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말고도 살고 있네요] 늪의 생명들…탐방 때 새 먹이 조금 준비했으면

유난히 올 겨울은 춥고 길었습니다. 매일 창녕 우포늪 모니터링을 합니다. 쌍안경과 카메라를 들고 주로 야생 동식물을 관찰하거나 사진으로 기록을 남깁니다. 긴 겨울 동안 자주 만나는 생명은 겨울 철새들과 늙은 너구리 그리고 덤불 사이를 빠르게 오가는 붉은머리오목눈이 등입니다.

잠시 쌍안경으로 새들을 관찰하고 기록을 하다보면 유심히 지켜보는 탐방객들도 만나지요. 늪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생명은 '백조의 호수'에 나오는 고니들입니다. 다른 겨울철새들과 마찬가지로 밤새도록 시끄럽게 울어대기도 한답니다. 그 소리는 우포늪 주변 마을에서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겨울은 너무 추워 오랫동안 얼음위에서 먹이도 못 먹고 온 몸을 웅크린 큰고니들을 보는 것이 가장 안타까웠습니다.

그래도 이런 모습을 보면서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포늪을 방문하는 환경교육단체나 지역에서 생태해설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큰고니·큰기러기·청머리오리가 얼음 위에서 먹이를 찾고 있다.

간혹 야생동물들에게 먹이를 주는 것이 옳은 것인지를 놓고 토론이 벌어지기도 합니다만, 올해처럼 구제역으로, AI(조류인플루엔자)로 많은 생명들이 사람들로부터 미움 받고, 마치 야생조류나 소·돼지들이 죄인인양 치부되는 현실이 너무 무심하게 느껴집니다.

몽골에서 먹이가 부족한 바람에 3000마리가 넘는 독수리가 우리나라 파주와, 고성·산청 등지로 날아왔습니다. 파주에서 아예 AI를 걱정해 먹이주기를 중지하자 먹이를 찾아 많은 독수리들이 고성과 산청을 찾아와서 김덕성·오광석 선생님 같은 분들이 먹이를 겨우내 챙겨줬습니다. 우포늪 주변에도 거름 더미를 먹이 터로 하여 겨울을 나는 독수리들을 봤습니다.

곧 겨울새들이 시베리아로 떠나갈 것입니다. 먼 길을 떠나는 새들은 많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마침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교사 모임'의 전국 총회가 우포늪에서 열렸습니다. 전국 곳곳에서 선생님들이 먹이를 준비해 오셔서 우포늪 주변에 뿌렸습니다. 덧붙여 봄이 되면 산새들이 산란하는 시기에는 소기름, 해바라기씨, 조, 땅콩 등이 필요합니다. 습지와 새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좋은 자연을 방문하면 이렇게 작은 실천을 동반합니다.

   
 

일반 방문객도 작은 봉지에 새들 먹이를 조금 준비해 주면 새들이 자라고 번식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는 일이 됩니다. 특히 어린이를 데리고 산과 강 그리고 습지를 방문할 때 먹이를 조금 준비하고, 주변 쓰레기 몇 개만 치워도 야생동식물들에게 행복한 삶을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 되겠지요.

/이인식(우포늪 따오기 복원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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