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 9892마리 땅 속으로, 비상근무로 잇단 사고

22일 김해지역 이동제한 조치가 해제되면서 도내 모든 구제역 방역대가 해제됐다. 지난 1월 23일 경남에 구제역이 최초 발생하고서 두 달 만이다. 방역대는 구제역 발생농가로부터 일정 간격을 두고 위험·관리·경계지역 등으로 나눠 방역한 지역을 말한다. 도내에서 구제역은 2·3차에 걸쳐 예방백신을 접종, 항체가 형성된 이달 들어 눈에 띄게 감소했다. 지난 4일 이후 18일 동안 추가 발생 건수가 없었고, 8일 이후 14일 동안에는 의심신고도 없었다. 경남의 구제역 두 달, 어떤 기록을 남겼을까.

◇의심신고 97건, 양성판정 69건 = 처음으로 구제역이 뚫린 곳은 김해시 주촌면 양돈농가로 1월 23일이다. 이어 29일 양산 상북면 역시 양돈농가에서 추가 발생했다. 이후 3월 2일 고성 영오면 축산농가에서 의심신고가 들어와 당국을 잔뜩 긴장시켰으나 음성 판정이 나면서, 결국 경남 구제역은 김해와 양산을 벗어나지는 못했다. 축종별로는 소와 돼지에 이어 지난 6일에는 사슴까지 구제역이 번졌다.

방역 출입금지 팻말 /뉴시스

최초 발생일 1월 23일부터 최근 발생일 3월 3일까지 구제역 의심신고는 모두 97건이 접수됐고, 그 중 69건이 양성판정을 받았다. 김해가 60건으로 가장 많았고 양산이 9건이었다.

◇매몰가축 창원광장 90바퀴 감아 = 구제역이 발생했거나 발생농가와 500m 이내, 혹은 예방 차원에서 비명횡사한 도내 가축은 모두 87개 농가에서 5만 9892마리. 소는 9마리로 매우 적은 숫자지만 돼지는 5만 9771마리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사슴과 염소 등은 112마리다.

땅에 묻힌 소(9마리, 평균 1m 20cm)와 돼지(5만 9771마리, 평균 1m)를 늘어 놓으면 창원시청 앞 창원광장(둘레 664m)을 90바퀴 감을 수 있는 숫자다.

전국적으로는 지난해 11월 29일 첫 발생 후 모두 347만 9000여 마리가 영문도 모르고 땅에 묻혔다.

◇인명 피해도 잇따라 = 방역작업에 나선 공무원들의 크고 작은 사고도 적지 않았다. 지난달 초 서김해 나들목에서 구제역 방역 근무 중이던 한 공무원이 차량소독용 분사기 오작동으로 손가락이 절단돼 접합수술을 받았고, 2월 말 양산시 한 공무원은 살처분 과정에서 수퇘지에 허벅지를 물려 피부가 찢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역시 2월 초 구제역 비상근무 등으로 과로가 겹쳐 심장마비로 하동군 한 공무원이 별세했고, 3월 초에는 김해 진례 나들목 출구에서 구제역 초소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한 공무원이 차에 치여 숨져 초소 근무자 안전대책이 질타를 받았다.

◇"방심은 금물" = 경남을 비롯해 71개 시·군이 이동제한 조치에서 벗어났지만 울산 울주, 충남 보령·홍성, 경북 경산 4개 시·군에 아직 방역대가 남아 있다.

경남도는 김해시와 양산시 방역대가 해제됐지만 부분 매몰농장은 최종해제 시까지 농장별 담당공무원을 지정해 주 2회 이상 정기방문, 임상관찰을 하고 매일 1회 이상 소독 등 농장 차단방역을 강화해 조기 종식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경남도 축산관계자는 "도내 발생지역의 방역대 이동제한이 해제됐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며 "전국적인 구제역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축산농가와 관련업체에서는 소독 등 차단방역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재입식은 어떻게 = '구제역 매몰농장 가축 재입식 요령'에 따르면 전 두수를 매몰한 농장은 농장 일제점검 후 이상이 없을 때 30일 이후 입식이 가능하다. 가축 재입식 후 두 달 동안 매주 한 차례 이상 여부 임상검사를 받아야 한다. 부분적으로 매몰한 농장은 농장별 이동제한 조치가 해제된 후 방역조치 사항을 확인한 후 입식이 허용된다.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예방적 살처분·매몰을 한 농장은 지역 이동제한이 해제되면 입식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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