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말고도 살고 있네요] 나무에 이름표 매단 김해진례초등학교

개나리, 회양목, 벚나무, 가이즈카향나무, 장미, 꽝꽝나무, 등나무, 무궁화, 동백나무, 소나무, 주목, 사철나무, 남천, 백목련, 구골나무, 느티나무, 화살나무, 오엽송, 석류나무, 은행나무, 중국 단풍 , 아왜나무, 벽오동, 매실나무, 자목련, 당종려나무, 태산목, 팔손이나무, 전나무, 개잎갈나무.

우리 학교에 있는 나무 이름이다. 지난해 함께한 아이들과 알아보았다.

'학교에는 어떤 나무가 있을까?' 학교를 옮길 때마다 이런 물음에 스스로 답을 찾아보려 생각만 하고 있다가 작년 처음 제대로 해본 것 같다. 그동안 이름을 몰라서, 확인해줄 사람도 없어서 꿈만 꾸고 있었다. 결국 나 스스로 공부해서 찾아내는 데 십년 가까이 흐른 것 같다. 아이들한테 조사해 보라고 하기에 앞서 적어도 이름 정도는 알아서 시작해볼 공부거리가 된다.

김해 진례초등학교는 나무에 일일이 이름표를 달아놓았다.

학교에는 아이들과 함께 나무와 풀꽃들도 자란다. 꽃이 피어야 나무와 풀이 있다는 사실을 잠시 느낄 뿐이다. 이름은 몰라도 그냥 예쁘니까, 그냥 피니까, 그냥 향기가 나니까 좋다. 그냥 좋으니까 그냥 넘어가고 그냥 지나쳐버리기도 한다. 아무 것도 몰라도 나무를 좋아할 수 있지만 이름 하나 특징 하나, 한 가지라도 알고 나면 그 깊이와 애정은 남달라진다. 오랫동안 기억이 남고 길거리에 자라는 나무들끼리 한 눈에 들어와서 내 생각에 머물기도 한다.

사람도 그렇지 않나? 이름을 모르는 그저 그런 사람은 스쳐지나가면 잊어버리지만 이름도 알고 특징도 알고 함께 지내봤다는 감정이 있다면 더 풍부한 기억이 남고 온 몸, 감정의 기억 속에도 자리잡지 않는가.

   
 

나무 이름을 알고 나서 아이들 함께 학교 곳곳에 어떤 나무가 얼마나 있는지 알아보았다. 개나리가 가장 많고 다음은 회양목이다. 둘 다 건물 울타리에 많이 심는 나무다. 벚나무가 둘러 있고, 본관 앞을 가리는 '가이즈카향나무'도 있다.

학기 초 아이들이 빨리 가까워지도록 여러 이름표를 만들듯이 나무 이름표도 달아 두었다. 코팅해서 전선으로 묶어놓은 것을 시작했더니 나중에는 학교에서 새 팻말을 만들어주었다. 참 고맙다.

매년 6학년 아이들은 졸업하며 떠나지만 올해 입학한 신입생들처럼 나무들도 다시 꽃 피우고, 새 잎을 낸다. 아주 천천히 조금씩 큰다는 것을 느낄 때 자연 품에 늘 안겨 산다는 것을 안다. 우리 곁에 사람 말고도 함께 사는 게 많다. 그것을 안다는 것만으로도 아직은 외롭지 않고 살만한 세상이다.

/최진수(김해 진례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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