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말고도 살고 있네요] 산개구리 이야기

지난 2월 중순 햇볕이 따스하던 날 적석산 저수지를 찾았다. 개구리를 보기 위해서다. 마침 겨울잠을 깬 수백 마리의 산개구리들이 저수지 가장자리에 모여 "꾸우엑 꾸우엑" 시끄럽게 울고 있었다. 한참 저수지 바닥에 내려가 개구리 사진을 찍는 나를 보고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한 등산객이 묻는다.

머 찍을 끼 있습니까? 아 개구리 찍고 있습니다. 깨구리가 지금 어디 있습니까? 요 앞에 많이 있네예. 어? 깨구리가 윽수로 많네. 언제 나왔노. 지금 깨구리가 와 나옵니까? 알 날라고 나왔습니다. 야들은 개구리 중에 젤~ 일찍 알 낳는 산개구립니다. 아~그래 시끄럽더라 이기 깨구리 소립니까? 네 개구리 소리 맞아예. 아~ 나는 이기 오리 소린줄 알았네 오리도 없는데 와 그리 시끄러운가 했다.

2월 중순 창원 적석산 저수지에서는 겨울잠에서 깬 개구리들의 짝짓기가 한창이다.

아주머니의 "개구리"가 아닌 "깨구리" 소리가 정겹다.

2월 중순부터 산개구리 수컷들은 서로 짝지으려 시끄럽게 운다. 암컷들이 소리 좋고 덩치 좋은 수컷을 고르는 것 같지만 실은 결국 힘세고 질긴 수컷 한 놈이 암컷 쟁취에 성공해 다른 힘없는 수컷들을 제치고 암컷 등에 올라타 자극한다. 암컷은 수컷이 마음에 들면 두 주먹만큼 알을 낳는다. 암컷이 알을 낳는 동안 수컷은 알에 정자를 뿌린다. 가끔 정신없는 산개구리 수컷들은 자기보다 훨씬 큰 황소개구리에 올라타기도 하는데 더 자세히 관찰해보면 암수도 구분 않고 올라타며, 심지어는 소시지에도 올라탄다. 올라탈 수 있는 것들은 다 올라타는 수컷을 보면 안쓰럽기까지 하다. 개구리는 보통 수컷이 암컷보다 7~10배 많이 태어나기 때문에 수컷들은 물불 안 가리고 올라타고 본다. 처절한 종족 번식의 본능이다.

산개구리는 북방산개구리, 식용개구리, 뽀악뽀악 운다고 뽕악이, 독개구리, 송장개구리로도 불리는데 북한에서는 기름이 많아 맛있다고 기름개구리라고도 한다. 색은 계곡에 떨어져 오래된 낙엽 같은 붉은 갈색이다.

비슷한 종으로는 전문가 아니고서는 구분이 어려운 계곡산개구리, 그나마 입술에 흰 줄이 있어 알기 쉬운 한국산개구리 따위가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붉은 개구리는 산개구리" 정도만 알고 있어도 좋겠다.

   
 

산개구리 알은 멀리 적석산 저수지가 아니라도 흔한 저수지나 둠벙, 미나리꽝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흐르는 물에선 보기 힘드니 주의하자. 크기가 대략 어른 두 주먹만하고 2월에서 3월에 보인다면 대부분 산개구리 알이다.

거창 시골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개구리 알을 만져볼 기회가 없었다. 처음 산개구리 알을 만졌을 때 느꼈던 물컹! 시원! 야릿! 한 촉감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오감으로 느끼게 하는 교육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교육이라는 것을 몸소 깨달은 순간이었다. 이참에 이번 주말 아이들과 버려도 되는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가 볼 참이다.

/박대현(창원 진동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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