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가방 속에 쏘옥~김태희가 따로 없죠?

 

얼마 전 TV를 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한 드라마에서 탤런트 김태희가 급한 상황에서 여행용 가방 속에 쏙 들어가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순간 저의 옛 사진이 생각나더군요. 얼른 옛 앨범을 뒤졌답니다.

결국 찾은 것은 35년 전 사진. 아버지 여행 가방에 들어가서 놀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가방에 퍼질러 앉은 폼이 한두 번 앉아본 것이 아닌 듯합니다. 돌아가신 아버지 대신 어머니에게 여쭤보니 자주 가방에서 놀았다고 하더군요. 아예 놀이터를 가방으로 생각했다고 부연설명도 해주시더군요. 정말 가방에 넣어 다니고 싶을 정도의 깜찍한 모습에 지금도 웃음이 나옵니다.

어머니의 증언에 따르면 제가 소변을 가릴 줄 몰라 가방이 흠뻑 젖는 일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가방에는 항상 신문지를 여러 겹 깔아야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합니다.

참! 가방도 많이 변했습니다. 요즘 가방은 알록달록 디자인이 독특한 모양이 많지만 당시의 여행용 가방은 007가방이 전부였나 봅니다. 대학생 학군단 학생이나 들고 다닐 법한 가방은 양쪽으로 열쇠가 달린 외형이 촌스럽기 그지없지만 당시에는 고급가방이었다네요.

   
 
대청마루가 있는 사진의 집은 제가 태어난 곳이기도 합니다. 당시도 지금처럼 병원에서 아이를 낳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저는 집에서 태어났다고 하더군요. 딸자식이라 병원에 가기도 눈치 보였다는 것인데 좀 속상한 일입니다. 그래도 산부인과 병원이 아니라 제가 어릴 적 살던 곳이 제가 세상으로 비집고 나온 곳이란 점은 마음에 듭니다.

그리고 비밀 하나. 지금은 저도 사진 속 저만한 딸을 낳아 기르고 있지만 솔직히 제 딸보다 사진 속 제가 더 예쁘다는 점은 말해주고 싶어요. 알죠. 제 딸에게는 비밀이란 거.

/이경아(38·김해시 어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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