는 잎이 아니면 먹지 않는다는 것을 좀 더 자세하게 설명을 해 줬어야 했는데…….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좀 더 자세하게 공부를 해 보자고 제안했다. 다행히 학교의 텃밭에 상추며 배추, 열무, 쑥갓, 청겨자 등 여러 채소를 기르고 있던 터라 아이들에게 이것은 배추고, 저것은 열무고 하면서 채소 이름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애벌레처럼 잎을 따서 깨끗이 씻은 다음 아이들과 맛을 보기도 했다. 쌈장 없이 먹는 잎들이 무슨 맛이 있겠느냐만은 나름대로 이런 저런 평을 내놓았다.

   
 

아침 수업전이나 쉬는 시간, 점심시간 등 틈나는 대로 아이들과 함께 잎을 뒤적거리며 알과 애벌레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배추흰나비가 청겨자 잎 뒷면에 알을 낳는 장면이 포착되었다.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며 알을 엄청나게 낳기 시작했고, 나비가 떠난 다음, 잎 뒷면에 붙어 있는 알을 찾아 알려주었다. 그리고 며칠 후 알이 애벌레로 깨어났을 때 교실 창가에 심어둔 청겨자 화분에 애벌레를 옮겨왔다.

열심히 먹고 자란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고 며칠 지난 어느 날이었다.

"선생님, 나비가 나왔어요."

한 아이의 말에 모두들 갓 우화한 나비를 보며 환호성을 질렀고, 우리는 창문을 열고 나비를 운동장으로 날려 보냈다.

훨훨 날아가는 나비를 보며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 박재철(함안 중앙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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