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속 생태 (34) 개구리 주스와 박지성

경칩이 지나고 우리 삶 속에 녹아 있는 개구리 문화를 정리하는데 영 글이 되질 않는다.

무지개 연못의 웃음꽃을 피우며 개구리 왕눈이와 아로미가 커서 결혼을 했을까? 애는 몇이나 낳았을까? "게로로 중사 너와 함께라면 이 세상에 두려운 것 없어"까지 만화 속에 나오는 개구리 이야기가 재미있다.

주몽에 나오는 금와(金蛙)왕부터 선덕여왕에 나오는 옥문지와 여근곡의 개구리 이야기까지 개구리에 얽힌 옛날 이야기도 재미있겠다.

은혜갚은 개구리 이야기에서 서양의 개구리 왕자 이야기까지 동서양 이야기 속에 나오는 개구리도 풀어보면서 동양과 서양의 자연관을 비교해 보아도 좋겠다.

충효 지배이데올로기 주입을 위해 말 안 듣는 청개구리 이야기가 교과서에 실린 것까지 풀어보면 딱 한편의 원고가 될 듯하다.

마지막으로 고스톱 12월 비광(雨光)에 나오는 개구리와 우산 쓴 오노도후(일본의 3대 서예가) 이야기를 풀면서 광은 광이라도 대접 못받는 비광의 신세와 개구리의 '될 때까지 한다'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자세'에 대한 이야기까지 풀면 어디다 내놔도 빵빵한 글이 될 텐데 마지막까지 박지성의 개구리 주스(Park's Frog Juice)가 계속 잡고 놓질 않는다.

/뉴시스

◇박지성 개구리 주스 = 2월 19일 계곡에 얼음이 녹고 봄비가 내리자 약속이라도 한 듯이 마산에도 산개구리가 울며 알을 낳기 시작했다. 산개구리가 산 아래 저수지와 맑은 물이 고이는 논과 둠벙에 알을 낳았다. 이제 대부분 산개구리들이 알을 낳고 도롱뇽도 알을 낳았다. 올챙이를 잡아 먹는 물 속 곤충들이 나오기 전에 일찍 알을 낳는 산개구리의 전략은 참 처절하다.

하지만 산개구리 최대의 적은 바로 사람이다. 인터넷 검색창에 '박지성 개구리'를 검색하면 박지성 선수 아버지가 개구리를 잡아 먹인 얘기부터 개구리 진액을 파는 광고까지 잘 나온다. 영어로 된 외국 검색 사이트에서 'Park's Frog Juice(Soup)'를 검색해도 된다.

◇개구리 식용 문화 = 예부터 개구리 뒷다리 구워먹고 산개구리는 겨울에 잡아 약 해 먹었다. 경칩에 산개구리가 알을 낳아 놓으면 용알이라면서 건져 먹었다. 해수병과 허리병 폐병에 좋다고도 하고 먹을 것이 없고 약이 없던 시절에 개구리를 먹은 것은 어릴 적 추억이다. 박지성 선수나 아버지가 문제가 아니라 그걸 그대로 받아쓰는 기자와 여과없이 보도하는 언론사의 생태맹이 문제다. 생태맹 기자와 데스크 때문에 개구리 씨가 마르고 죽어간다는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내용은 텔레비전 프로그램 <1박 2일>에서도 볼 수 있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적석산주변에서 발견된 북방산개구리. /경남도민일보DB

◇<1박 2일>과 개구리 = 예전 <1박 2일>에 기상 노래로 김혜연의 '뱀이다'가 나왔다. 내용을 훑어보면 뱀, 개구리, 개, 사슴을 몸보신으로 하지 말자는 가사인데 사람들이 듣기엔 몸에 좋으니까 먹자는 이야기로 들린다. 가사를 개구리 부분만 끝까지 적어본다. 진짜 뜻은 먹지 말자는 이야기인데 왜 먹자로 들렸을까?

"앗 개구리다 개구리다 / 몸에 좋고 맛도 좋은 / 개구리다 개구리다 / 요놈의 개구리를 사로잡아 / 우리아빠 몸보신을 해드리면 / 아이고 우리 딸 착하구나 하고 좋아하실꺼야 / 하지만 안돼요 그러지 마세요 / 아빠 참아주세요 / 산과 들에 뱀과 개구리가 / 씨가 말랐대요 / 싹쓸이 당했대요."

◇개구리 멸종 = 농약과 비료를 하면서 갈수록 개구리 수가 급격히 줄고 있다. 겨울에도 물이 고여 있는 무논이 없어지고 오뉴월 저수지에서 물이 내려오면 논 갈아서 바로 모심는 기계 농업으로 바뀌면서 개구리는 봄날 살아남기가 어려워졌다. 산 아래 천수답은 농사를 안 지은 지 오래됐고 논마다 있던 작은 둠벙까지 없어지면서 논에서 개구리는 갈수록 귀해지고 있다.

◇참개구리와 산개구리 = 요즘 겨울잠을 깨고 나와 알을 낳는 개구리는 뒷다리 구워먹던 참개구리가 아니다. 산개구리다. 산개구리는 뒷집 아저씨도 옆집 오줌싸개 꼬마도 앞집 운동선수도 몸에 좋다고 막 잡아 먹어 숫자가 줄어든 바람에 이제는 그러면 징역을 살리거나 벌금을 물린단다.

우리나라에는 참개구리, 무당개구리, 청개구리, 옴개구리, 금개구리, 북방산개구리, 한국산개구리, 계곡산개구리가 있다.

경칩 무렵 농촌에 보이는 산개구리 3종을 잡아 먹으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밀렵된 개구리를 먹은 사람은 1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이것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다. 바로 독이 있는 옴개구리를 산개구리와 같이 고아 먹고 탈이 나는 경우다. 산개구리와 비슷하게 생긴 옴개구리는 독이 있는 것이다.

이제 박지성 개구리 재단이라도 만들어야 할까? <1박 2일>을 개구리와 뱀 특집으로 만들어야 할까? 불쌍한 산개구리…….

/정대수 함안 중앙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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