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말고도 살고 있네요] 땅파기 선수 땅강아지

◇흙 속의 땅강아지 = 농사철이 다가오면 농사 준비로 논밭에 쟁기질하는 모습이 바쁘다. 쟁기가 지나간 땅바닥은 땡땡 언 아이스크림 긁듯 뒤엎어지고 부드러운 속살이 드러난다. 뒤엎어진 흙속에 뭔가가 소스라치게 놀라 발발거리는 것이 있다.

쟁기질에 놀란 땅강아지다. 땅이 갈아엎어질 때마다 땅 속살과 함께 바깥세상으로 나온 땅강아지는 눈부신 햇빛에 소스라치게 놀라 허둥댄다. 흙 속으로 다시 도망가느라 땅을 이리 파고 저리 파며 정신이 없다.

◇땅파기 선수 땅강아지 = 땅강아지는 땅 속에서 사는 메뚜기 가족이다. 족보를 따져 보면 '여치아목 귀뚜라미상과 땅강아짓과'에 속한다. 그러니 여치 종류 혹은 귀뚜라미 종류라 불러도 틀리지 않다.

귀뚜라미류의 수컷은 앞날개에 달린 울음기관을 비벼서 울고, 앞다리 종아리마디 안쪽에 붙은 고막으로 소리를 듣는다.

사람으로 치면 목소리를 내는 성대는 날개에 있고, 소리를 듣는 귀는 앞다리에 붙어있다. 참으로 요상하게 생긴 것들이다.

울음소리는 남성 베이스 음성처럼 낮으며 우렁차다. 물론 수컷만 울고 암컷은 노래하는 소리를 듣고 맘에 드는 수컷을 고른다.

곤충의 배우자 선택에서는 아무래도 암컷이 유리한 입장이다.

땅을 파서 사는 땅강아지. /환경친구꿈틀이

우리나라에는 오로지 땅강아지 한 종만 살고 있다. 어두운 갈색의 몸은 짧고 보드라운 털로 덮여, 손으로 쓰다듬으면 벨벳처럼 보들보들하다.

땅에 납작 엎드려 있는 몸뚱이는 어찌 보면 가재 같다. 뭐니 뭐니 해도 땅강아지의 특징은 짜리몽땅한 다리다. 여섯 개의 다리는 두더지 다리처럼 모두 '숏다리'. 앞다리는 활짝 편 부채 같고, 종아리마디에 쇠스랑 같이 생긴 두툼한 톱날이 붙어 있어 평생 땅만 파고 살아야 할 팔자다.

◇땅강아지가 깜깜한 땅속에 사는 법 = 논이나 밭, 언덕배기의 돌멩이를 들춰보면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는 땅강아지. 불빛도 없는 땅속에서 땅강아지는 어떻게 살까?

   
 

빛이 거의 없는 땅 속에서 겹눈이 있어도 볼 수가 없어 몸에 붙은 더듬이와 털 같은 감각기관을 최대한 활용한다. 더듬이와 몸을 빽빽이 덮고 있는 털들이 합세해 눈으로 볼 수 없는 주변 환경이 어떤지 알아차린다.

그래서 자신의 위치, 온도, 습도 등 몸 밖에서 벌어지는 변화를 금방 느끼고, 천적의 공격 같은 위험한 상황에도 바로 대처한다.

감각기관이 총동원되니 깜깜한 지하 세계에서 별 탈 없이 살아갈 수 있다.

머릿속이 복잡한 인간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

/김인성(우포생태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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