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美)란 무엇인가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미는 예로부터 '진(眞)·선(善)·미(美)'로 함께 일컬어졌고 인간이 추구해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 가운데 하나로 생각되어 왔다. 고전적 이념에는 미답게 하는 원리를 흔히 조화나 균형에서 찾았는데, 플라톤이 균정(均整)·균형·절도·조화 등이 미의 원리라고 보았고, 중세의 토마스 아퀴나스도 미를 완전성이나 조화에서 찾았다. 그러나 근대에 와서는 흔히 동적·발전적인 생명감의 발로로서, 미는 흐트러진 것 속에 있다고 보기도 했다. 이처럼 미의 가치 기준도 시대와 문화에 따라 변해왔다.

외모만 보고 매력을 느끼는 원리가 아직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인간에게는 상대방의 아름다움을 판단하는 본능적 기준이 있다. 조선후기에서는 미인의 조건으로 30가지가 충족되면 절세가인으로 칭하였다고 한다. 살결, 치아, 손은 희어야 하고(3백) 눈동자, 눈썹, 속눈썹은 검어야 하고(3흑) 입술, 볼, 손톱은 붉어야 하고(3홍) 목, 머리, 팔다리는 길어야 하고(3장) 치아, 귀, 발 길이는 짧아야 하고(3단) 가슴, 이마, 미간은 넓어야 하고(3광) 입, 허리, 발목은 가늘어야 하고(3협) 엉덩이, 허벅지, 유방은 두터워야 하며(3태) 손가락, 목, 콧날은 가늘어야 하고(3세) 유두, 코, 머리는 작아야 한다(3소)고 하였다.

한국회화사에서 가장 빛나는 조선후기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를 보면 그림 속의 여인은 흐리고 가느다란 실눈썹에 쌍꺼풀이 없는 가는 눈, 복스럽고 약간은 퍼진 듯하지만 둥글둥글한 코, 얼굴은 보름달같이 둥글고 희며 뺨은 통통하고 입술은 앵두처럼 붉고 가는 허리에 푸짐한 엉덩이를 가졌다. 채용신의 '팔도 미인도'에도 그 당시 미인에 대한 기준을 엿볼 수가 있다.

물론 이 미적 기준은 현대에 와서 많이 바뀌었는데, 지금은 크고 쌍꺼풀진 서글서글한 눈에 오뚝한 코, 작은 턱과 작고 갸름한 얼굴형으로 바뀌었다. 원인제공에는 대중매체가 버티고 있다. 대중매체는 미 본래의 의미를 배제한 채 그 상대성만을 부각하면서 외모만 강조하고 이 때문에 차별을 부추기고 외모지상주의를 가져왔다.

   
 

미적인 것을 대변하는 가치 개념어는 멋이다. 멋이란, 모든 분야에서 가치 있는 것을 말한다. 즉 오랜 세월 거쳐 온 양식과 사회적 취향, 문화의 요소 등을 포함하는 것이다. 따라서 미인의 조건이 외모에만 있고 그래서 외모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 있다면 우리 사회가 미덕으로 삼았던 가치를 돌아볼 때가 아닐까 싶다.

/황무현 마산대학 아동미술교육과 교수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