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말고도 살고 있네요] 봄을 알리는 곤충-나비

날짜는 어느덧 3월 하순을 지나가고 있지만, 꽃샘추위는 좀처럼 얇은 옷을 허락하지 않는다. 도심 주위의 화단을 둘러보니 목련 꽃봉오리가 새로 피어날 하얀 어린 꽃잎이 춥지 않도록 애써 감추고 있는 듯한 모습이고 여기저기서 새로운 생명이 싹트기 위한 준비를 부지런히 하는 모습이다. 귀를 잘 기울이면 저 멀리 산 속에서는 산개구리 소리도 들리는 듯하다. 하지만, 내 주변엔 사람을 제외하고 움직이는 생명체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한참 주변을 둘러보던 중, 단번에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곤충이 있었다. 한 쌍의 다리가 퇴화하여 다리가 4개뿐인 네발나비. 꽃도 피지 않고 잎사귀도 없는 이곳에 팔랑거리며 한가롭게 날아다니는 나비가 걱정된다. 꽃샘추위에 사람도 움츠리는데 얇은 날개만 걸친 저 네발나비는 춥지도 않을까? 갈색 날개와 검은 무늬가 태양빛을 받아 더욱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우포생태교육원 건물 울타리 사이로 또 한 나비가 날아다닌다. 청띠신선나비다. 산길이나 임도를 따라가다 보면 주위 나무나 땅 위에서 가끔 발견할 수 있는 나비인데 교육원 화단에서도 볼 수 있으니 너무 반갑다. 날개 위에 펼쳐진 파란색 띠는 거의 예술적이다.

한쌍의 다리가 퇴화한 네발나비.

문헌을 찾아보면 나비는 높은 산이나 깊은 산 속을 뒤진다고 해서 많이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낮은 언덕이나 개활지, 화단, 계곡 주위 같은 곳에서 발견 빈도가 높다고 하는데 작년 채집 기간에도 느꼈지만, 오늘 이 상황은 더욱 공감된다.

나비는 봄을 알림과 동시에 우리 삶 속에서 긴 시간 동안 함께한다. 어떤 사람들이 나비는 봄에 나온다, 여름에 나온다 하며 옥신각신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나비는 봄, 여름, 가을뿐 아니라 초겨울까지 날아다니는 때도 있으며 심지어 성충으로 겨울을 나는 개체도 있다. 다만, 종류에 따라 출현 시기가 다를 뿐이다. 그리고 한 종류의 나비라도 봄 형, 여름 형과 같이 두 차례에 걸쳐 나타나기도 하며 한여름에는 여름잠을 자고 다시 가을에 활동하는 등 여러 가지 생태 습성을 보인다. 또한, 같은 종이라도 계절형에 따라 성충의 크기와 빛깔의 차이가 적은 것, 심한 것 등 매우 다양한데, 어떤 종은 그 차이가 너무 심해 서로 다른 종으로 착각을 할 정도다.

   
 

굳이 산을 찾지 않더라도 나비가 좋아하는 꽃이나 식물이 있는 곳이면 언제나 찾아온다.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비로는 배추흰나비, 남방노랑나비, 네발나비, 부전나비류, 호랑나비, 남방제비나비 등이 있다. 아름다운 나비를 관찰하기 위해서 보고 싶은 나비의 기주 식물을 화단에 키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비록 꽃샘추위 탓에 봄이 저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한 마리 나비의 아름다움이 마치 따뜻한 봄날 화사한 옷을 입고 산책을 하듯 봄의 기운을 더욱 싱그럽게 한다.

/강태욱(우포생태교육원 파견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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