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경 기자가 만난 사람]김조원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총장

"서울로 대학 간 사람은 평생 서울에 있지 지방으로 안 온다. 서울에서 벌어먹던 사람들이 고향에 많이 와서 일해야 지방이 좋아진다. 우월한 자리에서가 아니라 관중으로."

김조원(54)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총장. 그에게 던진 화두는 '지방 대학의 미래'였다. 그는 서울에 있는 정책 입안자들이 지방에 와서 근무한 적이 없다, 그러니 지방 대학의 처지나 지방의 사정을 알 리 없다고 단언했다.

지방이 골고루 자기 색깔을 가지고 잘 살게 하는 것, 그가 바라는 지방 발전의 청사진이다. 그리고 제각각 색깔을 내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교육'이라고 했다. 2006년 참여정부 때 감사원 사무총장을 지낸 그는 정권이 바뀌면서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가 태어난 진주 대곡면 월암리에서 부모님에게 농사를 배울 생각이었다. 그런데 6개월쯤 농사를 배웠을 무렵, 그는 2008년 9월 경남과학기술대학교(이하 경남과기대)로 "붙잡혀왔다". 그 역시 행정고시를 쳐서 서울서 사회생활을 시작했기에 수십 년 만에 고향에 온 사람이다. 서울식 마인드로 지방 대학의 수장을 맡았다. 그는 경남과기대(취임 당시 진주산업대) 총장으로 취임하면서 '작지만 강한 대학을 위한 5대 비전'을 제시했다. 공언한 그의 비전은 취임한 지 2년 반 만에 "100% 이뤄졌다". 그가 '기교'라고 표현한 서울식 마인드에 지방 대학의 미래를 고민하는 '열정'이 지방에 사는 이들에게 '멘토'로 작용하고 있다. 

"3년 내에 경상대보다 두 발 더 앞서갈 것"이라고 자신하는 김조원(가운데) 총장. 그는 학생들에게 "뭐 해먹고 살래?"라고 한 번만 물어주는 교수가 많아질수록 대학의 미래가 밝아진다고 역설했다. /박일호 기자 iris@idomin.com

-지방 대학의 위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방 대학의 미래는 어떨 것 같나?

"지방 대학의 미래라… 현재 지방 대학은 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책 변화 없이는 (생존) 불가능하다. 서울을 지방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중앙집권적, 서울 중심적 사고가 문제다. 지금처럼 가면 지방대학 필요 없다. 서울 중심으로 생각하는 한 존재 가치가 없다."

-그럼 어쩌나? 구조를 바꾸면 되지 않나? 김두관 지사가 특별자치도를 제안하면서 도별로 '서울대'를 하나씩 만들겠다고 했다.

"1960~70년대엔 지방 거점 대학이 연고대보다 좋았다. 지금은 서울에 있는 사립대들보다 못하다. (서울 중심으로)생각이 가버렸다. 정부 지원도 없어져 버렸고. 국가가 적정 수준으로 맞춰줘야 한다. 점점 대학도 빈익빈 부익부다. 60~70년대엔 국립대 지원 정책이 많았다. 당시 알아줬던 부산대 기계공학과, 경북대 전자공학과 지금은 어떻게 됐나? 지역 인재를 지역서 키울 수 있도록 인프라를 깔아줘야 한다. 교육뿐 아니라 교통, 통신…. 지방에 좋은 중고등학교도 만들어야 한다. 서울대가 아니라 서울대 수준의 지방대학이 도별로 있어야 한다. 도별 지방대학이 경쟁하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왜 지금은 국립대를 지원하지 않나?

"정치권력들이 수도권 사립대학에 발목이 잡혀 있다. 정부는 정책적으로 무조건 지방국립대학에 지원해야 한다. 그런 생각이 있는 사람이 정책 담당자로 가야 한다. 김두관 지사한테도 도에 '대학담당관'을 두라고 얘기했다. 지방을 키우고 지방이 튼튼해지도록 하는 역할, 지방이 좋다는 인식을 하게 하는 역할, 이건 누가 해야 하나? (잠시 뜸들 들이다가) 언론이 해야 한다."

-지방 국립대학에 정책적으로 어떤 지원을 해줘야 하나?

"국립대서 받는 기성회비 외에 수업료는 30만 원밖에 안 된다. 기성회비를 학교에서 쓴다. (기성회비를)정부에서 지원해줘야 한다. 지금 지원받는 건 인건비가 전부다. 60~70년대처럼 지원되면 시설 인프라와 교수진을 구축할 수 있다. 관리 시스템을 바꿀 수 있다."

