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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서 옛 정취 느끼며 덕유산 산나물 한입 가득

농가맛집을찾아서 (2) 거창 돌담사이로

최규정 기자 gjchoi@idomin.com 2011년 03월 09일 수요일

주말, 장장 2시간 30분을 달려 거창군 위천면 황산리 '돌담사이로'에 도착했다. 한 끼 식사를 위해서는 '과분한' 시간이라고 툴툴대기를 잠깐, 켜켜이 쌓아올린 토석담이 활처럼 휘어진 담장 길을 이루고 나지막이 여유를 부리는 전통 고가들이 눈에 들어왔다. 집집이 걸린 문패 대부분이 신씨다. 황산마을은 거창 신씨 집성촌으로 인근에서 손꼽는 대지주들이 살던 곳이다. 문화재청은 황산마을의 옛 담장이 향촌마을의 아름다움과 정서를 고이 간직하고 있다며, 지난 2006년 등록문화재 제259호로 지정해 보존 관리 중이다.

옛 정취가 그대로 느껴져서인지, 신선한 공기 때문일까. 차가운 바람마저 시원하게 느껴지는 그곳에 '돌담사이로'가 자리 잡고 있었다.

장작과 장독이 늘어선 마당으로 들어가서 주인을 부르니 손님맞이에 분주한 정점혜(47)씨가 환한 웃음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올해 초 황산마을 농가맛집으로 문을 연 '돌담사이로'는 황산마을 유은 고가에 있었다. 그녀의 남편 신용국(52)씨의 4대조 할아버지(호가 유은)가 윗마을에서 이곳으로 이사와 일가를 이룬 300년 된 고가다.

   
 
  거창 '돌담사이로' 건물 모습.  

정 대표는 '돌담에 흐르는 산내음 밥상'을 하나 둘 정성스레 내놓는다. 우선 병풍대, 곤달비, 머위대 장아찌가 눈을 사로잡는다. 산나물을 캐다 병풍대를 만나면 그때까지 캔 다른 나물은 다 버리고 병풍대를 캔다고 하니 그 맛이 궁금했다. 정 대표는 돼지고기 수육에 싸서 먹기를 권한다. "산나물의 제왕이라고 하는 병풍대는 덕유산에서만 자라는 것 같아요. 농가 맛집을 준비하면서 전국의 유명한 농가 맛집들에 다녀봤는데 병풍대는 찾아보기 어렵더라고요. 이 병풍대를 갖가지 약재를 넣어 삶고 찬물에 헹군 후 매실청 진액에 절인 돼지고기 수육에 싸 먹으면 그 맛이 일품입니다"라고 설명했다.

병풍대의 쌉싸래하면서도 개운한 맛이 달짝지근하면서도 차진 수육과 어우러져 젓가락만 바쁘다.

돼지고기 수육으로 어느 정도 배를 채우니 이젠 갖가지 산나물이 기다리고 있다. 삿갓대, 고사리, 취나물, 느타리버섯, 꾀꼬리버섯, 표고버섯, 부지깽이 나물, 목이버섯, 아주까리 나물 등 9종류의 산나물과 버섯이 조물조물 무쳐져 3열 종대로 그릇에 담겼다. 자연 버섯 중 제1이 능이, 제2가 표고, 제3이 송이라 하지 않던가. 선명한 노란색을 띠며 표면이 매끄러운 꾀꼬리버섯도 눈으로 먼저 먹어본다. 이런 귀한 산나물들이 정 대표의 남편 신씨가 덕유산에서 직접 캐온 것이라니 정성이 고맙다.

남편 신씨는 황산마을에서 나고 자라 덕유산 골짜기 골짜기를 내 집 드나들 듯 훤하게 꿰뚫고 있단다. 이날도 신씨는 산더덕을 캐러 덕유산으로 떠났다. "처음 농가 맛집을 열 때 100% 자연산 산나물로 음식을 하는 데 비해 가격이 저렴한 것 아니냐며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남편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산나물을 캐러 다니지 못하면 그땐 어떻게 할 거냐는 거였죠. 그래도 해보는 데까지 해봐야죠. 기분 좋게 드시고 가는 손님들을 보며 보람을 찾습니다."

온갖 약재 넣어 삶은 병풍대…직접 캔 산나물·버섯 으뜸              

   
 
  거창 '돌담사이로' 주인 정점혜 씨가 '돌담에 흐르는 산내음 밥상'을 차리고 있다.  

이 나물을 밥그릇에 담아 칼칼한 고추와 멸치가 버무려진 고추다지미를 넣고 비빈다. 고추장은 산나물 특유의 맛이 묻히는 것 같아 고추다지미를 개발했다는 게 정 대표의 설명이다.

"나물을 무칠 때도 화학조미료는 쓰지 않아요. 멸치와 다시마, 표고버섯, 무, 파를 우려낸 육수가 모든 음식의 기본 맛을 내는 데 쓰이고, 여기에 필요하면 거창사과 효소와 매실 진액이 새콤달콤한 맛을 더하는 것이죠."

굵직굵직한 청국장 콩이 씹히는 집에서 직접 띄운 청국장찌개의 순한 맛이 입안에 맴돈다. 구수하게 우려낸 누룽지로 입가심하고 나니 산내음과 옛 맛에 취한다. '돌담에 흐르는 산내음 밥상'(1인분 2만원)이든 '고추다지미 산나물 밥상'(8000원)이든 예약은 필수다.

황산마을 돌담길 투어와 산채더덕 김치 만들기, 산채장아찌 만들기, 부각 만들기 등을 체험할 수 있다. 고가에서 하루 저녁 묵을 수도 있다. 황산마을 고가 민박집은 거창군 문화관광 홈페이지(tour.geochang.go.kr)에서 찾아볼 수 있다.

거창군 위천면 황산리 607번지. (055)943-0009.

   
 
<메 뉴>돌담에 흐르는 산내음 밥상

(1인분 2만 원)

고추다지미 산나물 밥상(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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