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맛집을 찿아서 (3) 함양 옥연가

집 밥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특별할 것도 화려할 것도 없지만 한 끼 먹으면 반나절은 든든한 내 입맛에 꼭 맞는 '엄마가 해주는 밥' 말이다.

넉넉하게 퍼담은 밥과 소박하면서도 엄마의 손맛이 느껴지는 반찬으로 차려진 밥상을 집 밖에서 만나기란 쉽지 않다.

함양군 안의면 신안리 안심마을 농촌테마마을인 물레방아떡마을에서 부녀회가 공동 운영하는 '옥연가'에서 그런 밥상을 만났다. '옥연가'에 들어서니 오랜 농사와 집안일로 손마디가 굵어진 할머니들이 부산하게 주방을 오가고 있다. 가끔 인심 좋은 웃음소리도 들린다.

취나물밥정식.

몇 가지 메뉴 중에 '취나물밥정식'이 눈에 띄었다.

봄에 나는 참취가 부드러우면서 맛과 향도 가장 뛰어나다고 하지 않던가.

물레방아떡마을 김명자 사무장도 "마을 주변 산에서 자생하는 취나물을 직접 캐서 찌고 말리고 우렁이 농법으로 지은 친환경 쌀로 밥을 했다"라며 "함양이 게르마늄 토양으로 유명한데 그래서인지 함양에서 자란 산나물은 맛이 다르다"라며 거든다.

이내 차려진 밥상은 간단했다.

취나물을 넉넉히 담은 취나물 밥에 맑은 무국, 그리고 산과 밭에서 직접 캐고 따온 머위·매실·가죽(참죽의 새순)·고추·깻잎으로 만든 장아찌 5총사, 갓 버무린 무생채, 노릇하게 구워진 조기와 바삭한 김, 그리고 달래와 풋마늘을 총총 썰어 만든 달래 장과 김치가 전부다.

취나물의 독특한 향이 코를 자극한다. 달래 장을 넣고 쓱쓱 비벼 한 입 넣으니 다른 반찬이 필요 없겠다. 취나물만으로 심심하다면 아삭한 무생채를 넣어 비벼도 좋을 듯하다.

쫄깃하면서도 감칠맛이 나는 머위 장아찌와 고추장이 적당히 버무려진 매실 장아찌도 봄철 달아난 입맛을 '데려오기에' 안성맞춤이다.

쌉싸래한 맛이 강렬한 가죽 장아찌는 생소한 맛에 젓가락이 계속 간다.

김 사무장은 "머위잎이나 줄기는 소화가 잘되면서 식욕을 돋워주고 이른 봄에 나는 가죽나물은 독특한 향이 식욕을 돋우죠. 계절에 따라 반찬이 달라지는데 봄에는 입맛을 돋우는 밑반찬을 준비합니다"라며 "부녀회원들이 공동으로 밑반찬을 만들기도 하지만 집에서 음식을 하다 맛이 좋으면 옥연가로 가져와 손님에게 내놓기도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가족들을 위해 준비한 반찬들이니 그 맛이 이렇게 깊구나 싶다.

'취나물밥상'과 함께 흑미와 찹쌀, 은행, 땅콩, 대추 등 12가지 잡곡을 백연잎으로 싸서 쪄낸 연잎밥도 '옥연가'의 대표 메뉴다.

이들 메뉴는 최소 5명 이상이 되어야 예약할 수 있으며, 주로 체험행사와 함께 이용할 수 있다. 부녀회에서 공동으로 운영하다보니 상시 식당을 여는 게 아니라 예약이 있을 때 회원들이 모여 준비를 하기 때문이다.

계절별 체험거리로 봄에는 두부 만들기, 깨진 항아리와 기와·대나무를 이용한 분경만들기, 딸기 따기, 모종 심기 등 농사체험을 할 수 있으며 여름에는 냇가에서 물놀이 체험과 대나무 물총놀이, 다슬기·송사리 잡기를, 솔밭에서 공포영화체험을 할 수 있다.

가을에는 사과 따기, 고구마 캐기 등 농사체험과 메뚜기 잡기 등을 할 수 있으며, 겨울에는 김장하기, 한옥 마당에서 군불 때기, 감자 구워먹기, 짚 공예, 연날리기 체험 등을 할 수 있다.

연중 체험행사로는 떡 만들기(사과과편, 쑥개떡, 취나물설기 등), 부각 만들기, 물레방아체험, 곡물 공예, 활쏘기, 투호 놀이 등 솔밭체험 등이 있어 체험객들이 선택하면 된다. 이와 함께 축제도 다양하다. 5월 산나물채취대회, 7월 산삼축제, 8월 용추국제자연예술제, 10월 물레방아축제가 준비돼 있다.

   
 
함양군 안의면 신안리 828 물레방아떡마을(http://ansim.go2vil.org). 055-963-6649.

   
 

함양군 안의면 신안리 물레방아떡마을 부녀회가 '옥연가'를 공동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부녀회원들의 모습. 맨왼쪽이 물레방아 떡마을 김명자 사무장.

<메뉴>백연밥상 7000원

취나물밥정식 7000원

머위쌈밥정식(계절메뉴-봄) 7000원

산채비빔밥 5000원

자연삼색떡국 4000원

토란머위전골(중 1만5000원, 대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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