-취임 때 5대 비전을 제시했다. 경남과기대 100주년 기념행사도 하고, 올해부터 교명도 바꿨다. 성과는?

"도전한 건 100% 다 됐다. 가장 큰 성과는 자신감, 자부심 그런 거다. 국책사업 도전한 거 다 성공했고, 노력하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긍심 갖게 됐고."

그가 제시한 5대 비전은 개교 100주년 기념관 착공, 교명 변경, 본관 신축, 산학협력 중심 대학사업, 대학교육역량강화사업 등이다. 경남과기대는 올해 초 경남서 유일하게 창업 선도대학으로 선정돼 17억여 원을 확보했다. 그가 부임한 후 총 689억 원의 대학 재정·발전 기금을 유치했다.

-지방대학에서 국책사업 따기가 쉽지 않은데, 비결이 있나?

"음…기교. 채점자는 다 서울 사람이다. PPT(파워포인트 파일)도 서울서 만들고, 리뷰도 서울서 먼저 해보고, 채점자 위주로 보고서 쓰려고 했다. 학교 사람들을 서울로 오가게 하면서 내가 가진 인맥도 다~ 줬다."

-취임 후 대학 내 운영시스템에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 같다.

"오니까 모든 것을 총장이 하게 돼 있었다. 권한을 학장, 학과장에게 넘겨줬다. 예산, 인사권 모두. 책임을 지도록 자발적 의사결정권을 줬다. 교수가 움직여야 일이 된다. 끌고 가면 안 된다."

-진주 내에서는 국립대 간 통합 문제도 거론된다고 들었다.

"통합을 왜 해야 하나? (답을 기다리는 듯이 말을 끊은 뒤) 과연 통합하면 시너지 효과가 있을까. 국가 전체가 고등교육, 전문대 이상 교육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미국도 공립이 75%, 사립이 20%다. 사립과 국립, 어떤 비율로 갈까 고민해봐야 한다. 지역 간 단순한 대학 통합은 총장 하나 줄이는 것 말고는 별 의미 없다. 경남은 국립대 4개(경상대, 창원대, 경남과기대, 진주교대)를 도에서 관리하는 거버넌스로 가져가는 게 괜찮다. 정부에서 교육 권한 자체를 다 넘겨줘야 한다."

-교명을 바꾸니까 더 낫다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잘 인식돼 있지 않다. 경남과기대의 차별화된 특징은 뭔가? 남은 임기 동안 할 일은?

"생명과학의 메카. 3년 내에 경상대보다 두 발 더 앞서갈 것이다. 요즘 대학마다 멘토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우리도 교수가 멘토 역할을 한다. 멘토교수에게 10만 원씩 주든가… 지나가는 학생들한테 물어본다. 대학에 왜 왔노? 그냥요. 앞으로 뭐할래? 그냥요. 애들은 꿈이 없다. 꿈을 심어주는 게 우리가 할 일이다. 아까 생명과학의 메카, 그건 거짓말이고. "뭐 해먹고 살래?" 멘토교수들이 학생들에게 한 번만 물어주면 된다. 그다음에 "하고 싶은 거 10개 말해봐라. 1학기 동안 2개로 줄여라", "하고 싶은 거 하려면 이렇게 해보자" 하고 말해주는 거, 그게 멘토다."

-총장직이 단임제인데, 그만두면 정치하지 않겠나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치는 역사에 죄지은 사람들이 하는 거고. (임기 끝나면) 집에 가야지. 농사지을 거다."

명쾌하고 쿨하게 답변을 이어가던 그는 아껴뒀던 말을 마지막에 꺼냈다. "나중에 MB 정부는 역사의 교과서가 될 것이다. 장강의 뒷물이 앞물을 치는 형태가 아니라 앞물이 뒷물을 친 거니까. 참여정부의 아마추어 행정의 문제점도 마찬가지다."

첫눈에 반해 첫사랑 아내와 결혼했고, 아직도 아내를 보면 가슴이 설렌다는 김 총장. 그는 진주 남강 야경이 좋다며 언제 어탕 먹으러 꼭 오라고 했다.

   
 

◇김조원 총장은

△1957년 진주 출생, 진주고 졸업

△1980년 영남대 행정학과 졸업, 95년 인디아나 대학 경영학 졸업(석사)

△1996년 건국대학교 경영학 졸업(경영학 박사)

△(행정고시 22회) 1979년 행정사무관

△2005년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

△2006년 감사원 사무총장

△2008년 진주산업대학교 제5대 총장 취임

△2011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명칭 변경 재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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