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말고도 살고 있네요] 물가의 새로운 포식자, 뉴트리아

진주시 진성면 어느 농수로에서 있었던 일이다. 늦은 밤 친척과 놀다 소화도 시킬 겸 주변 둑을 따라 걸었다. 그곳에서는 아주 늦은 시간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밤낚시를 하고 있었다.

밤낚시에 쓰는 케미컬라이트 불빛이 마치 은하수처럼 수로를 따라 펼쳐져 있었다.

순간 호기심이 발동하여 조금 더 가까이에 가서 무엇을 잡고 있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가까이 가서 여쭤보니 연세가 있으신 한 어르신이 토종 붕어를 잡는 중이라고 하셨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갑자기 주변에 있는 돌멩이를 잡으시더니 물 속으로 사정없이 던지시는 것이었다. 그것도 아무도 없는 수로를 향해 큰 소리로 고함을 치시며 말이다.

국내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된 뉴트리아.

조용히 해야 붕어를 잡으실 텐데 왜 그러실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잠시 후 돌멩이가 빠진 곳 근처로 시선을 돌리다가 놀라서 뒤로 넘어질 뻔했다. 무슨 괴물 같은 것이 유유히 물살을 가르며 헤엄쳐 가고 있는 것이다. 그 크기는 적어도 물속에 잠긴 부분을 포함해서 고양이 이상은 되어 보였다. 어르신께 괴물의 정체가 무엇인지 여쭤보니 그 녀석이 바로 뉴트리아라고 말씀하신다.

뉴트리아는 설치목 뉴트리아과의 포유동물로 남아메리카 지역에 서식하고 있으며 국내에는 모피와 고기를 위해 들여왔다고 한다. 그러나 농가에서 체계적인 사육을 제대로 하지 않고 방치되어 우리나라 낙동강 수역에 급속도로 퍼지게 되었고 뉴스 기사에 의하면 낙동강, 주남저수지, 창녕우포늪 일원까지 퍼졌다고 한다.

이 뉴트리아는 하천이나 연못에 살면서 주변의 식물·곤충 등을 잡아먹는데 문제는 우리나라 토종 어류와 철새까지도 잡아먹고 하우스농가에까지 피해를 준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나라에서는 뉴트리아가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되어 있다.

왜 어르신이 그토록 고함치면서 돌을 던지셨는지 조금은 이해가 간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황소개구리, 배스, 블루길 등 우리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종들이 알고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떠한 목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들여왔다는 것이다. 인간이 무책임하게 들여온 동·식물이 우리의 생태계를 교란시킨다는 점이 안타까울 뿐만 아니라 그것을 막기 위해 또 다른 살생을 하게 된다는 점은 더욱 안타깝다.

   
 
뉴스 화면에서 뉴트리아를 향해 사정없이 엽총을 쏘는 모습을 보니 내 몸도 그 총성을 따라 움찔거린다. 뉴트리아도 소중한 생명체이다. 죄 없는 생명체를 포획하고 죽이는 것보다 진정 생태계를 위해서라면 우리나라 동·식물과 공존할 수 있는 종만 들여오는 방법을 찾는 것이 더욱 중요하지 않을까?

/김동인(창원 회원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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