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창원 상남동 '자작나무' 김병호 대표

주말,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느지막한 오후에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자작나무'를 찾았다. 여유 있게 취재도 하고 맛도 제대로 음미해보려는 계산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기다려야 했다. 발길을 돌리는 사람도 많고, 기다리는 사람도 많고…. 한가한 주말 오후가 이곳은 그렇게 바쁘게 지나가고 있었다.

'호텔식 월남쌈&구이&샤부샤부 전문점-자작나무'. 문을 연 지 6개월 됐다는데 이미 창원에선 소문이 난 모양이다.

식당 곳곳을 누비며 직접 고객들에게 월남쌈 먹는 방법도 알려주고, 간단한 만두전골도 만들어주고, 발길을 돌리는 고객에게 죄송하다는 말도 잊지 않는 김병호(40) 대표가 종횡무진 빠른 발걸음을 움직이고 있다. 아내 구성현(38) 씨와 함께 음악학원을 하던 김 대표는 지난해 9월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학원 문을 닫고, '자작나무'를 열었다.

창원 상남동 '자작나무' 김병호 대표가 손님에게 월남쌈 먹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품목을 정하는 것도, 월남쌈과 샤부샤부가 만난 퓨전 음식을 하기로 한 것도 우연이었다. 다만, 시장조사를 철저히 했고, 김 대표만의 특별한 '메뉴' 개발에 성공과 실패를 거듭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세 가지 맛' 소스다. 점심스페셜을 주문하건, 메인메뉴를 주문하건 상에 놓이는 레몬간장, 땅콩 깨 소스, 매콤칠리소스. 취향에 따라 먹으면 되는데 레몬소스는 이름대로 상큼하고, 땅콩 깨 소스는 고소하다. 알싸하게 매우면서도 계속 찍어 먹게 되는 '매콤칠리소스'가 이 집의 인기 비결이다.

"사실 샤부샤부는 약간 심심해서 40대 이상 남성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40대 이상 남성들을 끌어들일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매콤칠리소스를 개발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 소스가 한국사람 입맛에 제대로 맞았던 거죠."

김 대표는 월남쌈과 샤부샤부 먹는 법을 직접 설명한다. 하루에도 수백 번 같은 말을 반복하지만, 그는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할 생각이다.

"설명서를 붙이라는 건의도 듣지만 그렇게 하면 제가 게을러질 것 같아요. 비인간적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그렇게라도 고객과 눈을 마주치고 뭔가 부족한 것이 없나, 맛있게 드시나 알고 싶은 거죠. 종업원들에게도 설명하지 못하게 하죠. 아내와 저만 합니다. 그래야, 고객도 대접받는구나 생각하겠죠. 또 나만의 방식으로 만든 퓨전 음식을 제대로 먹고 있나 염려도 되고요."

소스도 직접 만들고, 고객도 직접 상대하다 보니 그의 일과는 무척 바쁘다.

오전 7시에 장을 보고 잠깐 쉬었다가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다니며 몰려드는 고객과 눈을 맞춘다.

점심 장사가 끝나면 한숨 돌릴 틈도 없이 주방에서 샤부샤부용 고기 썰기로 저녁 장사를 준비한다.

그리고 오후 10시 종업원들이 퇴근하면, 며느리도 모른다는 '소스 만들기'를 시작한다.

식당은 '맛은 기본이고, 서비스는 필수'여야 한다고 그는 생각한다.

   
 
"식당을 하기 전 고객으로 다닐 때 불쾌하게 느꼈던 것이 무엇이었나를 생각했죠. 기본 8000원짜리 음식점이지만 고급 레스토랑 같은 분위기를 내려 했고요. 평일 점심 스페셜 가격을 주말에도 그대로 적용했죠. 예전에 평일 일 때문에 들른 식당이 맛집이면 주말에는 부모님과 가족들과 함께 갔습니다. 그래서 주문을 하면 어김없이 '주말에는 특선이 없습니다'라고 하더군요. 그때마다 왠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2명 예약도 무조건 받습니다. 장사가 잘되는 식당은 2명 예약을 꺼리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런 선입견을 일절 없앴습니다."

엄선된 등심과 김 대표만의 독특한 아이디어 소스, 종갓집 맏며느리 출신 주방장의 '큰 손'으로 담아오는 풍성한 채소와 음식들. 맛과 서비스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자작나무'는 이제 마산과 창원, 진해에 프랜차이즈를 준비하고 있다.

"사업을 확장해서 돈을 벌기보다는 기분 좋게 그리고 맛있게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넓혀가고 싶습니다. 그래서 나와 마음이 맞는 사람들에게 사업 기술과 소스 비법을 전수할 계획입니다. 나가는 고객의 뒷모습을 보면 늘 염려스럽습니다. 맛있게 먹었을까? 그래서 사장이 직접 나서 설명을 하는 것에, 처음 들른 고객에게 월남 쌈을 직접 싸드리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고객도 가끔 만나지만 맛난 한 끼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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