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 있습니다] 인프라 구축도 좋지만 환경적 지속 가능성 고민 병행을

최근 거제도는 거가대교 개통 이후 관광객의 증가에 따른 환경 부담으로 고민에 빠져 있다. 원래 있던 거제대교와 새로 생긴 거제대교 등 두 개의 다리를 통해 자가용 자동차나 관광버스로 사람들이 들어오고 나가면서 이동량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유입되는 관광객은 거제도와 거제도에 딸린 섬들의 생태계 부하를 급속히 증가시키고 있다. 사전 처방차원에서 일부 섬들은 낚시객의 유입에 따른 환경 피해를 줄이기 위해 출입이 제한되었다. 이런 와중에 거제도를 마산과 연결하는 다리도 건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사통팔달로 뚫린 거제도가 생태적으로,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할는지 중대한 기로에 선 것이다.

지난해 12월 13일 개통한 부산시 가덕도와 거제시 장목면을 잇는 거가대교. 이 대교는 해저 침매터널 등 첨단 공법 사용 등으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경남도민일보DB

이처럼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인프라 구축은 환경적 고려보다는 경제적 성장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균형 성장의 목소리는 어느새 지역간 경쟁과 개발 욕구의 전시장으로 전락했다. 최근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과 변화를 지켜보면 우리 사회의 개발욕구는 이미 장밋빛 미래를 꿈꾸는 이상의 신랄한 생존 경쟁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동남권 신공항 유치 경쟁은 김해와 대구의 대도시 소음 민원 해소와 부동산 개발 열망,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몰린 국책 사업 예산에 대한 갈망 등 누적된 사회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산으로 둘러싸인 논이냐, 바다와 맞닿은 섬이냐를 두고 다투었다. 표면적으로는 균형 발전에 대한 기대감과 소외된 지역의 개발 욕구가 명분이 되고 있지만 실제 유치 경쟁에 나섰던 지역들을 모두 열거해 보면 공공의 자산을 개발하여 사유화하려는 목적이 저변에 깔려 있다.

지금까지 경제개발과 인프라구축 등 정부 주도의 사업들은 개발 이익이 많이 남는 부동산 개발과 매립 등 택지개발이 중심에 있었다. 그 사이 주요 공기업의 부채 증가, 토건국가화 등 우리의 환경은 자연뿐만 아니라 인간사회도 단순하게 변해 왔다.

그리고 그 결과는 환경적인 피해의 급속한 확산과 사회적 비용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 벌어졌던 구제역 사태도 그 단적인 예가 될 수 있다. 예방적 조치가 전혀 먹히지 않은 이번 구제역 사태는 물류 시설과 이동 수단이 잘 발달된 곳을 중심으로 환경 피해도 쉽게 번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4000곳이 넘는 매몰지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몰렸었고, 경남 지역은 김해 등 물류의 중심지를 타고 피해가 확산되었었다.

교통량 포화로 거제대교를 대신해 1999년 개통한 신거제대교는 거제시 사등면 덕호리와 통영시 용남면 장평리를 잇는 연륙교이다. /뉴시스

우리의 미래가 대규모 인프라 구축, 특히 하드웨어 차원의 성패에 따라 결정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이제는 생각해 봐야 할 때이다. 그리고 경제성장에 따른 거래의 증가가 우리의 미래세대를 위해 좋고 나쁜 일이 함께 생길 수 있다는 사실까지도 반드시 같이 봐야 한다. 환경과 개발의 문제를 함께 보고 예방적 차원의 정책 수단을 갖추지 않으면 개발의 욕구는 경제적인 악영향을 포함하여 되돌릴 수 없는 복합적인 환경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게 된다. 모든 개발 사업들이 최소한의 환경영향조사와 절차만 거치는 요즘 세태에 비춰보면 사전 예방 차원의 대비를 한다는 것은 거짓말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섬과 섬을 연결해 다리를 놓는다는 것이 과거처럼 낙후된 섬의 거주 환경을 개선한다는 목적으로만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이 몰리도록 이토록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인지 조금은 시간을 가지고 지켜보면서 개발을 해도 되지 않을까?

우리 지역의 자랑할만한 대표적인 자연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상태이다. 개발 사업의 성패를 평가할 겨를도 없이 계속해서 개발만 하다보면 조만간에 이마저도 사라지고 없게 될 것이다. 그리고 더 단순하게 변하는 우리의 환경을 조금 더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권리를 우리의 아이들에게 주는 여유를 부려야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반문해 본다.

/지찬혁(통영거제환경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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